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와 여성 옷 쇼핑몰 동시 창업...“더블 도전, 더블 열정”
상태바
카페와 여성 옷 쇼핑몰 동시 창업...“더블 도전, 더블 열정”
  • 취재기자 조재민
  • 승인 2019.11.10 15:5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페 포벨르, 인스타 쇼핑몰 포벨르...이름은 하나, 소득은 두 배
스토리 있는 카라멜 만들고, 개성 있는 옷 만들어 인기몰이
창업자 오승미 씨, “보고, 배우고, 너를 사랑하라” 후배들에게 한 마디
동전 빨래방을 떠오르게 하는 독특한 외관의 카페 포벨르 입구(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동전 빨래방을 떠오르게 하는 독특한 외관의 카페 포벨르 입구(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어서 오세요. 매력적인 당신을 위한 카페 포벨르입니다.” 부산대역 1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카페 ‘포벨르’는 입구부터 남다르다. 쨍한 파란색 간판과 스테인리스로 된 입구는 마치 동전 빨래방을 떠오르게 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고소한 커피향이 카페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달콤하고 맛있어 보이는 빵도 있다. 커피를 내리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카페 포벨르의 사장 오승미(32) 씨다. 그녀는 여성의류 인터넷 쇼핑몰과 카페를 동시에 운영하는 드문 창업자다.

좌측이 오승미 씨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좌측이 오승미 씨다. 그녀는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1988년 부산에서 태어난 오승미 씨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부산에서 졸업한 부산 토박이다. 2002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그녀는 요리에 흥미를 느꼈다. 중학교 2학년 밸런타인데이 때, 그녀는 좋아하는 이성에게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선물했다. 초콜릿을 중탕하고 데커레이션을 하는 게 흥미로웠다. 그녀는 “내가 만든 초콜릿이 예쁘고 맛있다는 칭찬을 들으니 요리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때부터 초콜릿을 만드는 쇼콜라티에라는 꿈을 꾸게 됐고,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1학기에 그녀가 조리 특성화 고등학교를 진학하겠다고 하자, 그녀의 부모는 “반장까지 하는 얘가 왜 특성화 고등학교를 가냐. 특성화고는 공부 못하는 애들만 가는 곳이 아니냐”며 거세게 반대했다. 부모는 그녀가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면 앞으로 적성에 대해 더 이상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녀는 “당시에 특성화 고등학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인정받지 못해 속상했다”고 말했다.

승미 씨는 2004년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국내에서 쇼콜라티에라는 직업이 생소하고 대중적이지 않아 배우기 힘들다고 생각한 끝에, 그녀는 외국에 나가서 쇼콜라티에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유학에 필요한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그녀는 2007년 동아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영어영문학과는 그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자유롭게 영어로 대화하며 수업하는 것을 기대했던 그녀는 영문법과 영문학을 배우는 수업에 재미가 없었다. 그녀는 비싼 등록금을 내며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차라리 돈을 버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휴학을 하고 22세부터 29세까지 한식당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 하루에 잠을 3~4시간 자며 공부와 일을 병행했다. 그리고 승미 씨는 학교 다니는 게 흥미가 없어서 잦은 휴학을 했다. 한 학기 다니고 휴학하고를 반복하자, 학칙상 더 이상 휴학도 할 수 없었다. 결국 겨우겨우 학점을 채우고 늦은 나이인 29세에 졸업했다.

졸업한 뒤 2016년 7월, 그녀의 몸에서 이상신호가 왔다. 승미 씨는 식당 일이 바쁜 나머지 습관적으로 끼니를 거르는 일이 많았다. 밤 10시가 되면 식당을 마감했고, 그제서야 밥을 먹었다. 불규칙적인 식습관과 지속적인 수면 부족으로 건강에 무리가 왔다. 몸은 차가운데 얼굴에만 유독 열이 느껴졌다. 병원을 갔더니 스트레스로 인한 독성 간질환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 체내에 원인불명의 혹이 생겨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수술 전 혈액검사를 받았는데 간 수치가 높게 나와 수술 또한 불가능했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둬야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반년의 휴식기간을 거쳐 건강을 회복한 뒤, 생계를 꾸리기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했다. 2017년 30세에 그녀가 생각해낸 것은 여성의류 인터넷 쇼핑몰 사업이었다. 그녀는 과거 불규칙적인 식습관으로 인해 체중이 늘었다. 입을 옷이 없어서 직접 디자인을 하고 수선한 옷을 입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옷을 보며 어디서 샀냐는 질문과, 제작해서 판매할 생각은 없냐는 말을 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이 내가 만든 옷에 관심을 갖는 게 신기했다. 그때부터 여성의류 인터넷 쇼핑몰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왼쪽)76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쇼핑몰 ‘For Belle’ 계정과 (오른쪽)쇼핑몰 ‘For Belle’에서 판매하는 의류들(사진: 포벨르 인스타그램, 홈페이지 캡처).
(왼쪽)76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쇼핑몰 ‘For Belle’ 계정.
(오른쪽)쇼핑몰 ‘For Belle’에서 판매하는 의류들(사진: 포벨르 인스타그램, 홈페이지 캡처).

