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서점가엔 힐링 에세이 열풍..."힐링 대리 경험을 찾는 세대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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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서점가엔 힐링 에세이 열풍..."힐링 대리 경험을 찾는 세대 반영"
  • 취재기자 김태연
  • 승인 2019.01.14 2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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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건드리는 제목과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특징...소확행 분위기도 인기에 한몫 / 김태연 기자

마음을 건드리는 제목과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특징인 에세이 서적이 2018년에 이어 올해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서점가에서는 힐링 에세이라 부른다. 힐링 에세이는 독자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거나 인간관계를 도와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하완 작가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신회 작가의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등이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20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힐링 에세이의 배경이 무엇일까?

주말 오전, 부산의 교보문고에는 책을 읽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들이 손에 들고 있는 책들 중엔 소위 힐링 에세이들이 많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2018년 에세이 베스트셀러 상위를 줄곧 차지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여전히 서점 서가에 진열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힐링 에세이는 마음를 건드리는 제목이 특징이다. 사진은 서점 서가에 진열된 <아무것도 안해도>(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힐링 에세이는 전체 베스트셀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2018년 연간 베스트셀러 및 결산 발표(2018년 1월 1일~12월 2일)은 2018년 종합 1위가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로 집계됐다. 인터넷 서점 YES24의 2018년 12월 9일 기준 월간 베스트셀러 15위 안에 힐링 에세이는 절반 이상인 10권이 포함됐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힐링 에세이가 강세다. 교보문고 부산 센텀시티점 오프라인 서점의 작년 12월 에세이 베스트셀러 15위 중 5개 역시 힐링 에세이다. 교보문고 부산 해운대점 직원인 오연정(24) 씨는 “요즘 서점에서 책을 보는 사람 중 에세이를 읽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다”고 말했다.

2018년 12월 9일 기준 교보문고 부산 센텀시티점 종합 베스트셀러 중 1/3이 힐링 에세이였다(사진: 취재기자 김태연).

올해 1월 첫주 교보문고 기준 베스트셀러는 해민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미국 작가 포터 스타일의 <5년 후 나에게 Q&A a Day>, 김난도 교수 등의 <트렌드 코리아 2019>,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등의 순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9>를 빼고는 모조리 힐링 에세이다.

힐링 에세이가 20대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양하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마음의 안정을 얻으려 힐링 에세이를 읽는다. 박아름(21, 부산시 북구) 씨는 “평소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은데 힐링 에세이를 읽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안정된다”고 말했다. 박수연(25, 부산시 수영구) 씨도 “힐링 에세이를 읽으며 위로 받는다”고 말했다.

힐링 에세이를 읽는 사람들은 공감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정이슬(23, 부산시 영도구) 씨는 “소설이나 정보전달성 글은 이해하며 읽어야하는데, 힐링 에세이는 이해하는 게 아니라 공감하고 받아들이며 감정이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신을 위로해줄 수 없는 사회를 힐링 에세이 강세의 이유로 꼽았다. 힐링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저자인 김수현 작가는 “주변에서, 그리고 나 자신마저 수고했다고 위로를 해줄 수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책으로 위로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김기태 교수는 “마음의 평안을 스스로 챙기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을 배려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다른 사람의 힐링 경험이나 애정 어린 충고가 살갑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박한 현실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이라는 2018년 사회적 트렌드가 힐링 에세이를 고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박아름(21. 부산시 북구) 씨는 “힘들고 바쁜 일상에서 소확행을 실현하려고 힐링 에세이를 읽는다”고 말했다.

2019년 사회적 트렌드인 ‘감정대리인’도 힐링 에세이 소비를 증가시키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9년 전망서인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는 자신의 감정표현도 대리로 하는 시대가 되면서 ‘감정대리인’이 생겨났다고 밝혔다. 불안 장애를 겪으며 정신과를 전전했던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와의 12주간의 대화를 엮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감정 조절에 힘든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정희정(21, 부산시 진구) 씨는 “이런 사회적 트렌드에 공감한다. 힐링 에세이를 통해 나의 감정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힐링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최인하(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남의 글을 읽어도 별로 도움 안 되고 차라리 영화를 보거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힐링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에, 힐링 에세이를 좋아하지도 않고 잘 읽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박아름 씨는 “공감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자칫하면 유치하고 뻔한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힐링 에세이를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도 힐링 에세이의 선전이 계속되고 있다. 세명대학교 김기태 교수는 “청년실업 문제와 남혐 및 여혐 문화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라 앞으로 상당기간 힐링 에세이를 표방한 책들의 선전이 예상된다. 저자층도 유명인사나 종교인뿐만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평범한 사람들, 예컨대 귀향 또는 귀촌에 성공한 사람들의 에세이도 계속 독자들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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