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석 칼럼] 흑사병 보다 무섭다는 한국의 초저출생...국가소멸 위기를 멈춰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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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석 칼럼] 흑사병 보다 무섭다는 한국의 초저출생...국가소멸 위기를 멈춰 세워야 한다
  • 편집국장 송문석
  • 승인 2023.12.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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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저출산율은 국내보다는 나라 밖 세계에서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 세계 10위권의 선진 경제대국에다 BTS 블랙핑크 미나리 기생충 등 K-컬처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반짝거리는 나라가 인구가 줄어들어 언젠가는 지구상에서 소멸할 것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정작 나라 안에서는 당장 오늘, 내일 일어날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 무사태평, 강 건너 불구경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2일(현지시각) 한국의 저출산 현상에 대해 쓴 칼럼은 제목부터 섬찟하다. ‘한국은 사라지는가(Is South Korea Disappearing?)’. 외국인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E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15~49세 사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0.7명을 확인한 뒤 내놓은 반응은 이랬다. “와우! 한국, 완전히 망했네요(Wow, Korea is so screwed).”

조앤 윌리엄스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E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보고 경악하고 있다(사진: EBS다큐 '초저출생' 화면 캡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이 칼럼에서 “한국은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인구 감소 문제에서 대표적인 연구대상국”이라면서 “흑사병 창궐 이후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르게 한국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적었다. 다우서트는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가 200명이라고 할 경우 다음 세대에는 70명으로 줄어든다”면서 “이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가져온 것보다 더 빠른 인구 감소이며 계속될 경우 25명 아래로 떨어진다”고 했다.

흑사병(Black Death)은 14세기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전염병이다. 중앙아시아 건조한 평원에서 시작돼 비단길을 따라 서쪽으로 전파돼 1343년 크림반도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당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유럽인구의 30~60%가 목숨을 잃었다는 주장도 있다. 다우서트가 보기에 한국의 인구 감소 속도가 흑사병 사망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다우서트의 진단을 더 들어보자. 그는 2060년대 말 인구가 3500만 명 미만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통계청 인구추계를 인용하면서 “그런 감소만으로도 한국 사회를 위기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고 경고한 뒤 “한국이 (낮은 출산율이 계속돼) 유능한 군대를 유지하지 못하면 현재 출산율이 1.8명인 북한이 침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자는 또 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5월 X(옛 트위터)에 한국의 저출산율을 언급하며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3세대 안에 한국 인구가 현재의 6%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현재 5100만 명에서 300만 명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국의 저출산율 문제가 국제적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오래됐다. 데이비드 콜먼(Coleman) 영국 옥스퍼드대학 명예교수는 이미 지난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이 지구상에서 인구가 소멸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세계적인 인구학 권위자인 그는 지난 5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www.kppif.org)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좀 더 구체적인 시간표를 내놨다. “여성들이 가정에서 과도한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게 하는 구조를 깨부수지 않으면 한국의 출산율은 더욱 낮아질 겁니다. 이대로면 2750년엔 한국이란 나라가 소멸(extinction)할 수도 있어요.”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1.3명) 보다도 낮다. 매일 포탄이 떨어지고 아이들이 죽어가는 전쟁터보다도 우리 사회가 아이를 낳아 키우기가 더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 1명 아래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지난해 OECD 국가 중 한국(0.78명) 바로 위, 꼴찌에서 둘째인 이탈리아의 합계출산율이 1.24명이었다. 그야말로 독보적 저출산국 1위다. 전 세계 217개 국가 중에서 한국보다 합계출산율이 낮은 국가와 지역은 홍콩 뿐이다.

