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커피 도시 부산, 스페셜티의 매력으로 퐁당 빠져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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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커피 도시 부산, 스페셜티의 매력으로 퐁당 빠져들다
  • 취재기자 김민지 서하늘
  • 승인 2024.03.25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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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생두 90% 부산항 통해 수입...커피 도시 부산
다양한 커피와 디저트 맛볼 ‘2024부산카페쇼’ 예정
영도, 해리단길, 전포카페거리 등 커피 투어 인기 만점
‘카페385’ 안에서 보이는 영도 앞바다의 풍경이다(사진: 카페385 인스타그램 캡처).
‘카페385’ 안에서 보이는 영도 앞바다의 풍경이다(사진: 카페385 인스타그램 캡처).

커다란 통유리 뒤로 햇빛에 반짝이는 파도의 모습이 울렁인다. 부산 영도에 위치한 ‘카페 385’는 창밖으로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커피를 즐길 수 있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카페 385같이 바다와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는 ‘커피 도시 부산’을 나타내는 관광 장소로 인기가 높다. 영도 카페거리 외에도 해리단길, 전포카페거리 등에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 카페 브랜드가 있다. 부산의 카페가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커피 도시 부산의 시작

부산시는 2023년부터 ‘커피의 도시, 부산’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커피에 대한 지원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커피류의 90%가 부산항으로 수입돼 들어오기 때문.

일반적으로 커피 맛은 원두가 결정한다. 직수입한 생두를 얼마나 빨리 커피로 가공하는지에 따라 커피의 맛이 크게 바뀐다. 항구도시인 부산은 커피류가 직수입되는 장소이므로, 생두가 신선한 상태에서 로스팅이 가능하다. 부산지역이 커피가 맛있는 이유도 여기 있다.

부산시가 커피 산업 육성계획을 세운 것은 2021년부터다. 2022년 부산시의회에서 ‘커피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발표하며 부산을 커피의 도시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조례 제2조(정의)를 살펴보면 '커피 관련 사업이란, 커피산업 관련 기계, 포장 기술, 교육, 전시, 서비스 등 분야에서 고용과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을 말한다'고 적혀있다. 생산과 가공, 판매뿐만 아니라 커피와 관련한 모든 사업을 지원함으로 부산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에 힘을 가했다.

이에 앞서 부산시는 2017년 수제 맥주, 2018년 패들보드, 2019년 부산곰장어 사업을 지원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했다. 이어 2020년에는 ‘스페셜티 카페’를 부산지역 특색을 살린 소상공인 지원산업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층이 늘어나면서 부산이 ‘스페셜티 커피의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 또한 국내 최초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WBC) 우승자와 세계 커피 챔피언십(WCC) 우승자를 다수 배출하는 등 우수한 인적자원을 갖추고 있기에 커피 도시로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부산에서 맛보는 스페셜티 커피

부산을 여행하다 보면 ‘스페셜티’를 제공하는 카페를 꽤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부산만의 스페셜티커피연합(BUS)이 있기 때문. BUS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에 대항하려는 카페 운영자들의 모임이다. 공정한 거래 방식으로 거래한 질 좋은 커피를 대중화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이들은 좋은 원두를 찾기 위해 산지를 직접 방문하거나 경매에 참여한다.

‘스폐설티 커피’란 기준을 통과한 생두만 로스팅하여 추출한 커피의 점수가 80점이 넘는 커피를 뜻한다. 깨진 콩이나 색깔이 나쁜 콩, 기형이나 벌레 먹은 구멍이 있는 콩들을 걸러내는 1차 작업이 끝난 게 기준을 통과한 생두다. 이어 생두를 로스팅하고 커피를 내렸을 때의 향, 맛, 산미, 질감, 맛의 균형, 맑기, 단맛, 균일함, 결점 등을 종합한 점수가 80점 이상이어야 한다. 국내에서 스페셜티를 파는 카페들은 미국스페셜티커피연합(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이 발표한 기준에 따라 높은 점수를 받은 커피를 판매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페셜티 커피 소비자 관여도 변화연구‘ 논문에 따르면, 스페셜티 커피 점수를 매기는 평가 방법은 총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스페셜티커피연합(SCA)에서 사용하는 방법과 비영리국제커피협회(ACE)에서 주관하는 커피 품질 평가 대회인 COE(Cup of Excellence) 방법이 가장 대중적이다. 오로지 스페셜티 커피로 판매하기 위해 점수로 매기는 방법은 SCA이고, COE는 생두 경매에 목적이 있다.

