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에 주택 한 채 '뚝딱'...레고블럭 조립하듯 '신속저렴' 모듈러 공법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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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만에 주택 한 채 '뚝딱'...레고블럭 조립하듯 '신속저렴' 모듈러 공법 인기
  • 취재기자 김강산
  • 승인 2018.04.19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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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선 고층 건물 건설에도 적용...전문가 "내구성은 더 우수" / 김강산 기자

직장인 김현민(31, 경남 김해) 씨는 젊은 나이에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김 씨는 최근 건설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모듈러(modular) 공법’으로 집을 지었다. 소요된 금액은 3000만 원. 김 씨의 집은 공사비도 저렴하고 계약 후 완공까지 두 달밖에 걸리지 않아 김 씨를 더욱 놀라게 했다. 김 씨는 “10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효율적인 설계 덕분에 혼자 사는 데는 넓다고 느껴진다. 저렴한 비용에 이 정도 퀄리티의 집을 가지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시장에 ‘모듈러 공법’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조립식 건축법이다. 기본 골조, 전기 배선, 현관문, 욕실 등 집의 70~80%를 공장에서 미리 만들고, 이를 건물이 들어설 부지에 옮겨와서 ‘레고 블록’을 맞추듯 조립만 하면 완성된다. 이런 편리함을 강점으로 삼아 국내에서도 모듈러 공법 붐이 일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국내에서는 생소하나 세계적으로는 꽤 역사가 깊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으로 파괴된 주거지를 복구하기 위해 모듈러 공법을 도입했다. 특히 건축 기술이 발달한 영국은 주로 소규모 건축에만 적용됐던 모듈러 공법을 2009년에는 25층 규모의 아파트를 건설하는데 이용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초기에는 지진이 잦은 특성 상 모듈러 공법의 안전성을 의심해 건설시장에서 선호도가 낮았다. 하지만 90년대 고베 대지진 이후에는 모듈러 공법도 내진성능을 인정받아 급격하게 성장했고, 현재는 일본에서 모듈러 공법으로 지어진 주택은 고급주택으로 인식되고 있다. 경성대학교 건축학과 김종국 교수는 “사람이 손으로 시공하는 것보다 공장에서 기계가 만들어 내는 것이 품질관리가 용이하다. 이 때문에 지진, 화재 등 재난안전성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수하다”라고 말했다.

모듈러 공법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 절감이다. 기존 건축방법으로 진행되는 건설과정에서 자재를 제외하면 가장 많이 소요되는 비용인 인건비가 모듈러 공법에서는 급감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설계를 마치면 공장에서 대부분의 부분들을 제작한 뒤,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면 건축이 종료된다. 과정이 간소화된 만큼 공기가 단축되고 인건비도 따라서 줄어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실제 포털사이트에 모듈러 주택을 검색하면 최소 1000만 원에서 높게는 1억 원대까지의 저렴한 비용으로 같은 크기의 기존 주택 건설 시공이 가능하다고 나온다.

두 번째 모듈러 공법의 강점은 시간 절약이다. 지난 달 성황리에 종료된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올림픽 지원단의 숙소도 모듈러 공법으로 건설됐다. 19개동 760실의 규모로 최대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숙소는 불과 7개월 만에 완공됐는데, 같은 규모의 건물을 콘트리트로 제작 시에는 최소 1년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11개월의 공사기간이 단축된 셈이다. 20년간 건설업계에 종사한 관계자 김모 씨는 “국내 모듈러 공법 기술의 수준이 아직 발전 단계다. 기술이 완성 단계에 이르면 기존 시공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모듈러 공법으로 건물을 지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사용됐던 선수지원단 숙소. 모듈러 공법으로 건설됐다(사진: 다우케미칼 제공).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국내에도 모듈러 공법 붐이 일고 있다. 유럽, 일본 등 오랜 기간 모듈러 공법을 연구했던 선진국들은 아파트, 오피스텔 등 다양한 건축물에 이 기술을 사용하지만, 국내에서는 주택이 모듈러 공법의 주요 분야이다. 요 근래 늘어난 귀농, 귀향에 대한 열망도 모듈러 주택이 사랑받는 이유다. 인천에서 긴 직장생활을 마치고 작년에 고향으로 돌아간 이필재(62, 부산시 기장군) 씨는 살 집부터 지어야 했다. 그때 그에게 다가온 정보가 모듈러 주택이었다. 이 씨는 “사실 즉흥적으로 결정한 귀향이라 여러 가지로 시간이 촉박했다. 그러던 와중에 ‘모듈러 주택’을 알게 돼 시공을 결정했는데, 빠른 시간에 내가 원했던 디자인의 집을 가지게 되어 좋았다”고 말했다.

모듈러 공법으로 지은 이필재 씨의 집(사진: Gallery of Modular 제공).

실제 시공사들도 모듈러 공법에 대한 관심이 늘었음을 느끼고 있다. 건설업체 리얼 디자인의 대표 김필주(52) 씨는 “개업 당시에는 모듈러 주택이라는 말을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하지만 독신가구가 늘어나는 요즘, 간편하고 저렴한 모듈러 주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시공 주문량도 2배로 뛰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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