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토이스토리4’, ‘말리피센트2’, ‘겨울왕국2’의 공통점은?...‘어른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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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토이스토리4’, ‘말리피센트2’, ‘겨울왕국2’의 공통점은?...‘어른이’ 영화
  • 취재기자 김태연
  • 승인 2019.11.1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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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차 관람, 굿즈 구입, OST 듣기는 필수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어른이들, 영화로부터 희망 얻고 힐링

대학생 권수현(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자칭 키덜트다. 그녀는 디즈니 영화를 어린이보다 더 좋아한다. 디즈니 영화가 개봉하는 날에 맞춰 보러가고, N차 관람은 기본이다. 영화관에서 나오는 굿즈 뿐만 아니라 캐릭터가 그려진 생활용품도 사 모은다. 디즈니 모든 영화에 애정이 깊은 그녀는 “디즈니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나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긴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을 아이들만 보는 시대는 지났다. 과거 어린아이들을 위한 만화영화 정도로 치부되던 애니메이션이 스토리와 영상미를 더하며 키덜트 ‘어른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른이’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영화, 만화, 장난감 등을 광적으로 좋아하고 그래서 이와 관련된 물건들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어른을 가리킨다. ‘어른’과 ‘어린이’를 합친 말이다.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뜻하는 ‘키덜트’와 동일한 뜻의 신조어다.

애니메이션은 어른이들인 20~40대에게 골고루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온라인 여론조사 기업 ‘두잇서베이’가 전국 성인 4932명을 대상으로 애니메이션과 디즈니에 대해 질문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역대 외국영화 박스오피스 10위 중 3위가 디즈니의 <알라딘>, 6위가 디즈니의 <겨울왕국>이다. CGV리서치센터 조사결과에 나타난 ‘알라딘’의 연령별 관객 비율은 10대 10.7%, 20대 34.4%, 30대 27.3%, 40대 26.6%로 집계됐다. 20대와 30대, 심지어 40대 관람 비율이 10대보다 높았다.

<토이 스토리4> 또한 마찬가지다. 6월 20일부터 6월 23일까지 영화관객을 분석한 결과, 20대(37.2%), 30대(30.2%), 40대(26.0%)가 대부분이었다. 이 영화 역시 20-40대의 선택을 많이 받았다. 또, 10월 18일 개봉한 <말레피센트2>가 11월 4일 기준 관객 수 131만명을 돌파했다.

역대 외국영화 박스오피스 10위 중 3위가 디즈니의 알라딘, 6위가 디즈니의 겨울왕국이다(사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홈페이지 캡처).
역대 외국영화 박스오피스 10위 중 3위가 디즈니의 알라딘, 6위가 디즈니의 겨울왕국이다(사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홈페이지 캡처).

이런 통계들은 어른이들이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즈니 실사 영화를 좋아함을 의미한다. 디즈니는 과거에 개봉했던 명작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는 디즈니 라이브액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말레피센트>, <미녀와 야수>, <알라딘>이 재개봉해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개봉해 큰 인기를 끈 <알라딘>은 1972년 개봉했던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했지만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재해석했다. <알리딘>에서 디즈니의 수동적인 공주들에 비해 당당하고 진취적인 모습의 쟈스민 공주의 활약이 눈에 띤다. <알라딘>을 재밌게 관람한 대학생 장현아(22, 부산시 사하구) 씨는 “쟈스민 공주를 연기한 배우 나오미 스캇의 싱크로율이 높았고, 스토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여권신장을 반영한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CGV 센텀시티점 씨네샵에 전시된 디즈니 굿즈들을 어른이들이 구경하는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CGV 센텀시티점 씨네샵에 전시된 디즈니 굿즈들을 어른이들이 구경하는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어른이들은 구매력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애니메이션을 즐긴다, 어른이들은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넣은 굿즈를 수집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멀티플렉스극장 CGV는 영화 전문 굿즈숍 ‘씨네샵’에서 디즈니와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굿즈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해 판매한다. CGV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씨네샵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99%로 특히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4> 관련 상품은 다른 상품 기획전의 4배 이상 매출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CGV 센텀시티점 직원 임정현(26) 씨는 “애니메이션 굿즈는 아이보다 어른들이 많이 사간다. 유명한 애니메이션 굿즈가 나오는 날을 맞춰 아침부터 구매해가는 어른도 있다”고 말했다.

