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상권 겨우 살려놨더니 임대료 폭탄”...‘젠트리피케이션’에 영세상인들 눈물의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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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상권 겨우 살려놨더니 임대료 폭탄”...‘젠트리피케이션’에 영세상인들 눈물의 퇴장
  • 취재기자 김재현
  • 승인 2017.11.2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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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현 기자

거의 슬럼화된 낡은 마을, 죽은 상권의 골목에 이색적인 가게들이 하나둘 모여들면 SNS를 타고 전국적 명소로 탈바꿈하는 경우가 있다. 부산의 경우, 광복로, 전포 카페거리, 감천 문화마을 등이 손에 꼽힌다. 이들 마을 거리는 그곳만의 특색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하지만 새롭게 변신한 이런 이색 거리들의 수명은 짧았다.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상권이 활성화되자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턱없이 높였다. 갑자기 오른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세 상인들은 결국 가게에서 쫓겨나고 빈자리는 프랜차이즈 업소들이 채우게 됐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구도심이 개발되면서 새로운 주민들이 원주민들을 대체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부산의 전포 카페거리 입구에 위치한 이정표(사진: 취재기자 김재현).

대표적인 곳이 ‘전포 카페거리’다. 이곳은 과거엔 철물점과 공구상가가 있던 작은 골목이었다. 그러다가 7~8년 전부터 작고 특색 있는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뉴욕타임지가 선정한 2017년 세계 명소 52곳 중 하나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그런데 지금은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구석진 곳으로 밀려나거나 사라지고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나 레스토랑 등이 입주해 있다. 3년 동안 전포동에서 부동산을 하고 있는 손모(35) 씨는 “현재 전포 카페거리의 상가 임대료는 10평당 100만 원대 중반, 보증금은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선이며 3년 전보다 1.6배 올랐다”고 말했다.

전포 카페거리 중심가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스미스'(사진: 취재기자 김재현)

부산의 광복로는 젠트리피케이션 매우 두드러지게 진행된 곳이다. 광복로 1층 매장에 20평의 공간을 빌리려면 보증금 3억에 월세 2000만 원을 내야한다. 급격히 상승한 임대료에 몇 년 전부터는 영세 상인의 모습은 찾기 힘들어 졌고 거대 자본의 프랜차이즈들로 가득하다.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감천 문화마을도 몇 년 사이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했다. 감천 문화마을 주변에는 빈 매장을 찾아 볼 수 없고 임대료도 2배 이상 올랐다. 관광객과 상가 수는 증가한 반면, 실제 거주민 수는 크게 줄고 있다.

부산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문진영(27, 가명) 씨는 “가게를 내려면 공간이 필요한데 장사가 될 만한 곳은 비싼 월세와 보증금 때문에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서 문제다”라고 했다. 이처럼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높은 임대료로 창업 시작부터 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해지면서 사회 각 층에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부산진구청장은 전포 카페거리 업주와 건물주 170여 명에게 “과도한 건물 사용료(임대료) 인상으로 상가 전체가 쇠퇴해 버린 타 지역의 좋지 않은 사례도 우리는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내용이 담긴 서한문을 보냈다.

전포 카페거리는 명성을 얻으며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으나 임대료가 오르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재현).

부산 사하구는 감천 문화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감천 문화마을과 그 주변에 건축물의 높이, 용도 등을 제한하고 대규모 프랜차이즈의 입점을 막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부산부동산투자협동조합’을 만들어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투자금을 모아 구도심의 건물을 사들이고 이를 시세의 70% 가격으로 장기임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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