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딸, 아내 그리고 엄마, 82년생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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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딸, 아내 그리고 엄마, 82년생 김지영
  • 부산시 남구 김지호
  • 승인 2019.12.1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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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82년생 김지영'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주인공 지영을 통해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그리고 엄마인 대한민국 여성들의 이야기이자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여성으로서 대한민국에 태어나 살아가는 삶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을 잃고 남의 목소리를 빌려 하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지영을 통해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영화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응원과 위로 그 이상의 의미를 담은 영화이기에 우리의 삶에 큰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주인공 지영은 이제 29개월이 된 딸 아영을 키우며 문득 어딘가에 갇힌 듯 답답하기도 하여 종종 멍하니 창밖을 바라볼 때가 있다. 그런 일이 좀 심하게 다가올 때는 자신도 모르게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하는데 남편 ‘대현’은 처음 그런 사실을 깨닫고 아내가 상처 입을까 두려워 그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끙끙대다가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한다. 아영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나면 더욱더 멍하게만 있는 시간이 잦아지고,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은 불안감과 여자로서의 삶에 대한 가치관이 점차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후 지영은 본인이 할 만한 일들을 알아보던 중 함께 일했던 직장동료로부터 연락이 온다. 그녀는 회사 경비원이 여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고 이후 김 팀장이 독립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영은 팀장에게 연락한 뒤 같이 일을 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 예전에 싹싹하게 일을 잘했던 지영을 긍정적으로 보던 팀장은 지영의 제안을 수락하고, 지영은 본인이 일하는 시간대의 베이비시터를 구하기 시작하기만 쉽게 구해지지 않는 모습을 보며 남편 대현은 본인이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알게 된 시어머니는 지영의 친정엄마에게 전화하여 따지기 시작하고 지영이 가끔 빙의된다는 사실까지 말하게 된다. 이렇게 지영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친정엄마는 지영의 집을 방문하게 되고 이야기를 하던 도중 지영은 할머니로 빙의하여 엄마에게 사과하게 된다. 이 사건 이후 친정엄마는 집에 누워있기만 하던 중 아버지가 들어와 막내아들의 한약을 지어왔다고 한다. 아들만 챙기는 아버지에게 딸이 허깨비가 되어가는데도 아들만 챙기냐며 화를 낸다. 이 사건 이후 더는 숨길 수 없었던 대현은 지영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여 지영은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된다. 이후 정신과 치료를 다니며 많이 회복되었고 작가가 된 모습을 영화는 끝이 나게 된다.

82년생이면 어느 정도 남성들과 동등한 교육도 받고 사회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만큼 인정받으며 사회 일을 하던 시기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여성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학력과 상관없이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의 월급으로 살림만 하고 있다며 누군가는 팔자 좋은 여자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커리어를 포기하고 아이를 키우는 일은 본인의 인생을 포기하고 누군가의 엄마, 아내로만 살아가는 것은 여성들에게 무기력함을 더해주고 자기 정체성을 잃는 행위이기도 했다.

영화에서 김 팀장은 지영의 삶과는 다르게 워킹맘으로 살아왔다. 어린 지영은 그녀를 워너비로 생각했다. 김 팀장은 여성으로서 엄마와 직장인의 역할을 모두 감당해야 했지만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힘든 구조에 놓여 있었다. 현재 워킹맘들은 혼자 만들어서 낳은 것도 아닌 아이를 혼자 감당해야 해야 하므로 사회의 진출에 뒤처지고 있다. 여성과 남성 모두가 동등하게 육아를 맡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었고 그러한 문제를 영화에서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지영의 남편 ‘대현’은 아내를 위해 육아휴직까지 생각하는 요즘 젊은 시대의 남편상이었다. 하지만 영화 속을 들여다보면 집안일과 육아는 거의 지영의 몫이었고, 대현은 그런 지영을 보며 걱정만 할 뿐 실질적으로 많은 일을 돕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심각한 문제에 대해 혼자서만 생각하고 워크숍을 핑계로 아내인 지영을 혼자 정신병원을 보낸 일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남성들은 주말에 한두 시간 동안 놀아주고 제 역할을 끝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도와주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하는 본인의 일이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남성들을 포함해 남녀노소 모두가 참된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게 바로 이 영화의 해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1982년에 4월 1일, 서울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키 50cm, 몸무게 2.9kg으로 태어났다. 이 부분은 영화의 제일 마지막에서 나오는 장면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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