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 여성들이 안심하고 쓸 제품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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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거진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 여성들이 안심하고 쓸 제품은 없는가?
  • 취재기자 조봉선
  • 승인 2020.05.2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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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나트라케어’ 화학성분에 “허위 품질신고와 거짓광고, 엄중히 조치할 것” 밝혀
전면 반박 나선 나트라케어, “이미 2016년에 무혐의 처분 받은 일, 법적 대응할 것”
연이은 생리대 유해성분 논란에 여성들 불안감 증폭, “생리대, 믿고 사용 못 하겠어”
대체제품으로 떠오른 면 생리대와 생리컵, 일각에서는 대체 불가능하다 말하기도

유기농 생리대로 잘 알려진 ‘나트라케어’의 화학성분 논란이 발생하면서 생리대 사용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입 생리대 ‘나트라케어’에 사용된 접착제 성분을 허위로 품목 신고한 후 거짓 광고한 바디와이즈아시아 및 ㈜나트라케어 대표 A 씨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발표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A 씨는 나트라케어 총 18개 제품의 품목신고 자료에 접착제로 식물 성분인 ‘초산전분’을 기재했으나 실제로는 합성고무의 일종이자 화학합성 접착제인 ‘스티렌 블록공중합체’를 사용했으며, 일부 품목의 경우 방수층 성분을 ‘바이오 필름’을 사용하고도 ‘폴리에틸렌 필름’으로 허위 신고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사 생리대를 ‘식물성분 접착제, 녹말풀 100%, 소재부터 제조공정까지 화학성분을 모두 배제한 제품’ 등으로 거짓 광고해 총 1340만 팩, 408억 원 상당의 생리대를 판매했다고 한다. 식약처는 “화학성분을 사용했는데도 자연 성분 생리대인 것처럼 광고해 소비자가 더 비싼 금액에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거짓으로 품목 신고해 관리 당국을 속인 악질적인 범죄인만큼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리대 브랜드 ‘나트라케어’의 광고 모습이다. 5월 7일, 식약처는 나트라케어의 화학성분 사용 의혹을 제기하며 ㈜나트라케어 대표 A씨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사진: 유튜브 캡처).
생리대 브랜드 ‘나트라케어’의 광고 모습이다. 5월 7일, 식약처는 나트라케어의 화학성분 사용 의혹을 제기하며 ㈜나트라케어 대표 A 씨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사진: 유튜브 캡처).

이에 나트라케어 측은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바디와이즈아시아는 8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 수입·유통되는 모든 제품은 식약처에 정상적으로 변경 품목 신고 승인을 받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바디와이즈아시아의 입장문에 따르면, 나트라케어는 2006년 한국에 최초 품목신고를 할 때 당시 기준으로 품목신고를 접수했으며, 식약처로부터 정상적으로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또 생리대 접착제의 화학합성 성분 사용에 대해서는 2016년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이 나트라케어 접착제 성분을 조사하면서 전분 성분이 검출돼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바디와이즈아시아는 “식약처는 당사를 허위 광고를 해 관리당국을 속인 기업으로 매도하는 등 분노와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그에 상응한 법적 대응을 제기해 부당한 처우를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트라케어 측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트라케어에서 논란이 된 ‘스티렌 블록공중합체’의 스티렌 성분은 지난 2017년 ‘릴리안’ 생리대 파동 당시 발암물질로 언급됐던 성분인데다 오랜 시간 노출될 경우, 생리량과 주기 및 생식 기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식 독성 성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트라케어는 릴리안 생리대 파동 이후 믿고 쓸 수 있는 천연 생리대로 급부상하면서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사용해온 여성들이 느낀 배신감은 이로 말할 수 없다. 대학생 김민지(22, 경남 창원시) 씨는 “릴리안 사태 이후 유기농 생리대로 유명하다고 해서 믿고 여태까지 사용해왔었는데 유해성 논란이 터지니 배신감이 매우 크다”며 “여성들이 믿고 쓸 수 있는 생리대는 정말 없는 것 같아 서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혜리(28, 경남 창원시) 씨는 “화학성분을 사용했든 안 했든 일단 논란이 발생한 이상 나트라케어를 다시 쓰기는 힘들 듯 하다”며 “앞으로 다른 생리대들이 유기농 생리대라고 광고를 해도 믿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서는 나트라케어를 사용하면서 얻은 피해를 호소하며 이를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들은 공통적으로 나트라케어 사용 이후 생리량은 감소하고 생리통이 심해졌다고 설명하며 믿고 사용했던 유기농 생리대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고 이야기했다. 그 외에도 생리불순, 가려움증, 피부 질환의 발생, 악취 등을 언급하며 나트라케어 사용에 대한 불만들을 토로했다.