어른이들이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방법에는 N회차 관람을 빼놓을 수 없다. N회차 관람은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봤다는 뜻이다. CGV 리서치센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동기간 톱(TOP) 10 영화의 평균 재관람률이 2.4%인 것에 비해, <알라딘>은 6.7%로 월등히 높다. <토이 스토리4>는 1.6%로 동기간 톱 10 영화의 평균 재관람률은 1.0%였다. 영화 <알라딘>을 네 번 관람한 대학생 장현아(22, 부산시 사하구) 씨는 “처음 봤을 때 놓친 세세한 장면과 인상 깊었던 장면을 다시 보고 싶어 같은 영화를 네 번이나 보게 됐다. 디즈니 영화는 여러 번 볼 때 더 좋은 영화임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어른이들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른이들은 힘든 현실에서 힐링을 얻기 위해서 애니메이션을 본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의 큰 특징인 권선징악의 메시지, 행복하게 오래 살았다는 해피엔딩이 자신의 삶도 그럴 수 있다는 희망을 어른이들에게 준다는 것. 대학생 정이슬(24, 부산시 영도구) 씨는 “애니메이션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너무 어렵지 않아서 받아들이는 데도 쉽고 보면서 위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생 정윤주(22, 부산시 남구) 씨는 “디즈니 영화의 특징인 문제가 닥쳤을 때 노래를 부르며 해결한다는 것이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으나, 그 노래가 대리만족과 힐링를 느끼개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지호(22, 부산시 남구) 씨는 “디즈니 영화 속 노래가 너무 좋아 영화를 보고 나오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고 말했다. <알라딘>의 OST <Speechless>가 개봉 직후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디즈니 OST는 음원차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인기가 높다. 유니버셜뮤직에 따르면, 동대문 DDP에서 진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별전‘에서 판매한 디즈니 OST 음반이 3400여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또, 유튜브에 디즈니 커버를 검색하면, 일반인이나 가수가 디즈니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많이 나온다. 커버한 영상은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브에 올라온 디즈니 커버 영상들(사진: 유튜브 홈페이지 캡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유튜브에 올라온 디즈니 커버 영상들(사진: 유튜브 홈페이지 캡처).

<알라딘>의 성공에는 OST의 힘이 특히 컸다. 대표곡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를 비롯해 자스민의 <스피리치스'(Speechless)>, 지니의 <프린스 알리(Prince Ali)>, <프렌드 라이크 미(Friend Like Me)> 등 익숙하면서도 흥겨운 리듬감 있는 노래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싱어롱’이라는 독특한 관람 문화를 만들어냈다. 싱어롱이란 노래를 함께 부르는(sing along) 것을 뜻하는 영어. <알라딘> 싱어롱을 관람한 대학생 김지연(24,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영화관에서 다함께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떼창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많은 어른이들은 의미 있는 교훈을 준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대학생 배승경(22, 부산시 남구) 씨는 “픽사 영화는 뭔가 유치해보이지만, 실사 애니메이션 영화는 이상하게 뭉클한 느낌을 준다. 애들을 위한 영화 같지만 어른들에게 의미 있는 영화다”라고 말했다.

디즈니의 <주토피아>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토끼 경찰관 주디 홉스의 모험을 담은 영화다. 현대사회의 편견과 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동물로 의인화하여 재미있게 풀어내 어른들에게 한 번 더 생각해볼 만한 화두를 던졌다. 직장인 전민채(33, 울산 남구) 씨는 “차별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애니메이션으로 재밌게 풀어낸 것 같다. 캐릭터의 매력도 상당해 계속 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은 주인공인 여자 아이 머릿속에 사는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짜증 다섯 가지 감정을 캐릭터로 표현한 영화다.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감정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코믹하게 그렸는데, 어린이보다 오히려 어른 관객들에게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직장인 김병우(31, 부산시 진구) 씨는 “늘 생각하지만 픽사는 어린이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영화다. 보는 내내 어린 시절 내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다 커버린 어른이들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어른 시절을 회상하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대학생 정이슬(24, 부산시 영도구) 씨는 “토이스토리를 보고 있으면 이미 다 커버린 나에게 동심이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이 점이 좋아 네 편이나 나온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여러 번 보게 됐다”고 말했다. <토이스토리>는 카우보이 장난감 우디와 장난감 친구들의 모험을 다뤘다. 직장인 권용현(30,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어렸을 적 토이스토리를 보던 추억을 아름답게 생각나게 해준 영화”라고 말했다.

하반기 극장가에도 애니메이션을 찾는 어른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 예정이다. 기대를 모으는 디즈니 작품들이 하반기에도 연이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 최초 마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 2014년 개봉한 <말레피센트>의 후속작 <말레피센트2>가 10월 18일 개봉했다. 또, 2013년 개봉해 국내 상영된 애니메이션 영화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넘은 <겨울왕국>의 속편 <겨울왕국 2>도 11월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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