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 사이, 귀촌 쉽지 않아...'마을발전기금'도 갈등의 씨앗
상태바
이상과 현실 사이, 귀촌 쉽지 않아...'마을발전기금'도 갈등의 씨앗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4.20 05:02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가 "시골의 삶을 이해하고 동화하려는 노력 필요" / 신예진 기자

도시의 팍팍한 삶에 지친 도시인들이 시골로 눈을 돌리지만 시골지역의 텃세와 따돌림으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젊은 층은 직장은 유지한 채 반려견과 함께 살 수 있는 저렴한 집을 목표로, 중장년층은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꿈꾸며 시골행을 택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부는 역 귀촌까지 고려하고 있다.

도시민들의 시골에 대한 로망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시민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7%가 귀농귀촌 의향을 보였다. 주된 이유로는 58%가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경기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A(36) 씨도 최근 ‘건강한 삶’을 위해 시골 이주를 택했다. 마당 딸린 집에서 반려견과 사는 것은 A 씨의 꿈이기도 했다. A 씨의 부모님은 “여자 혼자서 위험하다”며 극구 반대했지만, A 씨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깨끗한 집을 구했다. 출퇴근 시간은 왕복 약 2시간. 그러나 A 씨에게는 퇴근 후 자연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소소한 삶이 더 중요했다.

그러나 A 씨는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시골 생활을 접었다. 기존 주민들의 문화를 극복하지 못했다. 동네 이장은 A 씨 집에 있는 수저 개수까지 알고 싶어 했고, 일부 주민들은 A 씨의 강아지를 보며 “고놈 참 실하네. 몸보신해야겠다”는 등의 농담을 던졌다. A 씨는 “혼자 있는데 동네 분이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는 것은 기본”이라며 “동네 노총각과 결혼하라는 동네 사람들의 잔소리도 정말 듣기 싫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동네 노총각의 나이는 40대 후반이었다.

온라인에서는 "귀촌 후 시골에 대한 환상이 다 깨졌다“는 하소연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 사례로는 ”짧은 옷을 입고 다닌다고 동네 주민들이 민원을 넣더라“, ”지나가던 동네 사람이 집을 들여다봐서 소름 끼쳤다“, ”버리지도 않은 쓰레기를 내 것이라고 박박 우기더라”, “마을에 당산이 있다고 우리 집 마당에 개를 키우지 못하게 했다” 등 다양하다.

실제로 기존 주민들의 텃세가 전국적인 논란이 된 적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7년 충남에서 발생했던 ‘장의 통행료 사건’이다. 마을 주민들이 대전에서 온 장의를 가로막고 통행료를 내라고 한 것. 금액은 무려 500만 원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 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관상 좋지 않은 묘를 마을에 쓰기 때문에 보상 조로 ‘마을발전기금’을 받아 왔다는 것. 그러나 이는 형법상 공갈 및 장례식 방해죄 등에 해당한다.

마을발전기금은 시골의 대표적인 갈등의 불씨다. 귀촌인들은 “시시때때로 찾아와 발전 기금을 요구한다”고 토로한다. 명목은 마을 잔치, 농수 배수로 설치 등 다양하다. 귀촌인들은 액수가 어찌 됐든 대부분 불이익을 겪기 싫어서 낸단다. 기금은 군청에서 관리 감독하는 사항이 아닌 마을 내에서 거둬들이는 돈이다. 이장 등 동네 유지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현행 제도로선 사용처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를 악용해, 가끔 마을 이장이 개인 주머니를 불리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한다.

여유를 찾아 귀촌한 도시 사람들이 일부 마을의 '시골 텃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물론, 누구나 꿈꾸던 ‘귀촌 라이프’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서울에서 충남 부여로 귀촌한 이준영, 추지현 씨 부부는 시골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이들은 ‘서울 부부의 귀촌 일기’라는 유튜브 페이지를 운영해 유명세도 탔다. 부부는 원주민들과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정답게 지낸다. 원주민들은 텃세 대신 이 부부에게 제철 채소, 과일, 쌀 등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부부 역시 마을 회의와 행사에 꼬박꼬박 참여한다. 이상적인 공동체 생활을 보여준다.

원주민 역시 귀촌인에 대한 불만이 있을 터. 이들은 “귀촌인들이 공동체에 섞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혀를 찼다. 김모(38, 경남 거창군) 씨는 “시골에 대한 환상을 주는 ‘시골인심’이라는 단어가 싫다”며 “도시민들이 어떤 환상을 품고 시골에 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동네 사람들도 그를 이웃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골에서는 시골 법을 익혀라’고 조언한다. 도시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부산귀농학교 구자송 사무국장은 “마을의 오랜 규칙이 도시 사람 입장에서는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그럼에도 무조건적인 지적보다는 관습을 인정하고 원주민들과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골선배 2019-01-18 19:24:25
시골살려면 어쩔수 없이 불법을 저질러야 삽니다 말많은놈 잡아패고 두세명 개박살 내놓으면 너무 친절하게 잘합니다

시빅뉴스 2018-06-19 10:10:17
'ㅇ ㅇ'님의 댓글은 비속어가 포함되어 삭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