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결혼은 처음이라.. 결혼에 대한 틀을 깨어준 지호와 세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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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결혼은 처음이라.. 결혼에 대한 틀을 깨어준 지호와 세희의 이야기
  • 부산시 북구 구다민
  • 승인 2019.12.20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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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이번생은 처음이라' 포스터(사진: tvN)

“모르겠어요.. 제가 결혼은 처음이라. 사랑도.. 그래서 모르는 게 많은데, 하나는 확실히 알아요. 마음은 뺏고 잡는 게 아니잖아요. 오는 거지.”

결혼은 처음이라 서툴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지만, 사랑에 대한 생각만큼은 누구보다 확고한 이 여자는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덜컥 하우스 푸어를 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대범한 여주인공 ‘지호’다. 경상도에서 태어났지만, 작가가 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지호는 30살이 되었지만, 제대로 된 작품 하나 쓰지 못한 채 막내작가 일을 하고 있다. 유일한 자신의 보금자리인 전셋집조차도 사고를 쳐버린 동생 부부로부터 빼앗기게 된 지호는 친구 지인의 도움을 통해 하우스 푸어를 하기로 결정한다. 상대방의 이름은 ‘세희’. 메시지를 통해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고 집에서 만나기로 한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보자마자 까무러치게 놀라게 된다. 지호가 여자라고 생각했던 세희는 남자였고, 세희 또한 지호가 남자인 줄 알았지만 이 사실을 만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세희와 지호는 당황스러운 첫 만남을 시작으로 하우스 푸어의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이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동거가 시작된다.

드라마의 제목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공감을 이끌어 낸다. 우리는 모두 정말 이번 생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살아가면서 서툰 점도, 힘든 점도 많을 것이고,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모든 사람이 살아가면서 남들은 모를 자신만의 상처를 가지고 있고, 그 상처가 어떻게 ‘사람’을 통해 치유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황당하면서도 어쩌면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이 두 사람은 처음엔 평온한 듯 보였지만, 지호가 세희를 좋아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진다. 세희는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자신만의 틀에 갇혀, 누구에게도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 인물이 정말 솔직하고 순수한 지호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점차 자신의 상처를 극복해 나가고, 오히려 지호를 감싸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과정을 드라마는 그리고 있다. 또한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대한 관념을 비판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과거부터 집안과 집안과의 연결, 거추장스러운 겉치레가 많은 제도 중의 하나였다. 한 인간과 인간이 평생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채 시작한 결혼 생활은 오히려 그 두 사람이 아닌 다른 주변 인물들을 통해 망가지고, 변색해버린다. 추석에는 의무적으로 서로의 부모님을 뵈러 가야하고, 주기적으로 안부인사까지 드려야 하는 지금의 결혼 생활은 어쩌면 두 사람이 처음 시작하고자 했던 사랑의 형태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극 중에서는 정민이라는 인물은 이런 말을 한다.

“결혼은..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얽혀있는 일 같아요. 문제는.. 그 사랑들이 하나같이 다 진심이라는 거죠. 알고 보면 하나같이 다 예쁜 마음인 건데.. 근데 예쁜 것들도 얽히고설키면 그게 원래 어떤 예쁜 모양이었는지 알아볼 수가 없어지니까.. 그게 원래 무슨 사랑이었던 건지 알 수가 없어지니까..”

결혼은 둘러싼 모든 사람의 마음은 처음엔 다 예쁜 마음이었지만, 이것들은 얽히고설켜 본래의 그 모양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다. 우리나라 결혼제도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했다. 드라마 속 지호와 세희 커플은 결국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 채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본인들의 마음에 충실한다. 오롯이 둘만의 관계에 집중하고, 그 무엇보다도 본인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서툴렀던 하우스 푸어 결혼을 시작으로 점차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나가며, 결국 다른 어떤 것 보다 자신들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을 가진 채 정말 제대로 된 결혼을 시작하게 된 이 두 사람. 이 두 사람을 보면서 결혼을 준비하거나 생각하는 모든 사람이 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본래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결혼의 형태는 어떤 것이었는지, 왜 결혼하고 싶었던 것인지를 차근히 짚고 넘어가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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