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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삿포로의 다누키코지 아케이드 상가와 마루야마: 골목이 자본이 되는 도시 / 목지수 안지현[3부] 삿포로에서 발견한 도시 브랜드 인사이트

요즘은 누구를 만나더라도 골목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뉴욕타임즈에 소개되며 세계인이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로 선정된 ‘전포 카페거리’는 부산 여행의 성지가 되었다. 붐을 일으켰던 전포동 공구 골목을 넘어 이웃 동네까지 카페가 들어서면서 그곳은 서울의 ‘경리단길' 이름을 본 떠 ‘전리단길’이라 불리기도 한다. 서울 ‘익선동’, 경주 ‘황리단길’, 광주 ‘송정시장’ 등 꼭 가봐야 할 이유가 분명한 골목길이 하나둘 뜨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골목길이 도시 연구의 큰 주제로 부상했다. 과거 공공과 민간투자가 빚어낸 도시개발 방식과 거꾸로 흘러가는 골목길의 재발견은 단순히 트렌드로만 짚어내기엔 부족함이 있다.

요즘 출판가에서 높은 판매부수를 보이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가 펴낸 <골목길 자본론>은 사람들의 골목길에 대한 관심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모 교수는 최근의 골목길은 도시 경제의 다양한 공공재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골목길을 하나의 자본으로 이해해야 하며, 따라서 골목길은 기억, 추억, 역사, 감성을 기록하고 신뢰, 유대, 연결, 문화를 창조하는 사회자본이라는 것이다. 모 교수는 그동안 주거 공간, 생활 공간으로만 인식되던 골목길의 변화를 경제적 가치로 이야기하고 있다.

골목길이 하나의 지역 브랜드로 자리를 잡고 성장하는 모습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서울의 ‘가로수길’과 ‘홍대앞’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가로수길과 홍대앞에 대기업의 프랜차이즈가 들어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 골목을 함께 지키고 고민하는 ‘Hello가로수길‘과 ’스트리트H’ 같은 지역 컬쳐 매거진 문화가 있었기에 골목의 정체성과 문화적 의미 부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삿포로의 다누키코지 아케이드 상가는 130년이 넘는 상가 골목을 현대화하여 성공한 사례이다. 양쪽 빌딩가의 뒷골목이었던 다누키코지 상가에 악천후에 대비한 천정을 만들어 보행하기 편한 구조로 만들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거리에 상점과 맛집, 카페가 들어서고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한 저렴하고 깔끔한 게스트하우스도 들어섰다. 그야말로 다누키코지 상가 는 그 내부에서 1일 생활이 가능해질 정도로 콤팩트한 장소가 되었다.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삿포로의 다누키코지 아케이드 상가. 일반적인 쇼핑상가를 넘어서 타겟별로 세분화된 매력적인 가게와 게스트하우스 등 체류형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비즈니스맨을 겨냥한 아침식사가 가능한 식당, 개성있는 미니바, 새벽 2시에도 영업을 하는 여성 전용 커뮤니티 식당 등 타겟별로 세분화된 가게들이 있어, 모여드는 사람들도 다양하고, 각자의 취향에 맞는 가게에서 머물며 새로운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 간다.

다누키코지의 ‘코코테’는 심야에도 영업하는 여성 전용 커뮤니티 식당이다. 각종 동창회, 소모임을 늦은 시간까지도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즐길 수 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동물원과 신사가 있는 동네였던 마루야마 역시 골목마다 개성있는 카페와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골목마다 재미있는 가게를 찾아다니는 방문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주거지역인 이곳에 실험적인 카페와 샵들이 들어서면서, 삿포로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맛집과 볼거리들이 여기저기 숨어있어서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 든다.

가격이 저렴하고 깔끔하기로 소문난 게스트하우스 ‘그리즈.’ 세계의 젊은이들이 여기서 숙박하고, 다누키코지에서 먹고, 마시고, 쇼핑하기 때문에 도시의 거점형 체류시설의 중요성이 여기서 엿보인다(사진: 목지수 제공).
마루야마의 유명 카페인 ‘모리히코.’ 낡고 오래된 건물은 이제 폐기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골목 자본의 중요한 요소임을 잘 보여준다(사진: 목지수 제공).
마루야마의 유명 카페인 ‘모리히코’의 내부 모습(사진: 목지수 제공).

사람들은 획일적이던 도시 문화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는 반면 소박한 골목에 차려진 다양한 모습의 가게와 카페, 음식점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 그 경험의 욕구가 지금의 골목 문화를 형성해 가고 있다. 이제는 도시라는 단어도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골목 하나를 잘 브랜딩하는 것이 도시 브랜딩의 무거운 과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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