잇따른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 이후 여성들은 안전성을 위주로 생리대를 구매하고 있다. 여성 케어 브랜드 ‘오드리선’이 20대부터 50대 여성 2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기농 및 친환경 생리대 인식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이 생리대를 구매할 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로 ‘안전성(49.0%)’을 많이 꼽았다고 한다. ‘흡수력(24.0%)’, ‘착용감(19.8%)’, ‘통기성(7.3%)’은 그 뒤를 이었다.

오드리선의 유기농 및 친환경 생리대 인식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이 생리대를 구매할 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는 ‘안전성’이었다고 한다. 사진은 어느 한 대형마트 생리대 판매대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조봉선).
오드리선의 유기농 및 친환경 생리대 인식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이 생리대를 구매할 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는 ‘안전성’이었다고 한다. 사진은 어느 한 대형마트 생리대 판매대의 모습(사진: 취재기자 조봉선).

덩달아 일회용 생리대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그 중에서도 면 생리대와 생리컵은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제품 가운데 하나다. 가정주부 차모(49, 부산시 사하구) 씨는 2017년 릴리안 생리대 파동 이후 면 생리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면 생리대 사용 3년 차에 접어든 차 씨는 일회용 생리대보다는 면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이 여성의 몸에도 더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차 씨는 “생리대 유해 성분 논란 이후 쭉 면 생리대를 쓰고 있는데 확실히 일회용 생리대보다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아 편하다”며 “나처럼 피부가 민감하거나 유해 성분이 걱정되는 사람은 일회용 생리대 대신 면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소연(22, 경남 마산시) 씨는 생리컵을 사용하는 것이 신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편하고 좋다고 말했다. 김 씨 또한 일회용 생리대 유해 성분 논란 이후 생리컵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생리컵을 사용하면서 김 씨는 단점보다는 장점을 많이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김 씨는 “생리컵은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유해 성분 걱정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며 “생리컵을 쓰기 시작한 이후 생리를 하는 날에도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게다가 생리컵은 한 번 사면 오랜 기간 쓸 수 있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좋다”며 “여러 방면에서 생리컵은 일회용 생리대 대체제로 아주 적합한 제품이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많은 여성들이 면 생리대나 생리컵 등을 일회용 생리대의 대체품으로 사용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많은 여성들이 면 생리대나 생리컵 등을 일회용 생리대의 대체품으로 사용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그러나 면 생리대와 생리컵은 완벽한 대체품이 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대학생 박소현(22, 경남 창원시) 씨는 면 생리대는 여러 불편한 점이 많아 일회용 생리대를 대신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박 씨는 “면 생리대는 사용하고 난 후에도 계속 가지고 다녀야 하고, 일일이 손빨래를 해줘야 한다”며 “한 번 사용하고 버리면 되는 일회용 생리대보다 귀찮고 불편한 점이 많기 때문에 면 생리대가 일회용 생리대를 대체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22, 부산시 사상구) 씨는 생리컵을 일회용 생리대의 대체 제품으로 쓰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누구나 사용하기 쉬운 일회용 생리대에 비해 생리컵은 사용하기 까다롭고 어렵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이 씨는 “생리컵을 사용하려면 질 입구부터 자궁 경부까지 길이를 일일이 확인해 이에 맞는 길이와 사이즈의 제품을 찾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조금이라도 안 맞으면 이물감이나 통증이 느껴지기 때문에 오히려 생리대를 사용할 때보다 고려해야 할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지은(22, 경남 김해시) 씨는 생리컵도 일회용 생리대 못지않게 여성의 몸을 해롭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생리컵은 몸 안에 삽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질염에 걸리기 매우 쉽다”며 “내 주변에서도 생리컵을 사용했다가 질염에 걸렸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또 최 씨는 “게다가 생리컵을 잘못 사용했다가는 독성쇼크증후군이 올 가능성도 높다는 말도 들었다”며 “생리컵도 그다지 안전하지는 못한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어느 하나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 속에서 여성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정주부 김정희(31, 경남 창원시) 씨는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아직도 이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없어 머리가 아프다”며 “매월 생리를 하는 여성들에게 있어 필수품인 생리대를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없어 이제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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