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동병원 권명환 의사 ‘서툴다고 말해도 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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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동병원 권명환 의사 ‘서툴다고 말해도 돼’ 출간
  • 취재기자 송정빈
  • 승인 2020.01.2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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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달려온 우리 마음을 토닥여 줄 ‘마음닥터’의 편지에세이
동명의 KNN라디오 화제의 코너 진행 기록 엮어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라는 따뜻한 속삭임 음악처럼 전편에 깔려
서툴다고 말해도 돼 표지
'서툴다고 말해도 돼' 표지 사진

“연애가 힘든 사람, 자신이 불행하다 여기는 사람, 대인관계에서 힘든 사람 모두 자존감 문제와 연관이 있습니다.(...)정신과 의사인 저 또한 원래는 자존감이 매우 낮은 편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제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또래관계에 서툴렀고, 철학이나 문학, 미술에 관심이 많은 외톨이였죠. 더군다나 제 팔에는 아직도 큰 화상 흉터가 있습니다. 열등한 게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인데, 친구들의 놀림을 받다 보니 엄청 주눅이 들어 있었고 스무 살까지도 한여름에 반소매 티를 입지 못했습니다. 일상과 대인관계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죠. 정신과 의사로 살다 보니 ‘사람 사는 게 비슷하다는 걸, 각자 저마다의 고민과 상처를 안고 서툴게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런 공감이 저 자신은 물론 환자분들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데 도움을 주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저로 인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마음의 문제를 극복하는 사람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제가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드리지만 저 또한 상담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셈이죠.(...)”

권명환 부산 해동병원 의사
권명환 부산 해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권명환 부산 해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서툴다고 말해도 돼>(호밀밭)를 펴냈다. 부제는 ‘마음에 서툰 당신에게 건네는 마음닥터 권명환의 작은 편지들.’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KNN라디오 ‘센텀온에어’ 속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코너에서 한 이야기들을 묶은 것이다.

책은 10장 46편의 읽기 편한 짤막한 글들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의 주제는 ‘자신에게 서툰 당신에게’ ‘사랑에 서툰 당신에게’ ‘외로움에 서툰 당신에게’ ‘화에 서툰 당신에게’ ‘상처에 서툰 당신에게’ ‘표현에 서툰 당신에게’ ‘슬픔에 서툰 당신에게’ ‘용서에 서툰 당신에게’ ‘선택에 서툰 당신에게’ ‘거리두기에 서툰 당신에게’ 등이다.

책은, 누구나 서툰 구석이 있고, 우리 모두 인생에서 초보이고 신입생이며,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완성 ‘되어가는’ 과정에 있기에 서툰 건 당연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거짓말을 하는 심리와 거짓말에 속는 심리, 즉 속고 싶은 심리 모두가 낮은 자존감 탓에 빚어지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지?

저자는 ‘삶의 속도’를 ‘느리게’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간단하게는 밥 먹는 속도를 줄여보고, 천천히 걸어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 속에 실존하는 자신을 느껴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석양이 물든 시간, 혼자 바람을 맞으면서 느끼는 외롭거나 쓸쓸한 기분, 마음껏 울 수 있는 시간, 텅 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추억들, 그런 느낌에 집중해본다면 자신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조언도 있다. 저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은 ‘실은 상대를 잊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나를 잊지 못하는 것이다. 순수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나 자신, 상대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던 그때의 나에 대한 미련인 것’이라면서 ‘다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선, 상대를 떠나보내려 애쓰는 것보다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이 담긴 기억 앨범을 먼저 내려놓’을 것을 권한다.

각 장의 소제목들 중에서 끌리는 부분을 먼저 찾아 읽어도 무방한 책이다.

■소제목들은 다음과 같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 외모가 전부는 아닌데/ 남의 판단에 나를 맡기는 사람/ 자신을 혹사시키는 사람/ 낮은 자존감의 다른 표현, 거짓말/ 너에게서 나의 약함이 보일 때/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 사랑에 빠지다/ 좋아하는 걸까? 사랑하는 걸까?/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사람/ 남자의 사랑, 여자의 사랑/ 반대가 끌리는 이유/ 호감을 얻는 법/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 외로움 유전자/ SNS 가운데서 외로움을 외치다/ 은퇴 증후군/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 고독의 부작용/ 외로움도 잘만 쓴다면/ 나는 오늘도 ‘욱’한다/ 내면 아이/ 위장 분노/ 화만이 목적이다/ 현명하게 화내기/ 트라우마/ 상처, 그 후/ 잠복 트라우마/ 유전, 전염되는 트라우마/ 치명적 상처, 아동학대/ 상처를 다스리는 법/ 욕 하는 이유/ 거절하는 방법/ 서운함을 표현하는 방법/ 조언의 방법/ 긍정 표현법/ 소통의 문을 여는 열쇠/ 죽음의 애도기간/ 끝내지 못한 애도/ 슬픔을 달래는 방법/ 쉽지 않은 용서/ 상처 놓아주기/ 나를 향한 용서/ “나는 아무거나”/ 결정의 마감시한/ 여행의 역설 : 떠나야 잘 보인다

책 말미에는 편집자의 단상이 적혀 있다. 그도 저자에게서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대목이 있다.

“내가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일 때, 그의 말은 언제나 힘을 발휘한다. ‘은지 씨는 그저 남보다 조금 예민한 거랍니다. 그런 예민함이, 글을 쓰는 은지 씨에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겁니다.’”

한편, 저자 권명환 의사는 서울대에서 미학을 공부한 뒤 정신과 의사가 된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의대에서 문학과 미술을 가르쳤고, 김정란 시집 <용연향> 해설을 계기로 문학평론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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