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179호’ 철새도래지 을숙도...도심 속에서 멸종위기종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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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179호’ 철새도래지 을숙도...도심 속에서 멸종위기종들을 만나다
  • 취재기자 김아란
  • 승인 2023.11.27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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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의 쉼터이자 문화재 지정구역 을숙도...많은 사람들이 찾아 새 관찰
노랑부리저어새, 고니, 논병아리 등 다양한 종류의 철새 관찰 가능해
철새 관찰에 적합한 시기는 11월부터 2월까지...여름에는 철새 보기 힘들어

“2030 엑스포 실사단이 부산에 왔을 때 해운대, 광안리를 두고 가장 먼저 방문한 데가 어디인 줄 아십니까? 바로 여기 을숙도입니다.”

철새를 보기 위해 을숙도를 찾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전동카트 안. 이곳에서 문화관광 해설사로 근무 중인 윤정 씨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 오른쪽에 펼쳐지는 그린 듯한 갈대밭에 시선을 빼앗기더라도 설명을 놓칠 수 없다. 관광객들의 귀로 철새들의 이야기가 흘러들어온다.

철새들을 촬영하고 있는 윤 정 해설사의 뒷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아란).
을숙도에서 윤정 해설사가 철새들을 촬영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아란).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을숙도는 낙동강이 남해와 만나는 곳에 모래나 자갈이 쌓여, 크고 작은 모래톱과 넓은 갯벌들로 형성된 삼각주이다. 섬의 상부인 생태공원과 하부인 철새공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철새공원은 한때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이자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보호되고 있다.

약 3.2㎢ 면적의 을숙도는 과거에 경작지, 분뇨처리장, 쓰레기 매립장 등으로 이용됐으나, 2000년대 들어와 부산시가 습지생태계 복원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곳은 강 상류로부터 떠내려온 영양분 많은 퇴적물이 쌓여 비옥한 토양이 형성돼 있고, 바닷물과 민물이 뒤섞여 어패류도 다양하기에 철새들이 쉬어가기 최적인 곳이다. 2022년을 기준으로 170종, 약 16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왔는데 을숙도를 찾는 철새들의 수는 습지가 얼마나 잘 보존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현재는 생태계 보전을 위해 3개의 지구(교육‧이용 지구, 완충 지구, 핵심 보전 지구)로 나누어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관리 중인데, 나누어진 3개의 지구 중 교육‧이용 지구는 개방 지역으로 자유로운 탐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나머지 두 개의 지구는 제한지역으로 낙동강하구에코센터의 생태안내 프로그램 신청 또는 연구 및 조사 등의 목적에 의해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철새를 보기 위해 걸음을 옮긴 곳도 바로 이 ‘낙동강하구 에코센터’이다.

버스에서 내려 섬 내부로 쭉 걷다 보면 편의시설 옆에 자전거 대여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무료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데 최대 2시간까지 대여가 가능하다. 다만 현재는 11월 1일부터 시설정비에 들어가 이용할 수 없어 에코센터까지 걸었다. 안내표지판을 따라 시원스레 펼쳐진 낙동강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짧은 굴다리를 지나 을숙도 에코센터를 발견할 수 있다. 주차시설의 앞쪽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전동카트’가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강원도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과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단위 관광객들, 그리고 소수의 커플들이 카트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직접 걸어서 탐조대까지 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 전동카트를 타면 문화관광 해설사의 설명을 함께 들을 수 있다. 전동카트는 30분 단위로 운행되고 예약 없이 최대 12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강릉에서 이곳을 찾은 들뜬 모습의 김영진(54, 강원도 강릉시) 씨는 “철새를 보기 위해 찾아왔다. 원래도 관심이 많아서 전에는 군산 철새도래지와 우포늪도 가봤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남단 탐조대에서 뚫린 창 너머로 철새를 구경 중이다(사진: 취재기자 김아란).
관광객들이 을숙도 남단 탐조대에서 뚫린 창 너머로 철새를 구경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아란).

