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문화마을,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주민들의 불편한 속마음을 관광객들은 헤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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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문화마을,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주민들의 불편한 속마음을 관광객들은 헤아려야
  • 취재기자 최동현
  • 승인 2023.11.16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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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부산의 대표 관광지 감천문화마을
아름다운 겉모습과는 달리 점점 곪아가는 마을의 내부… 감천문화마을의 이면

부산에 놀러 온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해져 버린 ‘감천문화마을’이다.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감천문화마을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은 부산에 모였다. 부산의 평지 지역은 이미 많은 피난민의 거주 지역이 돼 있었다. 자리 잡지 못한 피난민들은 산비탈인 이곳, 감천2동에 집을 짓고 마을을 꾸리며 역사가 시작됐다

산비탈에 형성된 감천문화마을의 많은 주택들(사진: 취재기자 최동현).
산비탈에 형성된 감천문화마을의 많은 주택들(사진: 취재기자 최동현).

산자락을 따라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계단식 주거 형태는 감천문화마을만의 독특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마추픽추 혹은 산토리니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주거 형식이다. 뒷집을 가리지 않고, 옆집과 딱 붙여진 감천문화마을은 요즘과는 반대되는 느낌을 준다. 이웃 주민들과 살을 부비고 살았던 옛정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교통과 일상생활이 불편한 마을의 태생적 한계와 낙후한 주거 환경 때문에 감천문화마을은 인구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23년 9월 발표한 행정안전부의 인구통계에 따르면, 감천2동에는 5000여 명이 살고 있다.

1960~1970년대 초기 재개발이 이루어지던 시절, 지형 특성상 도시개발과 아파트 건축이 힘든 감천문화마을의 재개발은 오랜 시간 미루어졌다. 부산 사하구는 감천문화마을이 지닌 역사적 가치와 특색을 지키기 위해 옛것에 새로운 매력을 더하는 방식을 택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프로젝트에 당선되어 감천 곳곳에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예술작품이 설치된 것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골목길마다 예쁜 벽화들이 그려졌다. 마을 외관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다. 감천 주민들을 위해 수도와 전기 등의 생활환경이 개선됐다. CCTV도 설치하고, 마을의 공공시설도 재정비 했으며 노후주택도 수리하는 등 주민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였다. 마을을 살리려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2019년에는 무려 308만 명이, 2022년에는 175만 명이 감천문화마을을 찾았다.

BTS 지민과 정국을 그린 감천문화마을의 벽화(사진: 취재기자 최동현).
BTS 지민과 정국을 그린 감천문화마을의 벽화(사진: 취재기자 최동현).

감천문화마을이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역설적으로 본래 사람이 살던 감천문화마을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날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사람들이 감천문화마을을 방문한다. 관광객들이 많아질수록 주민들은 떠밀린다. 감천문화마을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사는 집이 관광지 골목에 있어서 주민들의 사생활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주택들도 관광 구역이라 생각한 관광객이 대문을 벌컥 열어댄다. 지친 주민들은 한여름에도 대문을 잠그고 있다. 대문뿐 아니라 창문도 마음 놓고 열지 못한다. 관광객들이 피워대는 담배연기 때문이다. 어디를 찍는지 모를 카메라 셔터 소리는 주민들을 괜히 불안하게 만든다. 옥상에서 햇빛을 쬐며 편하게 쉬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찍고 있을까봐 걱정이다. 널어둔 속옷이 찍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빨래도 편하게 못한다.

감천문화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어린왕자 작품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사진: 취재기자 최동현)
감천문화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어린왕자 작품과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사진: 취재기자 최동현)

감천문화마을에 거주하는 할머니 신순자(73) 씨는 “한여름에도 대문과 방문을 다 닫고 있어야 한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신 할머니는“외국인 관광객들은 말이 통하질 않아서 우리가 참아야 한다. 불편하다고 어디에다 얘기해도 들어주지도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감천문화마을 곳곳에 지역 주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는 삼가달라는 푯말이 있다. 많은 사람이 방문하다 보니 잘 지켜지지 않는 모양이다. 이런 불편을 버티지 못한 주민들은 계속해서 떠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은 6·25 전쟁의 피난민들의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해 현재 부산의 현대사를 보여주는 의미가 큰 곳이다. 부산의 대표 관광지로 꼽히게 된 감천문화마을, 아름다운 겉모습과는 달리 속은 비어가고 있다. 계속해서 불편함을 얘기하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감천문화마을에 갈 때, 길을 잘못 들어오는 사람들이 가끔 보인다. 한국인 관광객, 외국인 관광객 가릴 것 없이 버스 정류장을 잘못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 높은 오르막길을 힘들게 올라가야 한다.

시내버스 87번을 탄 후 까치새길입구 정류장에 내리면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길을 마주하게 된다. 감천문화마을로 편하게 가기 위해서는 시내버스 87번이 아닌, 마을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시내버스 87번을 타고 내려서 걷지 말고, 토성역·아미동입구 정류장에서 내려서 마을버스 1-1번, 2번, 2-2번으로 환승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을버스는 감천문화마을 바로 앞에 정류장이 있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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