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공원 등 공공장소 줄서기는 나이 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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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공원 등 공공장소 줄서기는 나이 순인가?
  • 취재기자 도민섭
  • 승인 2019.06.17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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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앞에서 고압적 이기적 행동하는 노인들 많아
예의 없는 젊은이도 문제지만 품격 갖춘 어르신 드물어

지하철을 타고 통학하는 대학생 강성현(24, 부산 해운대구) 씨는 매일 한숨을 내쉰다. 출근시간과 맞물린 지옥철출근길도 피곤한데, 하루에 한 번은 꼭 새치기하는 사람을 만나기 때문이다. 지하철에 언제나 출몰하는 새치기족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강 씨 뿐만이 아니다

부산 수영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도민섭).
부산 수영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도민섭).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할 때,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등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항상 줄을 선다.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순서를 지키는 이유는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예절이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서 줄을 서는 것은 순서를 지키기 위한 예절이다(사진: pixabay 캡처),
공공장소에서 줄을 서는 것은 순서를 지키기 위한 예절이다(사진: pixabay).

그러나 이를 무시하는 새치기족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심지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양보를 강요하고, 새치기를 통해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한다. 직장인 김주희(27, 부산 수영구) 씨는 줄을 못 본 척 하는 건지, 줄 서는 것을 모르는 건지 모르겠다당당한 모습에 기가 찬다고 말했다.

최근 김주희 씨는 출근길에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철에 탑승하려는데 한 할머니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김 씨를 밀쳐내고 먼저 탑승했다. 김 씨는 따지고 싶었으나, 지하철에 사람도 많고 오히려 시선이 몰릴까봐 애써 참았다. 김 씨는 나이만 먹었다고 다 어른은 아닌 것 같다심지어 내리기도 전에 먼저 타려고 밀치는 어른들도 많다며 하소연했다.

주말에 친구들과 놀러 가기 위해 김호연(24) 씨는 버스 터미널에서 줄을 섰다. 순서를 기다리던 중 김 씨 앞으로 70대 할머니가 대뜸 끼어들었다. 김 씨는 정중하게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 뒤쪽으로 줄 서셔야 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얼마나 차이 난다고 그러냐? 먼저 탄다고 큰일이 나느냐며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 김 씨의 친구들도 새치기를 한 할머니에게 줄을 서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할머니는 나이도 어린 것들이 예의가 없다며 비속어를 쓰면서 화를 냈다. 할머니는 끝내 줄을 서지 않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씨는 모든 노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를 벼슬로 아는 어른들을 보면 씁쓸하다부끄러운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직장인 513명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출퇴근길 꼴불견관련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6명 이상이 민폐 승객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본 적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새치기로 인한 피해가 3위에 올랐다.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은 다양하지만 중장년층·노인들의 새치기가 특히 심하다. 이런 현상 때문에 노키즈존처럼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49세 이상은 출입하지 못하는 식당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와 관련하여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지만, 대체로 진상 손님 중에 유독 중장년층이 많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서울의 A 포차 유리벽에 ‘49세 이상 정중히 거절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의 A 포차 유리벽에 ‘49세 이상 정중히 거절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새치기는 경범죄 처벌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경범죄처벌법 제336호에는 공공장소에서 승차·승선, 입장·매표 등을 위한 행렬에 끼어들거나 떠밀거나 하여 그 행렬의 질서를 어지럽힌 사람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양보는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선택이다. 나이를 앞세우며 대우받길 바라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이가 드는 것은 벼슬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몇몇 시민들의 의식은 아직 뒤떨어진 듯하다. 모두가 이용하는 대중교통, 공공장소에서의 기본 상식과 매너, 시민 의식 개선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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