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도시 풍경을 만드는 ‘삿포로 관광마차’ / 목지수 안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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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도시 풍경을 만드는 ‘삿포로 관광마차’ / 목지수 안지현
  • 목지수 안지현
  • 승인 2018.05.0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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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삿포로에서 발견한 도시 브랜드 인사이트

삿포로 도심에서는 쌩쌩거리며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도로가 좁은 것도 아닌데 차들은 늘 여유있고 천천히 달린다. 그렇다보니 경적소리 같은 소음도 적다. 차도를 달리는 차량 수에 비해 도로가 너무 넓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절로 든다. 사람들의 발걸음도 마찬가지다. 역 앞에서도, 도심의 인도에서도 급하게 뛰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도시 전체가 ‘슬로우’라는 컨셉에 딱 맞아 떨어지는 풍경을 연출한다.

이처럼 느린 호흡의 도시 삿포로에 밸런스를 더해주는 풍경이 있는데, 바로 삿포로 관광마차와 노면전차다. 금속재질의 전선과 전차의 전기접합 부분이 부딪치며 내는 칭칭거리는 소리와, 아스팔트 바닥 위를 따각거리며 달리는 관광마치의 말발굽 소리와, 마차에 걸린 방울이 흔들거리며 딸랑거리는 소리는 삿포로의 느린 속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삿포로 여행 최고의 인증 샷 촬영 장소인 시계탑 주변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시계탑에서 사진을 찍던 사람들이 일제히 탄성을 자아내면서 한 곳으로 몰려가는 광경을 종종 목격할 수가 있는데, 바로 삿포로의 명물인 삿포로 관광마차가 시계탑 맞은 편에서 정차하기 때문이다. 마치 서부 개척시대를 연상시키는 카우보이 복장을 한 관광마차 마부는 관광객들에게 말을 만져보게도 하고, 이것저것 질문에 대답하기도 한다.

삿포로 도심을 천천히 달리는 ‘삿포로 관광마차.’ 1978년부터 운행을 시작하며 삿포로의 '슬로우'한 거리풍경을 만들어 왔다(사진: 목지수 제공).

삿포로 관광마차는 1978년에 처음 운행했다고 하니 벌써 40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루 여섯 번 운행하는 도심 투어 코스는 약 40분 정도 소요된다. 말 한 마리가 빈 마차를 끌기에도 힘겹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서는데, 놀랍게도 관광마차에는 24명의 성인이 탑승할 수 있다고 한다. 관광마차를 끄는 말은 경마 경기용 경주마 중에서 더 이상 최상의 속도를 낼 수 없는 말 중에서 고른다고 한다. 지난 40년 세월 동안 관광마차의 말은 3회 교체되었다고 한다.

‘삿포로 관광마차’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도로교통법을 준수해야 한다. 교통 신호를 대기 중인 자동차와 나란히 서있는 관광마차의 모습이 이색적이다(사진: 목지수 제공).

삿포로 시에서는 관광마차를 자동차와 똑같이 취급하기 때문에 일반 차들과 함께 차도를 이용해서 달리고, 교통 신호도 잘 엄수해야 한다고 한다. 같은 노선을 수차례 반복해서 다니다 보니 이제는 마부의 신호 없이도 말 스스로가 교통신호를 척척 지키는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다.

빌딩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도심의 차로를 마차가 다닌다는 것이 낯선 모습이기도 하지만, 삿포로의 시민들에게 마차는 이미 익숙한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관광마차를 타고 지나다보면, 대부분의 시민들이 마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 준다. 낯선 관광객들이 삿포로와 가장 빠르게 친해지는 방법은 아마 관광마차를 타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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