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사로잡은 나만의 카페 레시피... ‘커스텀 음료’의 유행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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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사로잡은 나만의 카페 레시피... ‘커스텀 음료’의 유행 속으로
  • 취재기자 박소혜
  • 승인 2023.10.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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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음료에 옵션을 변경하는 ‘커스텀 음료’, 젊은 층에 큰 인기
학생들 “유행도 따라가고 기분도 전환되어 계속 찾게 돼요”
기존 음료와 커스텀 음료의 이미지를 헷갈리는 손님들도 있어

오후 5시가 넘은 하교시간, 학교 인근 카페에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키오스크 앞에 여학생 세 명이 나란히 서서 신중하게 메뉴를 고르고 있다. 미리 봐둔 메뉴가 있는지 휴대폰 화면을 여러 번 확인하면서 음료의 옵션을 변경하는 모습이다. 이어서 영수증이 올라오고 이를 확인한 카페 알바생은 익숙한 듯 음료를 만든다. 청량한 초록 빛깔에 아이스크림이 올려진 세 잔의 음료가 나오자 여학생들은 기대에 가득찬 표정으로 음료를 들고 이리저리 살핀다. 인사와 함께 매장을 빠져나온 이들은 카페 앞에서 카페 로고와 음료가 잘 보이게끔 사진을 여러 장 찍는다. 사진을 다 찍고 나서야 음료를 맛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발길을 돌린다.

이는 카페 음료를 인기 있는 방식으로 커스텀해서 먹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최근 카페에서 기존 음료에 옵션을 변경하거나 추가해서 음료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기존 음료를 내 방식대로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라 하여 ‘커스텀 음료’ 또는 ‘카페의 숨은 비밀 레시피’라 불린다. 커스텀 음료 유행의 시초는 ‘아샷추’다. 아샷추는 기존 음료 아이스티에 옵션인 샷을 추가한 음료다. 아샷추가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부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인스타그램과 개인 블로그에는 ‘카페 음료 꿀조합’이나 ‘카페 숨은 레시피’라는 제목으로 많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아샷추를 뒤따라 다양한 조합의 커스텀 음료들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예를 들면 기존 녹차 스무디에 초코 시럽을 추가한 음료, 기존 아이스티에 펄을 추가한 음료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커스텀 음료는 ‘멜론 슬러쉬’다. 기존 멜론 슬러쉬는 멜론 시럽과 물이 들어간 음료다. 멜론 슬러쉬가 출시된 이후 SNS에서 멜론 슬러쉬의 옵션인 물을 탄산으로 변경하고 아이스크림을 추가한 레시피가 돌기 시작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탄산의 톡 쏘는 맛과 아이스크림의 달달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커스텀 음료는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을 가기 전 달달한 음료를 원하는 중고등학생도 커스텀 음료를 많이 찾는 편이다. 고등학생 서은우(18, 부산시 해운대구) 양은 하교하면 학원을 같이 가는 친구들과 카페에 들러 유행하는 레시피대로 음료를 주문하는 것이 루틴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더 달달하게 음료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행에 앞서나가는 느낌도 든다”며 “음료를 사진 찍어 SNS에 올리면 친구들에게 많은 댓글이 달려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서은우(오른쪽) 양이 친구와 함께 키오스크를 이용해 메뉴를 고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소혜).
고등학생 서은우(오른쪽) 양이 친구와 함께 키오스크를 이용해 메뉴를 고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소혜).

밤 10시가 훌쩍 넘어간 시간에도 커스텀 음료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친구의 커스텀 음료를 한 입 먹어보자며 자신의 음료와 바꾸는 청년도 보인다. 대학생 박소민(20, 부산시 해운대구) 씨도 도서관에서 나와 달달한 커스텀 음료가 먹고 싶어 카페에 들렀다. 박 씨는 “학교갈 땐 커피만 들고 다녔는데 유행하는 커스텀 음료를 먹으니 기분도 전환되고 좋다”며 “옵션을 변경해서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학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홍미란(45,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음료를 커스텀해서 주문하는 손님은 대부분 학생이거나 이삼십대 젊은 손님이라고 말했다. 홍 씨는 “한 번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한 친구가 커스텀 음료를 주문하면 너도나도 똑같은 음료를 주문한다”며 “커스텀 음료 유행이 돌기 시작하면서 적어도 매출이 전 달에 비해 5%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 음료보다 가격이 비싼 커스텀 음료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중학생 박주연(16, 부산시 해운대구) 양은 커스텀 음료를 담다 금액을 확인하고 눌렀던 옵션을 다시 취소했다. 박주연 씨는 “부모님께 일주일 용돈 3만 원을 받아서 쓰는데 커스텀 음료를 먹으면 한 번에 5000원이 나가더라. 가끔 친구들과 돈을 모아서 한 잔을 시키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어쩔 수 없이 옵션을 취소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카페 알바생 이다은 씨가 스텐바 스푼으로 커스텀 음료를 젓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소혜).
카페 알바생 이다은 씨가 스텐바 스푼으로 커스텀 음료를 젓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소혜).

더불어 기존 음료와 커스텀 음료의 이미지를 혼동하는 손님도 있다. 직장 동료들과 술을 먹고 카페를 찾은 이나령(3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키오스크 앞에서 커스텀 음료와 한참을 씨름했다. 이 씨는 “커스텀 음료의 사진만 계속 떠올라 기존 음료가 무엇이었는지 어떤 옵션을 추가해야 하는지 헷갈렸다”며 “알바생의 도움이 없었으면 제대로 주문하지 못할 뻔했다”고 말했다.

카페 알바생 이다은(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도 기존 음료를 이미 옵션이 추가된 커스텀 음료로 오해한 손님을 응대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다은 씨는 “3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음료를 주문하시길래 직접 결제를 해드렸다. 주문하신 음료를 드렸는데 왜 아이스크림을 안 올려주냐, 인터넷에서 본 사진과 너무 다르다며 대뜸 화를 내시더라. 아이스크림은 직접 옵션을 추가해야 된다고 말씀드리니 그제야 오해했다며 죄송하다고 하셨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다은 씨는 “알바생 입장에서는 주문하신 메뉴대로 음료를 만들어 드릴 수밖에 없다”며 “커스텀 음료를 주문할 땐 옵션을 제대로 숙지하시거나 직접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셨으면 좋겠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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