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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격동의 순간 생생히 담긴 한 컷 한 컷이 역사의 증인4월 8일까지 부산문화회관서 사진잡자 '라이프 사진전'...총 130점에 한현민·전인권이 음성 해설 / 조윤화 기자
'라이프 사진전'이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4월 8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실 외부에 위치한 조형물(사진: 취재기자 조윤화).

1300만 부에 이르는 경이로운 구독자 수, 900만 장에 이르는 사진 아카이브, 500여 명에 이르는 당대 최고의 사진작가. 이 모든 재산(?)은 사진 잡지 '라이프'가 가진 것들이다. 1936년에 창간된 라이프는 보도 사진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거두며 당대 주요한 사회적 문제를 사진을 통해 널리 알렸다.

기자는 2014년 이후 4년 만에 '라이프 사진전'이 다시 부산에 온다는 소식에 부산문화회관을 찾았다. 이 사진전은 4월 8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억될 가치가 있을 만한 작품을 골라 모두 130여 점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2018년에 부산을 다시 찾은 '라이프 사진전'은 상징적인 인물과 사건을 나란히 배치한 ‘Icon’, 20세기에 탄생한 물건과 현상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20th Century’ 등 총 네 가지 주제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시돼 있다.

특히 그간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도 포함돼 있어 사진에 관심이 있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불러모으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걸린 라이프 사진 중 대중적으로 유명한 ‘수병의 키스’(사진: 취재기자 조윤화).

특히 인상 깊은 것은 사진이 주제별로 잘 분류돼 순서대로 감상하다 보면 스토리텔링이 저절로 된다는 점. 이를테면 독일의 악명 높은 독재자 히틀러 집권 당시,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 회의에서 경례를 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위에서 부감하듯 찍은 사진이 있다. 사진 속 국회의원들은 모두 한쪽 팔을 높이 들어 올리면서 일명 ‘나치 경례’를 하고 있다. 해당 사진을 보면 집단 광기를 느끼면서 본능적으로 소름이 끼쳐진다. 이 사진을 한 참 바라보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나치 수용소에 갇힌 유대인들이 철창 속에 갇혀 있는 사진이 나온다.

독일이 유대인들을 상대로 잔혹한 학살을 자행한 사실은 역사 교과서나 <안네의 일기> 같은 작품에도 이미 나와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기자 개인적으로 실제 수용소에 갇혀 있던 유대인들을 그렇게 가까이서 바라본 적은 라이프 사진전이 처음이었다. 사진 속 인물 모두 슬픈 표정을 짓고 있지도 않았고, 단지 몇몇이 손을 철창 위에 얹고 있을 뿐이었지만 이 사진은 전시장에 있는 그 어떤 사진보다 잔상이 깊게 남았다. 사진이 때로는 글보다 더 생생하고 직접적인 메시지 도구라는 걸 실감하게 했다.

 ‘귀뇰 인형극을 보는 아이들’ 사진(사진: 취재기자 조윤화).

사진 잡지 라이프는 보도 사진 분야에 한 획을 그은 잡지답게 이번 전시회에서는 유독 당대 중요한 역사적 순간을 담은 사진이 많이 걸려 있다.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전사자들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든 채로 결연한 표정으로 백악관을 향해 전진하는 모습이나,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를 선거에서 승리로 이끄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텔레비전 토론회 현장 모습을 찍은 사진 등이 그러하다.

기자는 이번 사진전에서 사진이 메시지를 담아내는 방식에 새로운 매력을 느꼈다. 예를 들어 존 F. 케네디 암살 소식을 전하는 문자 텍스트는 ‘존 F. 케네디의 암살 소식을 접한 미국 시민들이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라고 쓰겠지만, 사진은 존 F. 케네디 암살 소식이 실린 신문을 한 껏 구겨지게 잡은 시민이 경악하는 표정을 클로즈업해서 찍는 식이다.

이 밖에도 라이프 사진전엔 즐길 거리가 충분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분야의 총 24명의 전문가가 음성 해설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의 사진은 패션모델 한현민, 비틀즈의 존레논 사진은 가수 전인권이 사진 해설을 맡았다. 전문 성우가 아니어서 전달력이 다소 떨어졌지만 작품 감상엔 큰 어려움은 없었다.

관객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라이프에 실린 사진을 이용한 설치 미술(사진: 취재기자 조윤화).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은 친구와 함께 전시회장을 찾았다는 대학생 송모(21) 씨는 “평소 알고 있던 사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직접 와서 해설과 함께 사진을 감상하니 무척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퇴근 후 혼자 사진전을 찾았다는 또 다른 관람객 직장인 김모(23) 씨는 “퇴근 후 피곤해서 올까 말까 고민하다가 왔는데 오길 잘했다”며 “해설을 일일이 읽으면서 사진을 감상하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다”고 전했다.

부산 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라이프 사진전은 4월 8일까지 휴관일 없이 진행된다. 관람료는 성인 1만 3000원, 청소년 1만 1000원, 어린이 9000원. 전시장 내부에 별도로 마련된 포토존을 제외하고는 촬영 금지다.  다만, 전시장 외부의 조형물은 촬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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