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락가 한가운데 부산의 부전도서관..."이런 곳서 어찌 책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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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가 한가운데 부산의 부전도서관..."이런 곳서 어찌 책읽나"
  • 취재기자 차진영
  • 승인 2017.04.05 08: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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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술집 등 유흥업소 즐비, 밤 되면 취객 소음 시껄벅적... 시민들, "빨리 이전을" / 차진영 기자

어둠이 얕게 깔리면, 거리는 형형색색의 간판 불빛으로 밝게 빛난다. 저마다 이야깃거리로 가득한 거리는 조용할 틈이 없다. 행인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이른 저녁 시간인데도 벌써 거나하게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도 간혹 보인다. 온통 유흥업소로 가득한 이곳은 밤낮없이 소란스럽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부산 서면 뒷거리. 하지만 여기서 몇 걸음만 옆으로 옮기면, 시민들은 소란스러운 거리와 대비되는 조용한 건물과 맞닥뜨린다. 서면특화거리 옆에 있는 부전도서관. 번화가에 위치한 이 도서관은 주변에 자리잡은 모텔들과 대조된다.

사람들은 대개 도서관을 연상할 때 조용한 분위기, 쾌적한 환경을 연상하곤 한다. 하지만 주위에 보고, 놀고, 즐기는 상업, 유락시설이 즐비한 부전도서관은 조용한 분위기, 쾌적한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부산광역시 최초의 공공 도서관인 부전도서관은 술집, 클럽, 노래방 등 유흥업소가 넘쳐나는 서면특화거리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밤이 되면 유흥을 즐기는 이들이 오가기때문에 도서관 주변은 정숙한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부전도서관 주위에는 각종 유흥업소가 즐비하다(사진: 취재기자 차진영).

도서관 주변으로 번화가가 형성되면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조성욱(34, 부산시 북구) 씨는 공부하다 간간이 들리는 소음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그는 “가끔은 누군가가 술을 마셨는지 도서관 밖에서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를 들으면 공부가 집중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전도서관 앞을 지나간 경험이 있는 이수형(21, 부산시 금정구) 씨는 "도서관 뒤에 호텔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늦은 저녁시간에 부전도서관 앞을 지나갔는데, 호텔 간판이 먼저 보여서 도서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부전도서관 바로 앞에는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 있다(사진: 취재기자 차진영).

부전도서관이 건립될 때부터 번화가에 자리 잡았던 것은 아니다. 부전도서관이 완공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70년대에 부전도서관 옆 일대는 서면 번화가로 개발됐다. 그 후 많은 상점들이 들어서고, 근처에 대형 백화점이 입점하면서, 서면 일대가 번화가로 변모한 것이다.

고등학생 김미현(19, 부산시 사상구) 씨는 “공부하러 부전도서관을 간 적이 있는데, 가방으로 도서관 자리를 잡아 놓고 주변 서면에서 놀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을 많이 봤다”며 “그 후로 굳이 부전도서관을 이용하고 싶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부전도서관의 재개발 문제를 두고 부산시와 부산진구청은 최근 몇 년간 갈등을 겪고 있다. 부전도서관 부지에 상업시설을 새로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부전도서관의 역사성과 상업성 논란으로 재개발 사업은 지난 2014년 무산됐다. 

부전도서관을 이용해본 대학생 강선지(22,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는 “부전도서관 주위를 지나갈 때마다 시끄러운 주위 환경 때문에 도서관 이용자들이 피해를 많이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재개발로 도서관을 이전하는 것이 도서관 이용자와 관리자 모두에게 좋을 것 같다”고 도서관 위치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부전도서관은 접근성이 뛰어나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시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해왔다. 하지만 낡은 시설과 소란스러운 주변 환경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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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2017-04-13 09:41:04
부전도서관이 최초의 공공도서관이라면 서면을 특화거리로 만들 때 가장 먼저 배려 받아야 했던 것이 아마도 부전 도서관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도서관 자체가 주는 의미도 좋지만 부산 최초 공공 도서관이라는 귀중한 역사적 의미를 무시하고 이전등의 이유로 부산 최초 공공도서관이 사라지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으로서 최초의 공공 도서관이 쭉~있어주기를 바라믄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