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랜드마크: 삿포로 테레비탑과 아카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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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랜드마크: 삿포로 테레비탑과 아카렌가
  • 목지수 안지현
  • 승인 2017.08.31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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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삿포로의 도시 브랜드 자산] / 목지수 안지현

한 도시의 랜드마크는 시민들의 동시대적 경험은 물론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까지 공유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말한다. 랜드마크는 도시를 대표적으로 상징화하고 시각화하기에 좋은 아이콘이다보니 조형적인 아름다움이나 차별화된 디자인이 필수적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특히 수직적인 상징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수직적으로만 높게 치솟았다고 해서 사람들은 그 건축물을 랜드마크라고 여기지 않는다. 중국 상하이의 푸둥강 주변에 늘어선 고층 건물들을 랜드마크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눈에 잘 띄고 위압감은 줄 수 있겠지만 아마도 건축물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 도시를 대표하는 수직적 랜드마크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쳐다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파리의 에펠탑과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같은 건축물들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들처럼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지는 않지만 삿포로에도 나름의 위용을 자랑할 만한 상징물이 있다. 바로 삿포로 테레비탑이다.

삿포로 테레비탑은 1956년에 방송 전파의 송출을 위해 지어졌고, 지상 147m 높이로 당시에는 삿포로에서는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길게 뻗은 오오도리 공원의 끝부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90미터 높이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삿포로 시내가 한눈에 넓게 들어온다. 전망대의 아래쪽에 디지털 시계가 부착되어 있는데 1961년에 마쓰시다전기에서 기증한 것이다. 시계 아래쪽에는 마쓰시다전기의 인기 브랜드였던 ‘National’의 상표가 붙어있었는데 2006년 마쓰시다전기의 모든 브랜드를 ‘Panasonic’으로 통합함에따라 지금은 ‘Panasonic’ 상표가 붙어있다.  

그리고, 또 하나 삿포로 시민들이 사랑하는 건물이 있다. 빨간 벽돌이라는 애칭을 가진 옛 홋카이도 청사인 ‘아카렌가(赤れんが)’인데, 이는 250만 개의 빨간 벽돌로 외관을 꾸몄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1888년에 지어진  신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인 이곳은 현재의 도청 청사가 세워지기 전인 1960년대까지 홋카이도의 도청사로 사용되었다. 지금은 홋카이도 원주민에 대한 자료부터 홋카이도의 전통과 생활사, 개척시대의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과 아름다운 실내 장식은 마치 유럽의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특히 눈여겨 볼 것은 건물 주변의 넓은 여유 공간이다. 아카렌가를 중심으로 펼쳐진 정원과 연못은 도심 속의 공원같은 역할을 하는데, 각종 축제와 이벤트가 열리기도 하고, 계절마다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아카렌가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네모 반듯한 도시의 빌딩숲에서 출발해 정원을 지나 아카렌가를 향해 걸어가다보면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든다.

수직이든 수평이든, 규모가 크든 작든 도시의 랜드마크를 정형화하고 계량화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랜드마크는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자신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표지가 되어준다. 도시가 가야 할 길을 한참 벗어나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원점을 제시하기도 하고, 도시의 구성원들에게 저마다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억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따라서 랜드마크는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도시와 시민을 강하게 결속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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