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00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와 물음표
상태바
‘노 00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와 물음표
  • 취재기자 박인영
  • 승인 2023.10.01 0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이 제한하는 지나친 ‘노00존’ 유행처럼 번져
차별과 배제가 아닌 포용과 배려가 필요할 때

누구나 한 번쯤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서 ‘노키즈존’이라는 단어를 본 적 있을 것이다. ‘노키즈존’이란 공공출입장소에 영유아나 어린이의 출입을 막는 것으로, 지난 2008년과 2015년 식당에서 아이들과 부딪쳐 화상을 입은 일이 일어났지만, 식당에만 책임을 물은 사건을 계기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처럼 아이들과 관련된 사고 위험을 우려한 업주들이 ‘노키즈존’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노00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시니어존’부터 ‘노20대존’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출입을 제한하는 업주들이 대거 나타났으며, 나이를 뛰어넘어 음식, 직업, 종교 등 ‘노00존’의 기준이 점점 더 세분화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대학교 인근 모 카페 겸 술집에서는 교수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교수존’이 등장했다. 또한,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길거리 음식인 탕후루를 들고 출입하는 것을 막는 ‘노탕후루존’까지 나타나면서 지나친 ‘노00존’의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있다.

특정 집단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00존’이 늘어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특정 집단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00존’이 늘어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노00’존이 낳는 사회적 차별

그렇다면 ‘노00존’의 실태는 어떨까. ‘노시니어존’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미소(23, 부산시 동래구) 씨는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계) 도입과 ‘노시니어존’으로 일할 때 편리한 것은 사실이나 한편으로는 누구나 먹게 되는 나이를 제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00존’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노시니어존’인 카페를 이용한 박민재(29, 부산시 남구) 씨는 “처음 이것(‘노시니어존’)이 생겼다고 했을 때 대놓고 차별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이용해보니 편리하다는 것을 느낀 후 ‘노시니어존’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노00존’이 늘어날수록 차별에 대한 심각성이 무뎌져 차별이 당연시 되는 문화가 생겨나는 것 같다. 배제와 차별적인 방법은 갈등 해소의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확산되는 ‘노00존’을 멈추기 위해서는 소비자와 사업주 서로 간의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 ‘노00존’이 차별을 부추기는 하나의 제도인 것은 맞지만, 그 전에 ‘노00존’이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있다. 소비자는 사업장의 여러 사항들을 잘 지켜야 하며, 사업주는 타당한 이유 안에서 신중히 출입 제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생기면 귀를 막고 소외하는 현시대 속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배려와 포용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