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인문학 릴레이 삿포로 도시 브랜드 이야기
(8) 잃어버린 민족 이야기: 홋카이도의 아이누족 / 목지수 안지현[3부] 삿포로에서 발견한 도시 브랜드 인사이트

1870년대 홋카이도는 일본인들에 의해 개척이 시작된다. 엄밀히 말하면, 혼슈의 일본인들이 홋카이도에 살던 원주민들을 쫒아내고 그들의 땅을 장악한 것인데, 북아메리카 대륙에 살고 있던 인디언들이 유럽인들에 의해 지금은 그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홋카이도에는 원래 '아이누'라는 민족이 살고 있었다.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자신들만의 뚜렷한 문화를 가지고 있던 그들은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북으로는 러시아의 사할린섬 일부까지 그 세력을 뻗고 있었고, 남으로는 일본 혼슈의 북쪽에도 살고 있었다.

JR삿포로역 지하도 입구에는 아이누족의 전통 문양이 상설 전시되어 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홋카이도 개척의 역사가 150년에 불과하지만, 원주민이었던 아이누들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홋카이도는 철저하게 아이누의 일본 현지화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 몇 명의 아이누족이 홋카이도에 살고 있는지 기록도 정확하지 않다. 일본은 아이누족들의 이름을 일본식으로 고치도록 강요했고, 언어나 각종 생활양식도 일본식으로 바꾸어 나갔다. 지금은 홋카이도의 한적한 곳에 아이누족 민속촌을 만들어 운영하는 정도이다. 현재 일본 내에 살고 있는 아이누족은 2만 명이 채 안될 거라는 추측이 있을 뿐이다.

오도리 공원의 지하도에 아이누족의 각종 민속품을 소개하는 전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현대를 살아가는 일본인들, 특히 홋카이도에 살아가는 일본인들에겐 아이누란 기억하거나 주목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아이누족의 기원이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들은 고유의 언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자보다는 구비문화가 발달한 탓에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의 아이누족에 대한 관점은 일본의 시각에 의해 왜곡된 채로 방치되어 있다. 홋카이도의 아이누 문화는 버려진 문화이며, 일본 본토의 우월한 문화가 홋카이도를 번성하게 만들고 있다는 논리가 지배적이다.

오도리 공원의 지하도에 아이누족의 각종 민속품과 전통 복장을 소개하는 전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오도리 공원의 지하도에 아이누족의 민속행사를 소개하는 전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사진: 목지수 제공).

하지만 최근 들어 아이누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고 있다. 세계적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소수민족들에 대한 권리를 회복하는 운동이 펼쳐지기도 하고, UN에서도 원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오키나와에서는 원주민들이 류큐왕국의 독립을 주장하며 별도의 정당을 만들기도 했다. 홋카이도의 아이누족들은 독립적인 자치를 원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고유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누어를 가르치는 교실이 개설되기도 하고, 아이누 민속춤을 가르치는 곳도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2020년 아이누족의 새로운 민족기념관 건립을 기대하는 내용의 홍보물(사진: 목지수 제공)

지역과 민족을 넘어 누구나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시대다. 과거의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고, 서로 공유하고 깨달음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지금의 시대에 홋카이도의 드넓은 터전을 지키며 평화롭게 살아왔던 아이누족들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가는 것이 무척 아쉽기만 하다. 아이누족의 문화를 기반으로 한 컨텐츠를 함께 나누고, 이를 홋카이도 특유의 문화로 녹여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목지수 안지현  reporter1@civicnews.com

<저작권자 © CIVICnews / 시빅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