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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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 김나희
  • 승인 2023.12.0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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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의견에 불과한 것을 ‘정치적 발언’으로 논란 야기
김윤아의 후쿠시마 오염수 발언, 질타받을 필요 없다 여겨

최근 가수 김윤아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SNS에 올린 “며칠 전부터 나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영화적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되기 시작한다. 방사능 비가 그치지 않아 빛도 들지 않는 영화 속 LA의 풍경. 오늘 같은 날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라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이 발언에 더욱 불을 지폈다. 김 대표는 김윤아의 발언에 대해 “개념 연예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 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연예인이 무슨 벼슬이라고 말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아무런 책임도 안 져야 하냐”며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바로 며칠 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까지도 해당 발언에 대해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견해를 표현할 수 있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경우 그에 따른 책임도 따르기 때문에 공개적 표현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은 김윤아의 말이 ‘정치적 발언’이라며 ‘책임’과 ‘개념’을 운운했다. 계속해서 김윤아의 발언을 들먹이는 정치인들을 보며, 오히려 한 사람의 별거 아닌 말에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단지 오염수 방류에 대한 하나의 의견으로 지나갔어도 충분했을 발언에 ‘정치적 발언’이라는 도장을 쾅 찍은 것이다.

김윤아의 발언이 그토록 논란이 되고 질타받을 필요가 없다. 김윤아도 가수이기 이전에, 우리나라의 한 국민이다. 본인이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하고, 하나의 의견을 가지고, 그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자유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공인은 오히려 김윤아의 말에 책임을 지키라며 질책한 정치인들이다. 이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한 국민이 뱉은 의견에 대해 ‘개념’과 ‘책임’을 운운하는 게 맞을까? 그들은 자신들이 한 말에 ‘개념’과 ‘책임’을 잘 지키고 있는 건지 묻고 싶다.

정치인이라면, 누군가가 본인의 행보와 다른 방향의 말을 하더라도 함부로 질타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먹을 날리는 골목대장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연예인이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지켜야 할 ‘책임’이란 대체 뭘까? 연예인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 걸까? 사실, 연예인이 뱉는 발언에 대해 책임이라는 말보다는 ‘감당’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다.

연예인의 발언 논란은 이 사회에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등장한 순간부터 함께 있어 온 문제다. 하지만 어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이상 이처럼 ‘개념’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미 그들이 문제의 발언을 한 순간부터 본인의 ‘감당’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대중의 소비로 인해 살아가는 직업이다. 그렇기에 특정 소비층에게 문제가 되는 발언을 하면, 더는 그들로부터 수입을 얻을 수 없을 뿐이다. 잘 팔리던 음반이 팔리지 않고, 들어오던 광고가 끊기고, 대중의 앞에 얼굴을 비추지 못한다. 그러다 더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대중은 그 연예인에 대한 소비와 관심을 멈추면 그만이다. 하지만 ‘팬’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조금 달라진다. 어딘가에 늘 쏟던 관심과 소비를 하루아침에 끊어 버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발언을 뱉은 사람은 연예인 당사자 혼자뿐이더라도, 그 말은 그들을 좋아한 팬들도 ‘함께’ 감당할 수밖에 없다. 그 말 자체, 그 말이 퍼지는 과정, 그 말이 퍼져서 생긴 결과 그 모든 일을 팬도 연예인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평소 우리가 늘 “야, 너 그 연예인 논란 봤어?” 하며 나누는 가벼운 대화 주제가 누군가에겐 버거운 주제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연예인들이 그들의 행실과 발언을 조심하는 것은, 본인을 좋아해 주는 팬들에 대한 ‘예의’다. 연예인의 잘못된 행실과 발언은 누군가의 부푼 마음을 순식간에 빼앗아 가고, 그 마음을 하루아침에 박탈해 버리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굳이 연예인에게 책임을 부여한다면, 그 마음에 대한 책임 정도가 아닐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에서 연예인의 발언에 특별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과한 처사다. 하지만, 그 발언에 누군가가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할 필요는 분명 있다. 자신을 응원해 주고, 사랑해 주는 이들에 대한 ‘예의’가 연예인이 지켜야 할 책임의 전부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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