전동카트에 올라타 남단 탐조대까지 이동하다 보면 차 안에 감탄사가 울려 퍼진다. 오른편의 차창 너머 철새만큼이나 유명한 을숙도의 갈대밭이 넓은 규모로 펼쳐져 있다. 윤 해설사는 “10월 한 달 동안 을숙도 갈대길 걷기 체험 행사를 했다. 오전, 오후로 나눠 1시간씩 진행했다”고 전했다.

탐조대까지 가는 도중 철새들을 발견할 때마다 카트는 멈춰 선다.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창문 너머로 바라본 개울가에는 오리로 자주 착각하기 쉬운 물닭과 논병아리들이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온몸이 검고 부리만 흰 색인 물닭, 다 커도 채 30cm를 넘지 못해 작고 귀여운 논병아리들. 전부 오리로 보이던 새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들은 뒤로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어린 고니들이 고개를 파묻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아란).
어린 고니들이 고개를 파묻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아란).

조금 더 가면 나무로 된 가벽에 네모난 창을 뚫어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든 장소에 도착한다. 이곳 남단 탐조대에서는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백조이자 다른 이름으로는 고니라 불리는 철새들을 마주할 수 있다. 멸종위기 2급인 고니를 본 아이들은 핸드폰 카메라를 확대해 몇 장이나 사진을 찍어대고, 평소 철새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은 어떤 새인지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관광객 강형식(강원도 강릉시) 씨는 “고니 유조를 볼 수 있다니 운이 좋았다”며 찍은 사진들을 자랑하기도 했다.

다만 전동카트를 이용한다면 단체로 철새를 관찰하고 이동하기 때문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원하는 곳에 내리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다음 시간대의 전동카트 이용객들을 위해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묻어난다. 아예 카트에서 내려 천천히 구경하기를 선택한 관광객들도 있었다.

단체 탐방이 끝난 후 운 좋게도 윤정 해설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철새를 조금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서단 탐조대를 가는 길을 물었더니 윤 해설사는 기꺼이 시간을 내주어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철새들까지 소개해 주었다. 무리로 모여있는 가마우지, 일본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로 유명해진 왜가리, 꼬리를 흔드는 깝작 도요새, 우리에게 익숙한 청둥오리까지. 심지어 5시간을 기다려도 볼 수 없었다던 맹금류 말똥가리를 운 좋게 발견할 수 있었다. 윤 해설사는 “이런 맹금류들은 우리가 올려다볼 수밖에 없다. 맹금류를 볼 때는 밑에서 올려다보고 구별하는 연습을 해야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맹금류 말똥가리가 하늘을 날고 있다(사진: 윤 정 해설사 제공).
맹금류인 말똥가리가 하늘을 날고 있다(사진: 윤정 해설사 제공).

오랜 시간 개인적인 탐사를 진행해준 윤 해설사는 “이런 맹금류뿐만 아니라 오리같은 새들도 멸종되면 안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간 포식자가 사라지면 그 아래 종들이 과도하게 늘어날 것”이라며 “오리들이 물고기만 잡아먹는 줄 아는데 사람들이 싫어하는 벌레를 잡아먹는 것도 이 새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기조차도 사실은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를 수분하는 존재다. 모든 종들은 지켜 마땅하다”며 많은 사람들에게 철새보호의 중요성이 알려지기를 바랐다.

을숙도에서 철새를 보기 적절한 시기는 11월 중순부터 2월까지다. 다만 철새를 관찰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소리와 색이다. 지나치게 큰 소리로 떠들거나 갈색 같은 보호색이 아닌 눈에 튀는 색의 옷을 입고 간다면 철새들이 놀라 도망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 외에 다양한 생태체험 프로그램 등은 낙동강하구에코센터 홈페이지(https://www.busan.go.kr/wetland/index)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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