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최민식 갤러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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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최민식 갤러리'를 아시나요?
  • 취재기자 손아주
  • 승인 2016.11.24 16: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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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미동 문화학습관에 설치...피란지 부산 배경 삼아 인간에 대한 사랑 담은 유작 전시 / 손아주 기자

부산 지하철역 1호선 토성역에서 마을버스 사하 1-1, 서구 2번을 타고 10분 정도 가면 아미 문화학습관이 있는 아미골 공영주차장에 도착했다는 방송이 들린다. 마을버스 안에선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주민들이 서로 정겹게 인사한다. 

버스에서 내려 한적한 주택가가 있는 내리막길로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 벽면에는 여러 장의 사진들이 빼곡이 붙어 있다. 그것이 아미 문화학습관의 표지판인 셈이다. 사진을 찍은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증을 안고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툭 트인 아미동의 전망이 펼쳐진다. 아미동은 1·4 후퇴 당시 많은 피난민이 부산으로 내려 온 후 집을 지을 곳이 없자 산비탈에 집을 지어 만들어진 동네다. 골목마다 전쟁의 아픔이 담겨있는 곳이다.

여러 장의 사진들이 아미동 골목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아미동의 풍경은 이렇게 정겹고 예쁘다(사진: 취재기자 손아주).

아미동의 정겨운 느낌과 골목의 풍경을 자주 보러 온다는 대학생 홍윤경(21, 부산시 동래구) 씨는 “대단지 아파트에서만 생활하다 보면 너무 답답한데, 아미동에 오면 사람이 없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에요”라고 말했다.

아미동의 정겨운 골목을 뒤로하고 조금만 더 걸어가면 아기자기한 건물 하나가 나오는데 그곳이 아미 문화학습관이다. 지하 1층은 작은도서관, 주민 프로그램실, 1층은 주민체험 공간인 아트스페이스, 3층은 간단한 음료와 커피를 파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2층은 부산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고 최민식 선생의 갤러리로 꾸며져 있다.

아기자기한 건물이 특징인 아미문화학습관, 최민식 갤러리 입구(사진: 취재기자 손아주)

최민식 갤러리의 입구에 들어서면 피아노 연주곡이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갤러리 초입에서 최민식 선생의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다. 

최 작가는 1928년 3월 6일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났다. 그는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사진집 <인간가족>을 접한 후 사진작가를 꿈꾸며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했다. 그는 사진집 <인간> 1권을 1964년 출간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총 14권의 <인간>을 발표했다. 2012년에는 55년 동안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남긴 작품 490여 점과 에세이 15편을 담은 <휴먼선집>을 발표했다. 1962년 대만 국제사진전에서 입선한 것을 비롯, 미국사진협회상 등 20여 개국의 사진공모전에서 입상했며 이 외에도 현대사진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우리에게 마음의 울림을 주는 많은 사진을 남기고 2013년 2월 12일 별세했다.

프로필을 뒤로하면, 부산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부산을 배경으로 전쟁 전후의 소외되고 가난한 이웃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을 팔다 젖을 물리는 어머니, 길거리의 부랑자, 한쪽 팔이 없는 신문팔이 등 당대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표현해 일반에게도 널리 알려진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최민식 갤러리 내부(사진: 취재기자 손아주).

최민식 갤러리를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조소민(21) 씨는 최민식 갤러리를 우연히 들르게 되어 사진을 보고 감동해서 사진 찍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최민식 작가의 갤러리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많은 사람이 모르는 공간이라는 것이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이곳엔 그의 유품도 전시돼 있다. 매일 같이 최 작가가 쓰고 다니던 모자, 신발, 카메라, 카메라 렌즈 등이 있다. 낡은 카메라를 유심히 보고 있는 중학생 김세창(15) 군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김 군의 꿈은 사진작가다. 그는 “나도 최민식 작가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가 돼서 소외된 이웃의 희망이 되고 싶어요”라고 힘차게 말했다.

최민식 작가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시대마다 사진에 표현된 이미지를 통해 그 시대에 어떤 목소리와 시대 정신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주말에 시간이 된다면 6.25 전쟁 전후 시대의 목소리와 시대정신이 담겨있는 사진이 있는 최민식 갤러리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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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씨네 2016-12-01 17:21:51
아미동에 이런곳이 있었군요~ 감천문화마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옆동네인 아미동에 최민식갤러리같은 좋은 곳이 있었는지 몰랐어요~ 요즘 나라에도 너무 안좋은 일들이 많이 있고 연말이라 마음이 더 쓸쓸하고 울적했는데 최민식작가의 사진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번 일요일에 꼭 방문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