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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학보병 입대, 논산훈련소, 그리고 86회의 추억[제3부] 삶의 뜻을 생각하는 은퇴인 / 장원호 박사
  • 미주리대 명예교수 장원호 박사
  • 승인 2017.11.1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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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의 부모님 사업이 점점 어려워져 아버님의 학비 부담도 커졌습니다. 경복고에 다녔던 동생과 나는 이 무렵 경제적으로 쪼들리기 시작했는데, 마침 나에게 군 입대 영장이 나왔습니다. 당시 모든 젊은 남자는 군에 가야 한다는 철통같은 법이 있었고, 또 미국 유학을 가려면 군 복무가 법적 조건이었기 때문에, 나는 결국 군에 입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대학에 적을 두고 있으면 졸업할 때까지 군 입대 연기가 가능했지만, 졸업하고 가면 3년을 군에서 복무해야 했습니다. 그때 당시, 대학생과 교사를 위하여 특별히 만든 제도로서 학보병(학적보유병, 學籍保有兵), 교보병(교직보유병, 敎職保有兵)이 있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군번도 다르고, 소정의 훈련을 마치면 모두 최전방에서 근무해야 하나, 그 대가로 복무 기간은 1년 6개월이었습니다. 1958년 11월 11일 학보병으로 입대한 나는 새벽에 용산 고등학교에 집결하여 나누어 준 흰 수건을 이마에 두르고 거기에서 서울역까지 걸어가서 논산 훈련소행 기차에 올라 훈련소로 수송되었습니다.

학보병의 처우 개선에 관한 신문기사(사진: 경향신문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아직 군번도 받지 못한 우리를 수송하는 군인들은 입대 장정인 우리들에게 군의 규칙을 알려 주려는 듯 수송 기차 안에서 우리를 엄격하게 다루었습니다. 대부분이 본인의 의사로 입대하는 학보병과 교보병들인지라 도망갈 염려가 없었고, 또 서울에서 입대하는 입영자이고 보니, 우리들은 비교적 용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우리를 수송하는 군인들에게 담배도 사 주고 음식도 사 주었습니다. 그 뒤로는 수송 열차 안 군기는 다소 누그러졌습니다.

논산 수용연대에 도착하자, 군인들은 군의 기합이 무엇인가를 맛보여주려는 듯 울타리 속에 갖힌 양떼 신세인 우리를 험하게 다루었습니다. 우리는 머리를 빡빡 깎고, 예방주사를 맞았으며, 신체검사를 대략 받고는 군번과 함께 훈련복을 지급받았습니다. 드디어 훈련병이 되었습니다. 내 군번이 0017033이고 보니, 학보병로서는 2만 명 이내에 내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2014년 논산훈련소 정문 모습(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하루를 수용연대에서 보내자, 훈련소로 인솔할 소위가 왔습니다. 그는 학보병들만 이렇게 많이 왔느냐고 이상한 표정을 짓더니 훈련소 입소를 위한 소대 편성을 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훈련소 26연대로 갔는데, 그 중 8중대로 가는 훈련병 중 6소대는 45명으로 구성된 소대원 중 반은 서울대, 반은 고려대 출신. 기타 대학 3명의 학보병으로 구성된 특별 편성 소대였습니다.  

훈련소로 가기 전, 특별 편성된 우리 소대의 간부를 선출하라는 명령이 하달됐습니다. 정치과를 다녔고 구성원 수가 가장 많은 고대 출신인 내가 향도로 뽑혔고, 서울공대 건축과 출신인 유덕형이 내무반장, 그리고 기타 분대장 4명이 차례로 선출됐습니다. 소대 향도가 된 나는 소대 훈련병을 대표하여 온갖 지휘권을 가지고 소대를 인솔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훈련 기간 중 소대원들로부터 돈을 모아 수시로 소대장을 비롯한 훈련소 군인들을 대접(?)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이 역할에 따라 훈련의 강도가 결정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앞 장에서 언급된 바 있듯이, 우리 8중대 6소대 소속 45명은 논산훈련소의 인연을 소중히 여겨서 '86회'라는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45명 중엔 벌써 세상을 떠난 사람도 많지만, 우리는 제대 후 80이 된 지금까지도 계속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군에 입대한 11월 11일이면 모두 모여 당시 훈련소에서 86회 회가라고 정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를 부르며 옛날을 회상합니다. 

이 중에는 유명인사도 많아서 변호사로 국회의원을 역임한 강신옥, 문공부 차관을 지낸 김동호, 대우 사장을 오랫동안 지낸 박종덕 등 40여 명은 지금도 한 형제처럼 모여서 서로를 돌봅니다. 

미주리대 명예교수 장원호 박사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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