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길고양이... 피할 수 없는 길고양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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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길고양이... 피할 수 없는 길고양이 갈등
  • 취재기자 이영아
  • 승인 2023.12.13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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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로 인해 곳곳에서 갈등 발생
시민들 “고양이 소리에 잠을 못자” 불평
고양이 중성화 수술도 하나의 방법 대두
폐교된 학교를 고양이 보호소로 전환하기도

길고양이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도로나 인도 위에 누워 있는 고양이도 있고, 사람을 피해 풀숲 사이로 달아나는 고양이도 있다. 또, 이런 고양이들이 귀여워 사진을 찍거나 간식을 건네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은 사회에 작은 피해들을 끼치기도 한다. 지금까지도 길고양이에 대한 문제들은 많은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길고양이들이 끼치는 피해로 인해 싫어하는 사람들과 길고양이의 보호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갈등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대학생 이영주(23, 부산시 수영구) 씨는 “등교나 하교를 하다 보면 고양이들이 자주 보인다.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가끔 츄르를 주기도 한다”며 길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또,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에 대해 비난을 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길고양이로 인한 피해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가뜩이나 먹을 게 없어 굶고 다니는 고양이들에게 약간의 보살핌만 줄 뿐인데, 그것조차도 뭐라고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인 임가은(21, 부산시 진구) 씨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 고양이 개체 수가 너무 많아지는 것 같다”며 “좋은 의도지만 결국 늘어나는 개체 수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어 피해만 커지는 게 문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길고양이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있다. 김주희(26, 부산시 수영구) 씨는 밤이 되면 들려오는 길고양이들의 울음소리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한다. “길고양이들 귀엽다고 밥 주고 하니까 고양이 수가 늘어나고 집 주위로 계속 몰리는 거죠. 한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가 번갈아가며 우니까 이젠 짜증이 나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이처럼 길고양이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그렇다면 길고양이들은 우리에게 어떤 피해를 가져오는 걸까.

길고양이들, 쓰레기 봉투 찢고 자동차 흠집 내는 등 피해

길고양이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쓰레기봉투를 찢어 환경을 더럽히기도 한다. 또, 여러 가지 균이 있을 수도 있어 길고양이와의 접촉 시에 감염 위험이 있다.

몇몇의 고양이들은 겨울이 되면 추위를 피해 따뜻한 차 주변으로 몰린다. 여기서 문제점은 차 위로 올라가려는 고양이로 인해 차에 흠집이 난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차 밑에 들어간 고양이가 보닛 안에 들어가 끼임 사고가 나기도 한다.

길고양이가 많이 다니는 구역 근처의 주민들은 집주변이 고양이들의 화장실이 되어 위생과 악취로 고생한다. 기르는 텃밭을 망쳐놓는 경우도 있다. 길고양이의 울음소리 또한 주민들의 생활에 피해를 준다.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에서 길고양이가 건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에서 길고양이가 건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길고양이 문제 해결법은?

길고양이들로 인해 일어나는 피해들은 사실이지만, 이런 이유들로 인해 길고양이들을 전부 없앨 수는 없다. 일을 해결하려고 지역 내의 길고양이들을 전부 없앤다면 잠시는 청정구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청정구역을 노리고 오는 다른 지역의 새로운 고양이들이 점점 늘어나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즉, 당장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선, 고양이들을 보살피자는 입장인 캣맘과 캣대디들의 노력과 배려가 필요하다. 무분별한 길고양이 사료 급식을 지양하여 사람이 없고 잘 다니지 않는 장소 위주로 사료를 배치해야 한다. 특히 차 주변을 피하고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는 사료를 두지 않는 등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인적이 드문 밤에 사료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길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이라는 방법이 있다. 이것을 'TNR'이라고 부르는데 TNR은 포획(Trap), 중성화 수술(Neuter), 방사(Return)를 의미한다. 중성화 수술을 통해 길고양이의 번식을 줄일 수 있으며, 발정기나 영역싸움으로 인한 고양이의 울음소리도 줄일 수 있다.

정부와 단체 측에서는 중성화 수술에 관련된 예산을 늘리거나, 직접적인 개입을 통해 길고양이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길고양이를 입양할 수 있는 보호소나 입양소를 만들 수 있다.

길고양이 문제는 꾸준히 이슈 되어 왔던 사회적인 문제다. 앞서 언급했던 것들 외에도 사회적인 노력과 개개인의 노력이 더해지면 점차 길고양이 문제에 대한 갈등도 줄여나갈 수 있다. 더 나은 방향으로 길고양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통영 섬마을의 공공형 고양이 보호 분양센터

그리고 여기 길고양이 문제와 폐교된 학교 문제까지 동시에 활용한 장소가 있다. 바로 통영에 위치한 '공공형 고양이 보호 분양센터'이다. 고양이 학교로 불리기도 한다.

취학 아동이 줄어 폐교되는 학교를 고양이 보호소로 변경하는 곳도 있다. 통영 용호도의 한산초등학교 역시 1943년 설립했지만 학생 수 감소로 2012년 폐교를 했다. 하지만 폐교된 학교를 방치하거나 철거하는 대신 리모델링을 통해 고양이 보호소로 재탄생시켰다. 길고양이 문제와 폐교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한 것이다.

통영 용호도에서 공공형 고양이 보호 분양센터가 운영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통영 용호도에서 공공형 고양이 보호 분양센터가 운영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통영 용호도의 공공형 고양이 보호 분양센터는 최대 약 120마리의 고양이까지 수용 가능하며 현재는 30여 마리가 보호받고 있다. 2층 규모의 학교에서 고양이들은 주로 1층에서 돌아다니며, 2층에 치료실과 사무실이 있다. 1층에는 관광객들이 쉴 수 있도록 캣 북카페도 마련되어 있다.

센터에서는 단순히 구경뿐만 아니라 고양이 입양도 받을 수 있다. 길에서 떠도는 길고양이들은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고양이들을 구조하고, 치료와 동시에 관리해준다. 상태가 나아진 고양이들은 센터를 찾아온 사람들과 놀기도 하고, 입양까지 보내지는 것이다.

공공형 고양이 보호 분양센터의 보호실에서 고양이가 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공공형 고양이 보호 분양센터의 보호실에서 고양이가 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영아).

공공형 고양이 보호 분양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김모(64) 씨는 "주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거나 청소를 하는 일을 한다.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여기 들어와서 계속 생활하다 보니 고양이도 좋아지고 애정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 학교를 찾아오고, 고양이들과 놀아준다"며 고양이 보호 분양센터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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