“껌을 팔아도 내 장사 하겠다”...어느 넥타이 스카프 제조업자의 창업기
상태바
“껌을 팔아도 내 장사 하겠다”...어느 넥타이 스카프 제조업자의 창업기
  • 취재기자 김수현
  • 승인 2019.11.21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명인터내셔날 대표 박준구 씨, “실직 아픔 이기고 창업, 노력으로 사업 키웠다”
대한항공, 경찰청 등에 납품하며 성장, 미래엔 회사 고유 브랜드 생산 꿈
“요즘 창업 시스템 좋으니 청년 창업에 도전해 볼만”

넥타이와 스카프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착용해본 의류 중 하나이며, 정장이나 교복, 유니폼을 입는 사람이라면 매일 착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넥타이와 스카프는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지만 이것을 디자인하고 생산한 뒤 주문한 소비자에게 납품하는 업체는 우리나라에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이중 한 업체인 ‘대명인터내셔널’을 운영하고 있는 박준구(46) 대표를 만나 넥타이와 스카프 공장 창업 얘기를 들어봤다.

‘대명인터내셔널’ 박준구 대표(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대명인터내셔널’ 박준구 대표(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박준구 대표는 2004년에 대명인터내셔널을 창업하여 지금까지 경영해오고 있다. 대명인터내셔널은 디자이너 3명, 현장직원 5명으로 이루어진 소기업이며, 사무실은 부산, 공장은 진주에 위치하고 있다. 대명인터내셔널은 주문 받은 넥타이나 스카프를 디자인하고 생산하여 발주처나 중간납품업체에게 납품하는 제조업체다. 박 대표는 “이 시스템을 사람들이 잘 몰라요. 공정과정이 많고 어려워서 섣불리 접근하기 힘들죠. 이 일을 하는 업체가 우리나라에 몇 개 없어요”라고 말했다.

경남 진주에 위치한 공장 내에는 다양한 색으로 염색된 실(왼쪽 사진)과 기계로 만들어지고 있는 원단(오른쪽 사진)이 보인다(사진: 대명인터내셔널 제공).
경남 진주에 위치한 공장 내에는 다양한 색으로 염색된 실(왼쪽 사진)과 기계로 만들어지고 있는 원단(오른쪽 사진)이 보인다(사진: 대명인터내셔널 제공).

박준구 대표는 주로 경찰청, 해군, 항공사 같은 기업체 유니폼의 넥타이나 스카프, 선물용 상품을 제작한다. 박 대표는 제주도지방경찰청,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많은 기업체 유니폼의 넥타이와 스카프도 제작한 이력이 있다. 또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울산에 왔다고 하여 울산지역에서 주문한 선물용 넥타이를 만들어 납품했다. 박 대표는 “현재는 내년 S/S(봄/여름)시즌을 준비하면서 대한적십자사가 주문한 스카프 제작을 진행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대명인터내셔널에서 제작한 제주지방경찰청 넥타이(왼쪽 사진)와 오른쪽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 선물용 넥타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대명인터내셔널에서 제작한 제주지방경찰청 넥타이(왼쪽 사진)와 오른쪽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 선물용 넥타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2020년 S/S(봄/여름)시즌 트렌드 컬러와 2019년 F/W(가을/겨울)시즌 트렌드 컬러. 이렇게 다양한 색상을 기본으로 시즌별로 상품을 생산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2020년 S/S(봄/여름)시즌 트렌드 컬러와 2019년 F/W(가을/겨울)시즌 트렌드 컬러. 이렇게 다양한 색상을 기본으로 시즌별로 상품을 생산한다(사진: 취재기자 김수현).

박 대표의 고향은 충북 제천이다. 그는 미술에 조예가 깊었던 어머니 밑에서 자라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렸다. 그는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 없었지만, 별 뜻 없이 원서를 넣은 대학에 예비후보 1번으로 아쉽게 떨어졌다. 그 뒤로 대학 진학의 꿈이 강하게 생겼고, 어머니 고향인 부산에 내려와 대학 입시를 준비해서 결국 1993년 대학에 입학해 미술을 전공했다. 부산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의상 패션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서면에 위치한 노라노패션디자인학원을 다녔다. 여기서 그는 의상 디자인과 재단을 배웠고, 그곳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현재 박 대표는 슬하에 2녀를 두고 있다.

박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공장에서 재단하는 일을 3년 정도 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브랜드 하청업체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웠을 때, 그는 감축인원 대상이 됐고, 3년 만에 회사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그 후 직장을 구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당시 그는 경력이 화려한데 왜 뽑아주질 않느냐며 탄식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예전에 박 대표가 디자인 일을 해줬던 업체에서 한 번 더 디자인을 해달라는 연락이 왔고,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는 아내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디자인을 진행했다. 돈을 벌기 위해 한 번 두 번 디자인 주문을 받다보니, 결국 지금의 회사가 됐다. 그렇게 박 대표는 아내와 함께 대명인터내셔널의 공동대표가 되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대명인터내셔널에서 제작한 각종 넥타이(사진: 대명인터내셔널 제공).
대명인터내셔널에서 제작한 각종 넥타이(사진: 대명인터내셔널 제공).

2004년부터 대명인터내셔널을 운영해오면서 박준구 대표는 납기에 쫓겨 잠을 못 잔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10년 전에는 주문한 물건이 도착하지 않아 마음을 졸이다가 알아보니 태풍으로 인해 물건을 싣고 오던 차가 전복되고 물건도 다 날아가 버린 사건도 있었다. 박 대표는 “항상 변수가 있어요. 지금은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리면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마음이 커요”라고 말했다.

박준구 대표의 목표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납품한 넥타이나 스카프는 브랜드 이름이 없고, 경찰청이나 대한항공 등 유니폼이나 선물용을 주문한 회사 이름이 들어 간 것이 대부분이었다. 거기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다.

박 대표는 어느 날 뉴스를 보는데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박 대표가 제작해서 누군가에게 납품한 넥타이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넥타이가 어떻게 TV 뉴스 아나운서 목을 장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유명인사들도 자신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이 일이 참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기업은 쉽게 브랜드를 만들 수 있지만, 자신 같은 서민, 소기업들은 자기 브랜드를 갖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회사만의 브랜드를 꿈꾸며 요즘 ‘전략적 입소문’을 다룬 마케팅 서적인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박 대표는 “방탄소년단이 SNS 의 입소문으로 지금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요. 저도 조금씩 그렇게 커갈 예정이에요”라고 덧붙였다.

박준구 대표는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창업하면 이윤은 좋지만 확실한 비전이 없다면 창업을 추천하지 않는다. 박 대표는 “월급 받는 직원은 피곤하면 하루쯤은 살짝살짝 일하면 되지만, 오너는 살짝살짝 일하면 돈이 없어요. 어떻게 해서든 내 장사를 하고 싶었다는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른들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껌을 팔아도 월급쟁이보다 낫다’고 말이지요. 요즘은 창업 관련 시스템들이 너무 잘 되어 있어요. 많은 청년들이 이쪽에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