스페셜티 커피 점수를 매기는 SCA 평가 항목은 총 10가지다. 분쇄 커피 향/물을 부은 후 느껴지는 커피 향, 입안에 커피를 흡입했을 때 느껴지는 맛과 향, 커피를 삼킨 뒤에 느껴지는 맛과 향, 신맛의 강도와 품질, 지방의 함량과 농도, 맛과 향의 동일성, 전체적으로의 균형, 커피를 처음 마실 때부터 마지막까지 부정적인 요소 유무 확인, 단맛의 강도와 품질, 심사위원의 주관적 평가 등이 있다.

커피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도시, 부산

부산이 커피의 도시로 성장하면서 부산에서 시작된 커피 프랜차이즈 가게도 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를 사용하는 대표적 브랜드는 ‘블루샥’, ‘텐퍼센트’, ‘하삼동커피’ 등이 있다. 텐퍼센트는 나라별 산지에서 엄선된 상위 10퍼센트의 원두를 사용하여 커피를 제공한다. 이는 소비자가 한 잔의 커피에도 스페셜티 커피의 경험과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텐퍼센트는 2017년 시청 본점을 시작으로 2022년 7월 기준 약 450개 지점을 오픈했다.

대학생 김모(22, 부산시 남구) 씨는 “평소 텐퍼센트에서 커피를 자주 마시는데, 더 깊은맛의 커피를 원할 때는 부산 전포에 있는 개인 카페를 가는 편”이라며 “같은 스페셜티 커피라고 하지만 약간 맛의 차이가 느껴지긴 한다”고 말했다.

동일한 스페셜티 커피라고 해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프랜차이즈와 커피전문점의 맛 차이는 분명히 있다. 기본적으로 로스팅 기법이나 추출 시간, 추출 방식, 바리스타 등에 따라 커피 맛이 크게 달라진다. 프랜차이즈를 이용하는 손님들은 일반적으로 저렴한 커피와 빠른 속도를 원하기 때문에 그것에 맞게 바뀌었을 거라는 것.

반면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조금 더 비싸게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맛’에 중점을 둔다. 대학생 서보경(20, 부산시 수영구) 씨는 “커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카페에선 로스팅 기계가 정말 여러 개 있고, 에스프레소 추출 기계부터 추출 속도나 맛까지 많은 신경을 쓴 것이 보인다”라며 “커피가 나오는 시간이 길고 가격대가 있더라도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즐겁다”고 얘기했다.

스페셜티 커피는 아니지만 부산에서 시작해 크기를 키우고 있는 커피 브랜드도 많다. 부산일보 기사에 따르면, 2022년 부산 프랜차이즈 중 가장 많은 가맹점을 운영 중인 브랜드 ‘컴포즈’는 서울(312개소)의 가맹점 수가 부산(284개소)의 가맹점 수를 앞질렀다고 밝혔다. 이 밖에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꾸준히 가맹점 수를 늘리며 부산·경남을 넘어 서울까지 가맹점을 넓히고 있다.

부산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커피 프랜차이즈 ‘컴포즈’의 간판에 불이 켜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부산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커피 프랜차이즈 ‘컴포즈’의 간판에 불이 켜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커피 도시 부산은 카페뿐만 아니라 관광 기념품에서도 볼 수 있다.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카페385’는 부산을 테마로 한 ‘부산 커피믹스’를 출시했다. 부산 커피믹스는 부산 다방·부산의 밤·부산 바다·부산 동백 4종으로 구성돼 있다. 달콤한 풍미를 살린 커피믹스부터 디카페인 원두를 사용한 커피믹스, 솔티드 캐러멜 향을 담은 커피믹스까지 다양한 맛을 살려 색다른 콘셉트를 선보였다.

'2024 부산카페쇼' '2024월드오브커피아시아'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 등 잇따라 예정

부산에선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올해 오는 10월에 열리는 ‘2024부산 카페쇼’는 부산 경남에 있는 커피와 음료, 디저트를 전시해 놓은 행사다. 커피류뿐만 아니라 카페 창업을 위한 아이템, 홈 카페를 위한 상품 등 다양한 전시 품목들이 준비돼 있다. 시민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2024부산카페쇼’ 와 바리스타 국가대표 선발전 ‘코리아 커피 챔피언십’까지. 오는 5월에는 국제적 커피 전시회인 ‘2024 월드오브커피 아시아(WOC Asia)와 세계 최고 바리스타 대회인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도 개최하며 지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 예상된다.

