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이 "홍수 줄였다" "홍수 키웠다" 뜨거운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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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홍수 줄였다" "홍수 키웠다" 뜨거운 공방
  • 취재기자 조재민
  • 승인 2020.08.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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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집중 호우로 섬진강 낙동강 제방 붕괴
정치권 때 아닌 '4대 강 사업' 공방... 학계도 의견 분분
지난 9일 경남 창녕군 이방면 낙동강 본류 합천창녕보 인근에서 흙과 자갈을 쌓아 유실된 제방을 복구하고 있는 모습(사진: 창녕군 제공).
지난 9일 폭우로 붕괴된 경남 창녕군 이방면 낙동강 본류 합천창녕보 인근의 제방에서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사진: 창녕군 제공).

섬진강과 낙동강 제방이 무너지는 등 장마로 인한 피해가 커진 가운데,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섬진강 일대에 홍수 피해가 난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4대강 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낙동강 합천창녕보 인근 제방 붕괴에 대해서는 "4대강 사업으로 설치한 보(洑)가 원인"이라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여야 정치권의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4대강 사업은 한강·영산강·금강·낙동강을 대상으로 이명박 정권 시절 홍수 예방과 생태 복원을 명목으로 진행된 대대적인 치수 사업이다. 예산 22조 원을 투입해 수해 예방 및 수자원 확보를 위해 4대강 바닥을 준설하고, 16개 보를 설치한 것이 골자였다.

설계 당시 강바닥을 파내는 준설 작업이 '물그릇을 키우는' 역할을 해 홍수 예방과 가뭄 대비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후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는 정권에 따라 정반대의 평가를 받았다. 2014년 12월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4대강 사업 주변 홍수 위험 지역 중 93.7%가 예방 효과를 봤다"고 발표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들어서인 2018년 7월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의) 홍수 피해 예방 가치는 0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평가가 정권에 따라 달라지자, 과학적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회의에서 “홍수 피해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 댐 관리,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 및 평가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기회라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4대강 사업의 홍수예방 기능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4대강 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 뻔 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4대강 사업을 끝낸 후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하태경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 재평가’와 관련된 글을 올렸다(사진: 하태경 페이스북 캡처).
지난 10일 하태경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 재평가’와 관련된 글을 올렸다(사진: 하태경 페이스북 캡처).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섬진강 제방 붕괴와 하천 범람이 이어지면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번 기습 폭우에 섬진강 유역의 피해가 가장 컸다. 4대강 사업에 섬진강이 포함됐고 지류와 지천 정비 사업이 지속했다면, 이번 재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대강 사업이 홍수를 막았다니,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국이 집중 호우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와중에 뜬금없이 '4대강 사업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재난을 핑계 삼아 자신들의 치적을 홍보하려는 통합당의 치졸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부산대 토목공학과 신현석 교수와 가톨릭 관동대 토목공학과 박창근 교수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4대강 사업을 놓고  각각 긍정·부정론을 펼쳤다.

신현석 교수는 이날 "4대강 사업으로 한강, 낙동강, 금강 등의 하천을 준설하고 둔치나 무단 경작지의 비닐하우스 등을 정비하는 등 본류 사업 구간의 치수 ‘안정성 측면’에서 상당한 기여를 했다"며 "하천 폭을 넓혀 깊이를 깊게 하고, 주변에 있는 저작물을 제거해 물을 잘 빠지게 하는 4대강 본류 사업으로 홍수 피해가 증가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창근 가톨릭 관동대 교수는 "섬진강은 물이 넘친 것이 아니라 큰 홍수에도 물을 바다로 보내기에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가로막는 제방 관리가 잘못돼서 붕괴가 일어났다”며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기에 섬진강 제방이 붕괴됐다는 논리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보는 하천 수위를 상승시켜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는 구조물"이라며 "4대강 사업에서의 보는 홍수 조절 기능 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공과 논쟁은 여야 정치권을 떠나 학계에서도 또 한 번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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