저출산이 불러온 문제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산부인과와 소아과는 의대생들의 기피전공 1호가 된 지 오래고, 아이를 출산하려고 ‘산부인과 찾아 삼만리’를 했다는 게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생이 사상 처음으로 4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교육부 예측도 나왔다. 현재 초등 1학년인 2016년생은 40만6243명이 태어났으나 2024년에 입학하는 2017년생은 35만7771명으로 5만 명 가까이 줄었다. 2016년의 합계출산율은 1.172명이었으나 2017년엔 1.052명으로 하락, 1명대를 간신히 턱걸이했다. 2027년에 초등 입학생은 다시 30만 명 아래로 떨어진다. 이 해에 입학하는 아동은 2020년생인데 그해에 출생아 수가 27만2337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학생수가 감소하니 소규모 학교 통폐합이 가속화될 것이고, 도서 산간지역 학생은 학습권이 침해될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도 초등학교가 통폐합됐다는 소식도 들렸다. 연쇄적으로 중, 고, 대학교로 파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출생률 저하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구매력 감소는 장기 저성장 등 부작용을 초래해 국가적 위기를 부를 것이 확실하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은 출산율이 현재 추세를 유지한다면 2050년부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를 했다. 한국 총인구는 2070년에 4000만 명 밑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해결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시행 중인 것도 있고 대책을 제시된 것도 있다. 핵심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접근하느냐와 추진하느냐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다우서트는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독특하고 잔혹한 학업 경쟁문화’ ‘학부모의 불안과 학생의 불행을 부추기고 가정생활을 지옥으로 만드는 잔인한 경쟁문화’를 꼽았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경쟁에 내몰려 초중고는 물론 대학, 직장, 사회 곳곳에 만연한 경쟁문화를 경험하고 극소수만 살아남는 전쟁터 같은 환경에서 젊은이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기를 바라는 건 무리일 것이다.

한국은행의 보고서도 경쟁압력 체감도가 높은 집단(0.73명) 보다 낮은 집단(0.87명)의 희망 자녀 수가 유의미하게 많았다는 점을 확인하고 경쟁압력을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수도권 집중이 경쟁압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보고 수도권 집중 완화와 함께 집값, 가계부채를 안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인구집중도, 혼외출산 비중, 청년 고용률, 육아휴직 실질 이용기간 등을 OECD 평균치에 맞춰도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라떼파파
스웨덴 스톡홀름 교외의 한 공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라떼파파'와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젊은 엄마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송문석).

너무나 당연한 주장이고 대책이다. 그러나 서울이 폭발할 정도로 비대하고 집중화돼 있는데도 ‘메가서울’을 만들겠다고 요란을 떨고 있는 요즘이다. 혼외출산을 했다가는 집안 망신시켰다고 손가락질당하고 내쫒길 판에 어떻게 미혼 비혼출산이 가능할까.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나라들의 비혼출산율이 전체 출산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결혼식을 하고 혼인신고를 해야만 정상적인 부부로 인정하는 유교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한 어려운 숙제다.

여성들의 가사노동과 아이 돌봄 부담도 출산 기피의 원인이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감당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벅차다. 남성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OECD에서 세 번째로 긴 노동시간에다 고용불안, 퇴근 후 업무의 계속 등은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06년부터 정부는 출산율 증가를 위해 무려 38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은 줄곧 내리막길로 치달았고 올해 2분기와 3분기 연속 0.7명이라는 통계치에서 보듯 한마디로 실패한 정책이었다. ‘돈 줄테니 아이 낳아라’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예산을 투하했으나 가뭇없이 돈만 사라지고 말았다. 아무리 돈을 떠안겨도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출산친화적 사회’가 되지 않는 한 출산율은 올라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이대로 지구상에서 사라질 리도 없고 그렇게 돼서도 안된다. 우리는 대한민국 소멸 위기를 멈출 브레이크를 갖고 있는가. 대한민국이 사라진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사람들은 바다 건너 파란 눈의 외국인이고, 정작 우리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데워지는 냄비 속에서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현재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오늘도 여전히 용산과 여의도에서는 대한민국 소멸에 대한 위기의식은 없고 한심한 정쟁으로 도토리 키재기식 싸움소리만 요란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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