지난 지난 2월에 진행된 코리아 커피 챔피언십에서는 부산 출신 바리스타가 우승을 차지했다. 부산 중구에 위치한 카페 ‘연경재’에서 커피 로스터 겸 바리스타로 활동하고 있는 임정환(31) 바리스타다. 부산일보 기사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49명이 출전한 예선에서 출발해 12명으로 추린 준결승을 거쳐 최종 6명의 후보가 경쟁했다고 전했다.

매년 전포카페거리에서 열리는 ‘전포커피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23년 제5회를 맞이하여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전포커피축제는 2017년 전포카페거리가 뉴욕타임스 ‘올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며 시작된 부산 최초의 커피축제다. 뒤를 이어 ‘영도커피페스티벌’도 2023년을 기준으로 2회째를 맞이했다. 영도커피페스티벌에서는 국가대표 챔피언과 함께하는 특별한 커피클래스, 스페셜티 퍼블릭 커핑 등 다양한 체험도 진행돼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부산 ‘전포카페거리’를 나타내는 표지판이 부착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서하늘).
부산 ‘전포카페거리’를 나타내는 표지판이 부착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서하늘).

커피 따라 여행하는 부산

MZ세대 사이에선 유명 카페를 따라 지역을 관광하는 여행이 유행이다. 유명한 카페가 많은 부산도 MZ세대에게선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 중 하나다. 일명 ‘부산 커피 여행’이다. 부산 지역 카페의 로스터와 바리스타들이 손꼽는 카페들을 다니고 여러 가지 스페셜티 커피를 맛보는 것. 부산 커피 여행으로 다니기 좋은 대표적인 카페는 ▲FM커피하우스 ▲커피공장 ▲인얼스 커피 ▲커피가 사랑한 남자 ▲모모스 등이 있다. 온천장과 영도에 위치한 모모스커피에 가기 어렵다면, 부산 부산진구 동천로에 위치한 ‘히떼 로스터리’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 카페 ‘히떼 로스터리’ 입구에 원두의 종류와 바디감, 산미, 원산지 등을 적어놓은 종이가 붙여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부산 부산진구 카페 ‘히떼 로스터리’ 입구에 원두의 종류와 바디감, 산미, 원산지 등을 적어놓은 종이가 붙여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히떼 로스터리는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블루리본을 받은 가게로, 히떼만의 스페셜티커피 원두를 사용한다. 초록색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러 가지 원두 상품들이 먼저 손님을 반긴다. 그 뒤로 보이는 벽에는 각 원두의 바디감, 산미, 원산지 등을 적어둔 종이가 있다. 주문할 때도 손님이 직접 커피 종류와 원두를 천천히 생각하고 고를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히떼 로스터리 카페에서 제공하는 주문서에 커피 종류, 원두 등을 손님이 직접 작성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히떼 로스터리 카페에서 제공하는 주문서에 커피 종류, 원두 등을 손님이 직접 작성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민지).

히떼 로스터리를 지나 약 7분가량 걸으면 또 다른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무채 로스터리’도 만날 수 있다. 실버톤의 가구들과 기계가 가득 펼쳐진 이곳은 주문하기 전 손님에게 원두 샘플을 나눠준다. 손님은 원두 가루가 들어있는 통을 열어 직접 향을 맡아보고 원두를 선택한다. 전포카페거리의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들은 손님이 원두를 고르는 행위까지 생각한다는 것.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의 카페 ‘무채 로스터리’에서 주문한 스페셜티 커피 중 하나인 ‘화이트 플랫’이다(사진: 취재기자 서하늘).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의 카페 ‘무채 로스터리’에서 주문한 스페셜티 커피 중 하나인 ‘화이트 플랫’이다(사진: 취재기자 서하늘).

카페뿐만 아니라 부산 진구 전포동에 위치한 ‘커피박물관’도 있다. 커피박물관은 ‘랜드마크9’라는 복합문화공간 중 하나로, 직접 수집한 커피 제조 기계와 도구들을 전시한 공간이다. 커피의 역사와 커피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을 위한 골동품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커피 소비량이 많음에 따라 커피 찌꺼기를 활용하는 가게도 있다. ‘커피박 환전소’가 부산 남구 용호동에 자리 잡고 있는데, 말 그대로 커피 찌꺼기를 가져가면 환율에 따라 환전을 해준다. 바꾼 커피박들은 가게에서 커피공방 재료로 사용된다. 찌꺼기들을 커피점토로 만들어 커피 화분, 커피 열쇠고리 등 다양한 물건으로 재탄생된다. 체험비를 내면 친환경 재료인 커피점토로 공방 체험을 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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