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에 실시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한국인 40-50대 연령층에서 시청률 1위 TV프로그램으로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가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은 산속에서 홀로 자연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왜 그럴까? 정확한 해답은 알기 어렵지만, 도시의 스트레스를 벗어나 농어촌이나 산골 생활을 동경하는 현대인의 희망이 반영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나는 자연인이다> 선호 현상이 실제로 도시탈출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많은 사람이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로 귀농(농촌), 귀촌(산촌), 귀어(어촌)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1만 2630가구가 귀농했고, 906가구가 귀어했다. 그리고 귀촌 가구는 33만 4129가구였다.
그러나 귀농귀촌 인구가 늘면서 시골 원주민들의 텃세에 부딪혀 고생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전직 회사원인 김길동(가명, 33, 경북 포항시) 씨는 2018년 귀촌을 원하는 부모님을 위해 거금을 들여 경북 경주에 전원주택을 지었다. 하지만 김 씨가 추진한 부모님의 귀촌 생활은 집을 짓는 과정에서부터 힘들었다. 주택공사가 시작되자마자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찾아와서 “소음 때문에 힘들다”, “왜 여기에 집을 세우냐”고 하면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김 씨는 이런 마을 주민들의 횡포에도 부모님을 위해서 참았다. 그는 “나중에 여기에서 살아야 하는 부모님을 위해 참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마을 회관에서 주민들을 위해서 치킨으로 한턱을 내면서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집이 완공되면 주민들의 대우가 좋아질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한 마을주민은 김 씨의 부모님이 정성껏 재배한 작물을 서리까지 했다. 김 씨는 마을 주민에게 화를 냈지만, 그 주민은 시치미를 뗐다. 김 씨는 “화가 정말 많이 났다. 서리하는 걸 봤는데도 시치미를 떼고는 자기가 안했다고 말하고, 그래서 CCTV를 설치했고, 그제야 서리하는 걸 멈췄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퇴직하고 귀농한 이상훈(62, 강원도 강릉시) 씨도 귀농 초반에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었다. 특히 귀농 초반에 사람들의 편견이 심했다. 이 씨는 “내가 처음에 귀농을 시작했을 때가 50대 중반이었는데, 사람들은 내가 사업이 망해서 도피해서 시골로 온 줄 알더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이 오해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한 동안 자신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들을 퍼트려서 고충이 심했다. 이 씨는 “사기꾼에게 사기당해서 왔다는 소문이 퍼졌다. 한 동안 오해를 풀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다. 지금은 겨우 오해를 푼 정도다”라고 말했다.
2018년 8월 경북 봉화군에서는 4년 전 귀농한 김모 씨가 마을 주민과 급수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중재를 나선 면사무소 직원들이 마을 주민 편을 들자 격분하여 엽총을 쏜 사건이 언론에 실리기도 했다.
원주민들이 수십 년씩 고생해서 이뤄놓은 마을로 이사 왔으니 마을발전기금을 내라는 경우도 있다. ‘지성아빠의 나눔세상’이란 블로그에는 한 사람이 전원주택을 짓고 시골로 이사하려고 하자, 원주민들이 마을발전기금을 내라고 해서 노인정에 30만 원을 드리고 식사라도 하라고 봉투를 주었다고 한다. 그 다음날 주민이 봉투를 돌려주면서 “최소 100만 원은 되어야 한다”고 해서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를 들어주고 말았다고 한다.
귀촌한 도시사람을 괴롭히는 시골 텃세 사례는 인터넷에서 ‘농촌 텃세 썰’이라고 검색하면 적힌 글들이 다수 나타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귀농인구 중 76.9%가 지역 주민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고, 21.1%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관계, 그리고 나쁨이 2%다. 그리고 귀촌인구는 좋음이 62.5%, 좋지도 나쁘지도 않음이 35.8, 그리고 나쁨은 1.7%다. 그리고 지역주민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이유로는 귀농 귀촌 인구 중 약 45%가 선입견과 텃세라고 지적했다.
귀농귀촌 사람과 원주민들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운영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민들과의 대화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농촌에는 마을회관이 있는데 그곳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나눠먹고 일도 도와주면 주민들과의 관계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경훈(52, 경북 예천군) 씨는 귀농한 지 6년째 되는 사람이다. 그도 처음에 귀농 생활이 힘들었지만, 현재는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다. 최 씨는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도 반가워하지 않았지만, 마을 회관에서 어르신들에게 맛있는 것도 사주고 허드렛일도 해드리다 보니까 마을 사람들도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지금은 채소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이남순(48. 전남 장성군) 씨는 지인이 있는 곳에서 귀농하는 게 가장 좋다고 제안했다. 이 씨는 시아버지가 있는 곳에서 귀농을 시작했는데, 귀농하기 전 시댁에 남편과 함께 귀농한 마을에도 자주 갔고, 시아버지도 계시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가 너무 좋았다. 이 씨는 “남편이 마을 주민과 잘 아는 사이니까 마을 사람들이 우리에게 너무 잘 대해준다”고 말했다.
귀농귀촌종합센터는 귀농 귀촌 가구들을 위해서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그리고 예비 귀농 귀촌 가구들을 위해서 교육을 해주고 상담도 받아준다. 상담은 온라인 상담과 전화 상담이 있는데 온라인 상담은 48시간 이내에 답을 해주고 전화 상담은 평일 주말 제외 9시부터 18시까지 1899–9097로 전화하면 친절하게 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