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포 카페거리 세계적 관광명소 부상...뉴욕타임스, '꼭 가볼 곳'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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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포 카페거리 세계적 관광명소 부상...뉴욕타임스, '꼭 가볼 곳' 선정
  • 취재기자 김연수
  • 승인 2017.04.05 08:37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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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공구상 골목이 어떻게?...개성있는 음식점, 옷가게, 소품점 즐비 / 김연수 기자

“전포 카페거리가 창조의 중심지로 변신했다(The Jeonpo Cafe District, a once-gritty industrial area, has recently been transformed into a creative hub).”

지난 1월, 미국의 세계적 권위지 뉴욕타임스가 부산의 ‘전포 카페거리’를 2017년 꼭 가봐야 할 세계명소 중 한 곳으로 선정했다.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이 카페거리는 원래 아무도 찾지 않는 뒷골목이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변신에 성공한 전포 카페거리는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붉은 선 안쪽이 전포 카페거리(사진: 다음 지도 캡쳐).

지난 달 15일 이른 아침, 전포 카페거리를 방문했다. 서면 번화가를 지나자 부전도서관 맞은편으로 놀이마루(옛 서면 중앙중학교)와 전포 카페거리 입간판이 나타났다. ‘2017년 꼭 가봐야 할 세계명소 지정’이라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카페거리의 입구임을 알리고 있었다.

전포 카페거리 입구(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놀이마루 담벼락을 따라 시작되는 전포 카페거리는 화단이 조성되어 제각기 향기를 머금은 꽃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흰머리가 지긋한 구청 관리 직원이 꽃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관리 직원은 어제 직원 10여 명과 함께 꽃을 심었다고 말했다. 그는 “꽃밭이 잘 관리되어서 카페거리를 찾는 분들에게 작은 미소를 안겨드렸으면 좋겠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3월 14일 조성된 화단(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꽃에 물을 주고 있는 관리 직원(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전포 카페거리는 공구점들이 모여 있는 뒷골목이었다. 상가가 문 닫는 저녁이면 인적이 뚝 끊겼다. 음습한 골목길은 우범지역이 되었고, 아침이 밝으면 무단 투기된 쓰레기들이 나뒹굴었다. 구청은 "이 곳은 우리 구의 망신지역입니다"란 팻말을 세울 정도였다.

전포 1동 망신지역 표지판. 이런 표지판이 서 있을 정도로 이 거리는 쓰레기 투성이였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이곳에 처음으로 카페가 들어선 것은 2009년 즈음. 골목 복사집 터에 자리 잡은 카페 '애드5그램'이었다. 이 작은 카페는 빈티지한 인테리어와 주인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 커피로 입소문을 탔다. 이후 젊은 바리스타들이 전포동 공구상가 골목길로 모여들었다. 2012년엔 14개의 카페가 모이면서 점차 카페거리로 이름을 알렸고, 현재는 52개의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놀이마루 담벼락을 따라 걸어가니, 전포성당을 기점으로 큰 사거리가 나왔다. 전포 카페거리는 이 사거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카페, 음식점, 옷가게, 소품점, 네일샵 등 주로 소규모 점포들이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프렌차이즈 가게도 늘고 있는 추세다. 전포성당 맞은편에 이름이 익숙한 프렌차이즈 커피점이 보였다.