그녀는 2017년 1월 ‘For Belle(포 벨르)’라는 여성의류 인터넷 쇼핑몰을 시작했다. For Belle에서 ‘Belle’는 미인을 뜻하는 영어단어다. 여기에 전치사 ‘For’가 합쳐져 ‘미인을 위한 쇼핑몰’이라는 뜻이 된다. 현재 76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있는 인스타그램 쇼핑몰이지만 처음에는 유명하지 않아 장사가 되지 않았다. 생계가 꾸려지지 않아 당장 벌이가 필요했던 그녀는 쇼핑몰과 동시에 할 일을 생각했다. 고등학교 시절 쇼콜라티에의 꿈을 꿨던 그녀는 비교적 대중적인 커피와 디저트로 눈길을 돌렸다. 그녀는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바리스타 자격증과 핸드드립 커피 자격증을 취미로 취득했다. 커피와 제빵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있던 터라 카페를 차리면 성공할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특별한 사연이 담긴 수제 캐러멜(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그녀의 특별한 사연이 담긴 수제 캐러멜(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그녀는 인스타그램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카페를 차리기 위해 2년간 인테리어를 구상하고 메뉴를 개발했다. 마침내 2019년 1월 쇼핑몰과 동일한 상호의 ‘카페 포벨르’를 차리게 됐다. 이곳에는 다른 카페에서 보기 드문 수제 캐러멜이 있다. 그녀가 수제 캐러멜을 만들게 된 이유는 특별하다. 그녀는 “어머니가 밀크캐러멜을 굉장히 좋아했다. 가난했던 시절, 작은 밀크캐러멜을 아껴 먹기 위해 한 입에 넣지 못하고 조금씩 베어 먹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이 나 캐러멜을 직접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레몬 파운드케이크, 수제 캐러멜, 카페 포벨르의 대표적인 메뉴인 망고를 올린 벨르 라테(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카페 포벨르의 대표적인 메뉴는 벨르 라테다. 벨르 라테는 직접 만든 달콤한 캐러멜과 부드러운 우유, 쌉싸름한 에스프레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음료다. 그녀는 커피 공부를 하기 전에 캐러멜 마키아토에 진짜 캐러멜이 들어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대부분 카페에서는 캐러멜 향만 첨가한다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카페를 차린다면 직접 만든 정성이 담긴 캐러멜을 음료에 넣어서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싶었다. 승미 씨는 “캐러멜 향만 첨가된 다른 카페의 음료와 직접 만든 캐러멜이 들어간 음료의 맛은 다르다. 많은 손님들이 벨르 라테를 찾아줄 때마다 인정받는 느낌이 든다”고 멋쩍게 웃었다.

영화 '마틸다'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카페 포벨르의 마틸다 케이크. 진한 초콜릿 맛이 일품이다(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영화 '마틸다'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카페 포벨르의 마틸다 케이크. 진한 초콜릿 맛이 일품이다(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카페 포벨르는 케이크 한 조각도 특별하게 만든다. 그녀는 주로 메뉴를 만들 때 영화와 책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녀는 영화 <마틸다>에서 한 아이가 초콜릿 케이크를 먹는 장면을 보고 비슷하게 만들면 맛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된 케이크가 마틸다 케이크다. 그녀는 “메뉴에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메뉴를 만들기 위해 늘 아이디어를 구상한다”고 말했다.

