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길고양이 반출... 생태계 유지 다시 한번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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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길고양이 반출... 생태계 유지 다시 한번 생각할 때
  • 경북 경주시 박종혁
  • 승인 2023.03.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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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남쪽으로 11km 떨어진 마라도는 대한민국 최남단에 있는 섬이다. 마라도는 철새들이 이동하는 주요 지역이기도 하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뿔쇠오리’가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은 지난 2월부터 마라도에서 길고양이 반출을 시작했다. 겨울철 마라도로 날아오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포함한 조류들을 지키기 위한다는 이유다. 1차로 길고양이 40여 마리를 포획했다.

바닷가 선착장 부두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있다(사진: piaxabay 무료 이미지).
바닷가 선착장 부두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있다(사진: piaxabay 무료 이미지).

지난 2009년 마라도에 사람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데려왔다. 점차 시간이 지나며 고양이의 수는 늘어났고, 현재에는 70여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마라도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고양이의 수는 계속 늘어나다 보니 기존에 마라도 있던 조류를 위협하는 등 생태계를 훼손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2월 24일 뿔쇠오리 네 마리의 사체가 발견되었는데, 길고양이가 뿔쇠오리를 공격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마라도 길고양이 반출이 가속화되었다.

최근 들어서 무턱대고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캣맘', '캣대디'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작년 길고양이 밥을 주기 위해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에게 돌을 투척하는 영상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마라도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했다는 소식이 올라오며 생태계 파괴를 가속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특히 지난 1월 조류 유튜버 '새덕후'가 길고양이 문제에 대한 영상을 올리면서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는 길고양이에 대한 문제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현재에도 길고양이가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많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마라도의 길고양이를 반출하면서 일부는 마라도 주민이 자신들의 책임아래 직접 길고양이를 기르기로 했다. 나머지 길고양이는 제주도 보호시설로 이동 후 공개 입양 절차를 밟는다.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조류를 보호한다는 목적은 이해하지만 멀쩡히 마라도에서 잘 살고 있는 길고양이를 옮기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마라도는 원래 고양이가 없었던 섬이었으나 인간이 인위적으로 고양이를 반입한 셈이니 어쩌면 예견된 인재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고양이들은 사람의 선택으로 인해 섬으로 들어왔고, 사람의 선택으로 인해 섬을 나가게 된 것이다. 이번 마라도 길고양이 반출을 통해서 길고양이, 조류 그리고 인간이 서로 피해를 주지 않고 공존하는 바람직한 선례가 되어야 할 것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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