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 주지만 병도 줄 수 있는 아이러니한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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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도 주지만 병도 줄 수 있는 아이러니한 베스트셀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박진아
  • 경남 거제시 박진아
  • 승인 2018.09.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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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거제시 박진아

요즘 각종 서점의 베스트셀러 카테고리에는 에세이 도서가 많다. 그중에서도 시선을 끄는 제목의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SNS를 통한 입소문으로 상위권에 머무르며 베스트셀러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 책은 왜 잘 팔리는 것일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저자 백세희의 정신과 치료일기다. 이 책은 오랜 시간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와 불안장애를 겪어온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와 나눈 12주간의 대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겉으로 드러내기를 망설여지는 자신의 사적인 경험을 용기 있게 고백했다.

현대인은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린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저자의 용기 있는 고백에 독자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이 책의 독자들 대부분은 책의 내용에 공감하고, 그를 통해 힐링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계속해서 이어지는 호평 속에 책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내용에 비해 과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호기심을 유발했던 제목에 비해 책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된 까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책의 내용 중 공감이 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나는 저자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을뿐더러, 평소 자존감이 낮지 않아서인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책의 내용을 공감하기 어려웠다. 저자처럼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크게 와 닿지 않을 것 같다.

둘째,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위로를 받고자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의 병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는 도중에 책을 덮고 쉬어가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는 위로를 받았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오히려 마음의 병을 얻게 됐을지도 모른다.

내게 이 책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힐링을 이끌어낸 책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과연 이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책이 이렇게까지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흥미로운 제목과 SNS에 올리기 좋은 예쁜 표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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