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인생에 가장 빛나는 사진 남길 수 있도록 도와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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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인생에 가장 빛나는 사진 남길 수 있도록 도와드릴께요"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6.2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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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 서비스 러닝 수업 '인생사진 프로젝트', 감만 사회복지관 어르신 상대 성황리 개최 / 신예진 기자

스마트폰 사용은 서툴러도 카메라 렌즈 초점 맞추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인생 사진 프로젝트'에 참가한 부산 남구 감만 종합 사회복지관 어르신들이다. 카메라 전원 버튼도 찾지 못했던 9명의 어르신들은 지난 3월 경성대 사진학과 학생들을 만났다. 그리고 10주 후 어르신들은 경성대에서 개최된 '인생 사진 프로젝트' 사진전을 통해 멋진 작품과 함께 작가로 데뷔했다.

'인생 사진 프로젝트'는 경성대 사진학과 포트레이트(portrait, 초상인물 사진) 실기 과목의 서비스 러닝(봉사하며 배우다) 수업을 통해 탄생했다. 경성대는 2018년 1학기부터 서비스 러닝 수업을 시작했다. 경성대는 학생들이 현장에서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개인의 재능을 기부하는 봉사 과정에서 학생들의 학습이 이뤄진다고 봤다. 이에 강의실과 주민 봉사를 연결하는 수업을 다수 개발했다. 

이날 열린 '인생 사진 프로젝트'는 사진학과가 추진한 서비스 러닝의 결과물 전시회였다. 경성대 김문정 사진학과 교수와 재능기부를 희망하는 10명의 사진학과 학생들은 학기 초 팀을 만들었다. 이들의 가장 큰 목표는 어르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사진을 남겨드리는 것. 그리고 어르신들이 카메라 작동법을 배우고 본인의 작품을 남기도록 돕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이를 '인생 사진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 감만동 사회복지관을 찾아 사진 수업을 진행했다.

사진전은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27일 오후 2시 경성대 제2미술관에서 열렸다. 사진 전시장 입구를 맞이하는 것은 활짝 웃는 작가 어르신의 프로필 사진. 어르신들은 노란 배경 앞에서 옷에 커다란 꽃을 꽂고 카메라를 향해 해맑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학생들이 당초 계획한 어르신들의 멋진 인생 사진이 바로 이것인 듯했다.

27일 경성대 제2미술관서 열린 '인생 사진 프로젝트'의 공식 포스터이자 어르신들의 프로필 사진(사진: 취재기자 신예진).

이날 행사를 주관한 경성대 사진학과 김문정 교수는 행사 개막식 인사를 통해서 “사진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매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어르신들에게는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고, 학생들에게는 재능 나눔의 기회를 준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계속 사진을 활용한 봉사를 이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의 발언이 끝나고, 어르신들의 작품 발표가 시작됐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어르신 한 명씩 마이크 앞에 나와 본인의 작품을 설명했다. 이필임(70) 씨는 복지관 근처에서 촬영한 철쭉 사진을 소개했다. 이 씨는 “여러 사진을 찍었는데 내가 사진을 잘 찍었는지 선생님이 이렇게 액자로 만들어 놨다”며 “젊고 이쁜 학생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 씨는 “평소 무릎이 아팠는데 학생 선생님들을 따라다니며 즐겁게 배우다 보니 아픈 줄도 몰랐다”며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또 하고 싶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27일 경성대 제2미술관에서 열린 '인생 사진 프로젝트'에 게시된 이필임 씨의 작품. 작품 우측 하단의 글은 이 씨가 직접 적은 작품 설명(사진: 취재기자 신예진).

작품 설명이 끝나고, 어르신들은 학생 선생님에게 그간의 고마움을 담은 편지를 전달했다. 한 어르신은 “학생 선생님이 비오는 날 이기대 출사를 나갔을 때 우산을 씌워주고, 내 손도 꼭 잡아줘서 정말 고마웠다”며 “오늘이 수업 마지막 날인데 정이 많이 들어서 아쉽다”고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학생이니 학교 수업에 더 열중하고 다음에 인연이 돼서 또 만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학생들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본인이 찍은 짝꿍 어르신의 인생사진을 설명하고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도 발표했다. 학생 선생님 백승연(23) 씨는 “부끄럽지만 지금껏 나이에 대한 편견을 갖고 살았다”며 “어르신들이 사진을 찍을 때 열중하시는 모습을 보니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백 씨는 “어르신들 나이가 돼도 계속해서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포부를 밝혔다.

27일 경성대 제2미술관에서 열린 '인생사진 프로젝트'에서 한 어르신이 학생 선생님을 위해 직접 작성한 감사의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신예진).

김 교수는 ‘학생들’이 이번 프로젝트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외부 촬영 시, 어르신의 눈과 발과 손이 됐다. 비가 오면 우산을 씌워주고,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을 부축했다. 동시에 어르신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하루는 외부 촬영 후 한 어르신이 함께 고생한 교수와 학생을 위해 갈비탕을 사기도 했단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며 “학생들이 어르신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수업을 순조롭게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학생들은 학교서 개인 차비로 지원받은 1인당 3만 원을 프로젝트에 기부했다. 지원비를 어르신께 드릴 결과물을 프린트하고 액자로 만드는 데 사용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참여한 학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을까. 권지민(22) 씨는 “참여하는 학생들은 학점이나 보상을 바라고 하지 않았다”며 “단지 전공을 살려서 재능기부 봉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 씨는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어르신들께서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울먹이신 것이 마음에 깊게 박혔다”고 덧붙였다.

'인생사진 프로젝트'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이날 교수, 학생, 어르신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김 교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두가 수업이 계속 진행되기를 원한다”며 “기회만 된다면 수업을 계속 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필임 씨 역시 “나이 들어서 놀면 뭐해, 뭐라도 배우는 게 낫지. 수업 계속 한다고 하면 사진 찍으러 또 나가야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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