전포 카페거리 사거리 (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이른 시간에 찾은 탓에 문을 연 카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픈 시간이 대부분 오후 시간대였다. 사거리 모퉁이에는 새로 들어설 식당의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근에 위치한 부동산 사장 김모 씨는 뉴욕타임스의 세계 명소 선정 이후 점포를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며칠 전에는 월세 250만 원에 계약이 성사됐다"며 “초창기 월세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뛰었다. 월세를 맞추려고 사장이 직원 없이 혼자서 일하다가 못 버티고 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부산진구청은 지난 달 초 임대료 상승 문제를 해결하고 카페거리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입주 상인과 건물주를 비롯한 전문가 100여 명과 함께 간담회를 열었다. 이어 입주 상인 및 건물주 170여 명에게 하계열 구청장 명의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하 구청장은 편지에서 "건물주께서는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우리 전포 카페거리의 업주들이 마음 놓고 영업할 수 있도록 임대료 인상을 자제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전포성당 사거리에서 놀이마루 담벼락을 끼고 NC백화점 방향으로 걸었다. 카페거리 끄트머리에 다다르니, NC백화점 뒤편으로 아직까지도 영업 중인 공구점들이 보였다. CCTV, 노래방 기계, 전선, 아크릴, LED전구 등 그 품목도 다양했다. 형광등 불이 밝은 가게 내부로 복잡하게 진열된 부품들과 기계들이 보였다. 주인은 가장 깊숙한 곳에 앉아있었다. 여전히 이곳은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생업의 현장이었다.

카페거리 왼쪽 끝, NC백화점 뒤편에 위치한 전자전기도매상가(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전자전기도매상가 골목길(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지난 주말 오후, 다시 전포 카페거리를 찾았다. 전포성당에서 뒤를 돌아보니 서면 번화가가 보였다. 카페거리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소란스럽진 않았다. 서면 번화가와는 마치 다른 세상처럼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전포성당을 지나 소품점 오브젝트(OBJECT)로 발길을 옮겼다. 하얀 바탕에 간결하게 OBJECT라고 쓰인 간판이 보였다. 2015년 개업한 오브젝트는 뉴욕타임스에서 “지역 작가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파는 전포 카페거리의 대표적인 잡화점”으로 소개됐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주보고 있는 카운터 벽면 위에 ‘현명한 소비의 시작’이라는 네온사인이 걸려있었다. 테이블마다 진열된 물건들은 말 그대로 잡화였다. 품목을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오브젝트의 메니저 박창영 씨는 “작가마다 하나의 테이블을 제공하여 유통경로를 마련해주고 판매를 대행해준다”고 말했다.

잡화점 '오브젝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다양한 소품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이곳에서 여자 친구에게 선물할 엽서를 고르고 있던 이민준(25, 울산시 울주군) 씨는 “가격대가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참신한 디자인의 물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소량 제작되는 물건들. 똑같은 디자인이 거의 없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매니저 박창영 씨는 관광명소로 선정되기 전부터 입소문으로 꾸준히 손님들이 찾아온다면서 “올해 세계 명소 선정이후 체감할 만큼 손님이 많이 늘진 않았다. 외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은 조금 증가한 편”이라고 전했다.

'오브젝트'에서 나와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작은 꽃집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일본인 관광객을 만났다. 사야카(22) 씨와 치아키(22)는 곧 부산항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후쿠오카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전포 카페거리는 부산항과 30분 거리에 있어서 지도를 보며 길을 찾아 온 것이다.

두 명의 일본 관광객이 카페거리에서 생과일주스를 샀다면서 주스 병을 꺼내 보여주었다. 왼쪽이 사야카 씨 오른쪽은 치아키 씨(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치아키 씨는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를 켜더니 카페거리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아기자기한 가게를 배경으로 친구인 사야카 씨를 담은 사진들이었다. 사야카 씨는 치아키 씨가 찍어준 사진들을 넘겨보며 “우연히 찾게 된 카페거리에서 뜻밖의 좋은 추억을 쌓고 간다”고 말했다.