(왼쪽)스테인리스 재질로 차가운 느낌을 강조한 독특한 카페 내부와(오른쪽)카페는 보라색 네온사인으로 곳곳에 포인트를 준다(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왼쪽)스테인리스 재질로 차가운 느낌을 강조한 독특한 카페 내부.(오른쪽)카페는 보라색 네온사인으로 곳곳에 포인트를 준다(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카페 포벨르는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보통 카페는 화분과 꽃으로 내부를 꾸미는데, 카페 포벨르는 화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카페 창업을 하기 전에 인테리어 업체에 연락해서 전국의 카페 인테리어 자료를 받아 공부했다. 대부분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나무, 화분, 가구들이 많았다. 그녀는 “흔하지 않은 나만의 카페를 만들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을 찾아봤다. 그러던 중 미국의 세탁소 인테리어를 보고 영감을 받아 지금의 포벨르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총 세 곳의 인테리어 업체와 얘기를 나눴다. 각 업체는 그녀가 생각하는 대로 인테리어를 한다면 대중성이 없어 손님이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 인테리어 업체를 만나 그녀가 원하는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파란색 간판과 스테인리스 재질로 포인트를 준 인테리어는 차가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그녀는 “7·80년대 미국 세탁소 느낌의 카페는 전국에서 포벨르밖에 없다고 자부한다. 다양한 이색 카페가 많아지는 추세에 걸맞은 콘셉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왼쪽)오승미 씨가 직접 제작한 카페 포벨르의 라라라 페스티벌 포스터.(오른쪽)그녀가 꾸민 부스의 모습. 이 날 준비한 케이크와 캐러멜들은 라라라 페스티벌 시작 2시간 만에 품절됐다(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오승미 씨 제공).
(왼쪽)오승미 씨가 직접 제작한 카페 포벨르의 라라라 페스티벌 포스터.(오른쪽)그녀가 꾸민 부스의 모습. 이 날 준비한 케이크와 캐러멜들은 라라라 페스티벌 시작 2시간 만에 품절됐다(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오승미 씨 제공).

부산 금정구에서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유일의 디저트 축제인 ‘제4회 라라라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이 축제에는 금정구에 있는 커피, 빵 제조업체와 공방 등 41개 업체가 참여했다. 그녀는 자신의 카페를 홍보할 목적으로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많은 손님들에게 카페 포벨르의 대표 메뉴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녀는 작년 라라라 페스티벌의 사진과 동영상을 찾아보며 현장 분위기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자신의 부스가 돋보이기 위해 포스트를 붙이고 조명을 달아 꾸몄다. 방문하는 손님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포토존과 소품도 마련했다. 허름한 부스를 ‘미니 카페 포벨르’로 만들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노력했다. 메뉴는 수제 캐러멜과 각종 케이크로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선보였다. 그 결과, 2시간 만에 미리 준비해둔 3일 치의 케이크와 캐러멜이 품절됐다. 그녀는 “부스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서 케이크를 사갈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었다. 다른 부스와 차별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는데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서 뿌듯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쉽게 버려지는 전단지 대신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포토카드를 이용해 자신의 카페를 홍보했다.(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쉽게 버려지는 전단지 대신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포토카드를 이용해 자신의 카페를 홍보했다.(사진: 취재기자 조재민).

승미 씨는 남은 축제날까지 판매할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빵을 구웠다. 그녀의 열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쉽게 버려지는 홍보 전단지 대신, 직접 디자인한 포토카드를 손님들에게 나눠주며 자신의 카페를 홍보했다. 그녀는 라라라 페스티벌이 끝난 후 “내가 좋아하는 것은 손님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이 통한 것 같다”며 “포벨르에 대한 손님들의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고자 빵을 더욱 열심히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앞으로 계절에 맞는 케이크와 의류를 선보일 예정이다. 프랑스에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가족들과 함께 통나무 모양의 ‘부쉬 드 노엘’이라는 케이크를 먹는다. 그녀는 부쉬 드 노엘을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반면 쇼핑몰은 겨울이 아닌 봄을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항상 한 계절 앞당겨서 준비해야 다른 쇼핑몰과 경쟁할 수 있다. 봄과 어울리는 의류의 색깔과 소재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승미 씨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것이 삶의 목표다. 그녀의 최종적인 목표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그녀는 “나를 위해 평생을 노력한 우리 어머니에 대해서 책을 쓰고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카페가 대학가에 있다 보니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20대 청춘에게 이렇게 전했다. “Love yore self!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20대는 순식간에 지나간다. 취업하기 위해 스펙을 쌓는 것도 좋지만, 여행을 다니며 많이 보고 배우고 느꼈으면 좋겠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조가을 2019-11-10 20:26:23
너무 멋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