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인문학 릴레이 삿포로 도시 브랜드 이야기
(4)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도시 침술(鍼術)' 전략...'삿포로 스마일'처럼 작은 자극, 큰 효과 / 목지수 안지현[3부] 삿포로에서 발견한 도시 브랜드 인사이트

오늘날 세계적인 생태 도시로 유명한 브라질의 쿠리치바가 있기까지는 세 번이나 쿠리치바 시장을 역임했던 ‘자이미 네르네르’를 빼놓을 수 없다. 도시계획가이자 건축가였던 그는 천문학적 비용을 투자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토목 공사가 아닌, 작은 변화를 개입시켜 도시를 활기찬 공간으로 바꾸어 나가며 ‘도시 침술(鍼術)’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도시 침술이란 어두운 골목을 비추는 가로등 하나, 특별한 기억을 담은 공원 벤치 하나 같은 작은 요소를 통해 도시 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도시가 목표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세계 여러 도시들이 도시 침술 전략을 통해 도시를 변화시켜 나가고 있고, 쇠퇴하던 도시를 되살리기도 한다. 침술이 몸에 최소한의 자극을 주면서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듯이 도시에도 최소한의 개입으로 놀라운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도시의 변화는 작은 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거리의 버스킹은 사람들을 머물게 하고, 저도 모르게 즐거운 흥얼거림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리듬은 도시 곳곳을 흥겹고,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사진은 삿포로 거리의 버스킹 모습(사진: 목지수 제공).

이전에 언급했던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센터, 미국 뉴욕의 그랜드센트럴 역 복원 등이 도시 침술 전략의 좋은 사례다. 자이미 네르네르는 이러한 도시 침술이 현재보다 더 나아지길 바라는 욕심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한다. 수많은 세계 도시들이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전력을 다해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는지 질문해 보라는 것이다.

도시계획이 방대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인 것에 비해, 도시 침술은 주민들이 자신의 공동체에 참여하거나 공간이 지닌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중 가장 빠른 도시 침술은 시민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도시의 구조를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면 그 파급력은 더 커질 수 있겠지만, 그에 따른 예산과 소요되는 자원의 투입은 무척 긴 시간을 필요로 하고,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준다.

반면, 시민들이 일상에서 찾은 즐거움을 숨기지 않고 표현할 때 도시에는 새로운 활력이 빠르게 공급된다. 버스킹 연주자의 음악을 들으며 거리를 걷는 시민이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시의 리듬을 선사한다. 누군가의 즐거운 감정이 자연스럽게 거리의 분위기를 바꾸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연이나 행사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거리의 플리마켓이나 작은 공연이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열어주고, 도시를 살리는데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삿포로 신사에서는 주말이면 전통 결혼식을 직접 볼 수 있다. 자칫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신사가 방문자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한데 모으며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사진: 목지수 제공).

도시를 살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하고, 새로운 감각을 깨워주는 것이다. 시민들의 즐거운 감정은 도시를 활기차게 만드는 에너지로 빠르게 전환된다. 삿포로의 도시 브랜드인 ‘삿포로 스마일(Sapporo Smile)’ 프로젝트는 도시 침술의 가장 기본적인 포인트를 잘 담아내고 있다. 삿포로 시가 시민들이 작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어 내고, 시민들은 그에 화답하듯 즐거운 기운을 통해 도시의 변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 삿포로는 유명 관광지 뿐만 아니라 거리 구석구석에서 즐거운 ‘거리’들을 발견할 수 있는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도시 침술은 시민들과는 거리가 먼 비현실적인 구호에서 그치는 우리 도시들의 도시 브랜드에 적용해 볼만한 좋은 전략이다. 

목지수 안지현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관련기사 icon국내 단일 휴양지 최대 규모, 최고의 오션뷰, 부산동부산 관광단지 부산힐튼호텔의 위용 / 부산국제건축문화제 icon(3) 도시 브랜딩은 스타벅스나 애플 같은 기업 브랜드와 다르다... 도시는 스스로 가치를 찾아야 산다 / 목지수 안지현 icon부산 '보수동 책방 골목'엔 아직도 은은한 지식의 향기가 머문다 / 부산국제건축문화제 icon(2)도시 브랜딩의 목적은 다른 도시와의 차별화: 한국인 선호 여행지 1위는 '스노우' 삿포로 / 목지수 안지현 icon(1) 슬로건, 로고, 축제 같은 도시 마케팅 시대에서 이제는 삿포로처럼 도시 브랜딩 시대로 / 목지수 안지현 icon해파랑길의 시작점, 오륙도의 '이기대 해변 산책로'는 전국구 관광 명소 / 부산국제건축문화제 icon(8) 야경(夜景)의 도시: 어둠이 내리면 더 아름다워지는 일본 3대 야경 삿포로 / 목지수 안지현 icon(7)-3 문화예술의 도시: 문화예술이 스며든 보행자의 천국 삿포로 / 목지수 안지현 icon현존 최고 이우환 화백의 모노파 화풍...점과 선의 오묘한 율동과 조화 / 부산국제건축문화제 icon삿포로에서 만난 두 명의 화가 이야기: 오바 히로시와 아베 히로시 icon삿포로의 다누키코지 아케이드 상가와 마루야마: 골목이 자본이 되는 도시 / 목지수 안지현 icon삿포로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신치토세 공항 icon잃어버린 민족 이야기: 홋카이도의 아이누족 / 목지수 안지현 icon세계인이 즐겨 찾는 홋카이도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경영혁신 / 목지수 안지현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