골목을 한참 거닐다가 인테리어가 독특한 카페가 있어서 들어가 봤다. 이렇다 할 간판 없이 카페 입구에 ‘deux lab(듀랩)’ 이라는 작은 네온사인이 들어와 있었다. 카페 내부는 벽지 대신 하얀색 목욕탕 타일로 벽면이 채워져 있었다. 테이블은 두 개 남짓. 대신 일자로 길게 이어진 의자가 회전초밥집처럼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과정을 바라보도록 배치되어있었다. 사장 송정호 씨는 “원래 아크릴 부품을 판매하는 공구점이었는데, 작년 말 직접 내부 인테리어를 손본 뒤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카페 deux lab 내부(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자리에 앉아 핸드드립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과테말라 원두를 선택했다. 핸드드립 커피는 회전율이 빨라야 하는 프렌차이즈 카페에서는 쉽게 볼 수 없다. 바리스타는 한 잔의 커피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 신맛과 쓴맛을 오가는 섬세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바리스타는 분쇄한 과테말라 원두를 하얀 종이 필터에 툭툭 털어 넣었다. 뜨거운 물이 거칠게 갈린 원두 위로 흐르자, 원두가 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바리스타는 섬세한 손길로 물길을 조절해가며 커피를 내렸다. 따뜻하게 내려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혀끝에 신 맛이 적당히 느껴지며 코끝으로 구수한 커피향이 감돌았다.

핸드드립 커피는 바리스타의 손길에 따라 다양한 풍미가 나온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커피점을 나서니 어느덧 거리에 어둠이 내렸다. 가로등이 켜진 골목길 사이로 커피향이 퍼졌다. 우범지역이었던 과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골목길의 한 카페 앞에서 만난 대학생 김미경(24, 부산시 연제구) 씨는 “2017년 세계 명소로 꼽혔다는 것은 몰랐다”며 깜짝 놀랐다. 디자인을 전공한다는 김 씨는“간판이나 내부 인테리어가 독특하고 재미있어서 무작정 걸어도 곳곳에 눈길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카페거리를 방문한 박란희(50, 부산시 중구) 씨는 카페거리의 여유로움이 좋다며 웃음을 지었다. 박 씨는 직장 동료들과 처음 카페거리에 왔다가 카페거리의 분위기에 매료되어 남편을 이끌고 다시 찾았다. 박 씨는 천천히 골목을 걷다보면 구경할 거리가 많다면서 “복잡한 번화가에서 느낄 수 없는 아기자기한 감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진구청은 세계 명소 선정에 힘입어 전포 카페거리만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 미니어처, 트릭아트 설치와 함께 벽화 갤러리를 조성하고, 보도블록도 특색 있게 정비할 계획이다. 또한 5월부터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상점 정보, 방문 후기를 확인할 수 있고 할인 쿠폰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저녁이 된 전포 카페거리. 멀리 보이는 네온사인 불빛들은 서면 번화가(사진: 취재기자 김연수).

전포 카페거리는 부산 어디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가게들로 가득했다. 전포 카페거리는 부산에 사는 사람에게도 독특한 낯선 세상으로의 여행 경험을 선사했다. 세계명소에 선정되었지만 튀거나 유난떨지도 않았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조금은 낯설고 개성있는 가게들로 사람들에게 설렘을 안겨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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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2017-07-26 13:53:51
글쎄,,, 세계48위가 될정도는 진짜 아닌데,,,, 뭐가 잘못된것 같음, ,, 괜히 와서 다들 실망할까바 걱정되네요

하늘호수 2017-04-11 19:08:06
마음예쁜 친구랑
여행하는 느낌이네요
당장 가서 커피한잔
앞에놓고 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하고 싶어지네요

문기영 2017-04-10 23:11:23
세계명소로 지정된건 또 처음 알았네여.....감천문화마을처럼 이름만 유명해지는게 아니라 정말 볼 것 많고 내실있는 관광명소로 거듭나길....

흐르는 강물 2017-04-10 22:19:00
전포동 카페거리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가본적은없는데 이 글을 읽으니 카페거리 걸어보고 싶어지네요.

김기자멋져 2017-04-10 21:56:15
기사 너무 재밌네요~ 철물점이랑 카페들이 모여 이색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요!이번주에는 전포 카페거리에 가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