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의 명소 ‘을숙도’... “삶에 지친 마음을 을숙도에서 달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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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의 명소 ‘을숙도’... “삶에 지친 마음을 을숙도에서 달래세요”
  • 취재기자 하미래
  • 승인 2021.11.0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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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수생 식물과 함께 보는 생태공원의 매력
자전거를 무료나 유료로 대여해 탈 수 있는 곳
가을의 하늘과 낭만을 느낄 수 있는 핑크뮬리
생태탐방선에서 즐기는 낙동강의 훌륭한 전경

“을숙도가 없었다면 아마 많이 방황했을 거예요.” 을숙도를 거닐던 대학생 김광현 씨(25, 부산시 남구)가 이곳을 사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씨는 군 전역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헤매던 자신을 붙잡아 준 건 을숙도라고 전했다. 김 씨는 을숙도 생태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을숙도의 풍경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김광현 씨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면 항상 을숙도를 찾는다고 말했다. 을숙도를 걸으면 어수선했던 마음이 정리된다는 것. 김 씨는 “을숙도는 정말 신기한 곳”이라며 “발길이 가는 대로 마냥 걷다 보면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부산 시민에게 을숙도는 힐링의 명소다. 취미인 자전거 타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고, 끝없이 이어진 산책 코스는 잡생각을 정리하며 걷기에 좋다. 낙동강 유람 투어는 울적했던 마음에 새로운 바람을 넣어주며,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공원은 바라보기만 해도 정처 없이 흔들렸던 마음이 진정된다.

을숙도 생태공원에 생태공원의 전경이 그려진 표지판이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을숙도 생태공원에 생태공원의 전경이 그려진 표지판이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을숙도(乙淑島)의 이름은 ‘새가 많고 물이 맑은 섬’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을숙도의 이름 석 자를 들으면 자연이 아름다운 을숙도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을숙도는 1966년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개발로 인해 을숙도는 훼손됐다. 이를 복원하고자 부산시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복원사업을 실시해 을숙도는 190만7000㎡ 규모의 자연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을숙도는 새들의 낙원이라고 불린다. 을숙도 철새공원은 철새를 보호하고 습지와 생태를 보전하기 위해 조성됐다. 이 때문에 철새공원은 개방지역 이외에는 무단출입을 할 수 없다. 교육·이용지구의 피크닉 광장과 주차장 등은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지만, 야외학습장, 매립복원지, 수로를 드나드는 것은 제한된다. 완충지구와 핵심보전지구도 철새서식지 보호로 인해 출입이 통제된다.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 앞에서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 앞에서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기 좋은 을숙도

을숙도(문화회관)에서 하차한 후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로 향하면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국토종주 자전거길 중 하나인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이 있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자전거를 타고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을 보면 나 역시 가족이나 친구들과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을숙도 자전거 무료 대여소 앞에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대여하기 위해 서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을숙도 자전거 무료 대여소 앞에서 사람들이 자전거를 대여하기 위해 서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낙동강 하굿둑 전망대에서 리틀 야구장으로 가면 자전거 대여소가 보인다. 을숙도 자전거 무료 대여소에서는 신분증을 제출하고, 자전거 대여 신청서를 작성하면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월요일과 설날, 추석, 그리고 비가 오는 날은 자전거를 빌릴 수 없다. 대여 시간은 평일 두 시간, 주말 한 시간 삼십 분으로 반납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무료 대여소인 만큼 찾는 사람이 많아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대여 신청이 금방 마감되기도 한다.

자전거 무료대여를 하지 못한 사람들은 ‘을숙도 자전거 문화체험’에서 유료대여를 할 수 있다. 을숙도 자전거 문화체험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유료대여소에는 1인용, 2인용, 가족용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자전거 대여료는 시간당 측정되며, 초과 시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1인용 자전거는 5000원, 2인용 자전거는 1만 원, 가족용 자전거는 2만 원의 대여료를 내면 자전거를 타고 을숙도의 시원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가족과 을숙도를 찾은 한 여행객(43)은 “을숙도에 늦게 도착해서 무료대여를 놓쳤는데, 유료대여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아이들이 가족용 자전거를 너무 좋아해서 오히려 좋은 추억을 쌓았다”고 말했다. 자전거 유료 대여소 직원은 “자전거 타러 많이들 을숙도에 온다”며 “특히 주말에는 사람들이 더 붐빈다”고 얘기했다.

자연 속에서 눈도 마음도 즐거운 을숙도 생태공원

을숙도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를 꼽아보라고 하면 을숙도 생태공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연의 싱그러움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태공원에서는 지친 눈과 마음을 달랠 수 있다. 김광현 씨는 “이곳은 산책하기에도 적합하다”며 “을숙도는 어디든 산책하기 좋지만, 특히 이곳은 볼거리가 많다”고 전했다.

을숙도 생태공원 습지 안에 가시연꽃 훼손을 막기 위해 보호망을 설치해 놓았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을숙도 생태공원 습지 안에 가시연꽃 훼손을 막기 위해 보호망을 설치해 놓았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을숙도 생태공원은 수림대와 습지가 있어 여러 수생 식물을 볼 수 있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가시연꽃이 눈에 띄었다. 가시연꽃은 과거 전국의 저수지와 습지에서 자생했으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낙동강 하구 일부에서만 관측 가능했다. 그 후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와 환경부가 을숙도 생태공원 습지 네 곳에서 가시연꽃 복원사업을 벌여 지금은 7∼8월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가시연꽃을 볼 수 있다. 낙동강관리본부의 관계자는 “2015년에 가시연꽃 복원사업을 진행했는데 그 이후로 매년 같은 곳에서 가시연꽃이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낙동강 물살을 시원하게 가르는 생태탐방선 투어

을숙도 생태탐방선이 낙동강을 지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을숙도 생태탐방선이 낙동강을 지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생태공원 길을 따라 낙동강 근처를 걷다 보면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는 배가 있다. 생태해설사와 여행객이 탄 낙동강 생태탐방선이다. 을숙도는 걷는 재미도 있지만, 물이 맑은 곳인 만큼 낙동강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생태해설사와 낙동강을 유람하는 낙동강 생태탐방선 투어는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운행하며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항이다. 평일 운항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고, 생태탐방선에 승선하기 위해서는 매표소에 전화하거나 방문해 필수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생태탐방선은 최소 승선 인원이 여섯 명일 때 출항할 수 있다.

가을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을숙도의 핑크뮬리

을숙도 피크닉 광장에서 가을에 핑크뮬리가 개화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을숙도 피크닉 광장에서 가을에 핑크뮬리가 개화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자연의 멋 중 하나는 계절이 바뀌는 걸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을숙도에서는 가을의 운치를 즐길 수 있다. 철새공원의 피크닉 광장에서는 가을이 다가올 때 잠깐 구경할 수 있는 핑크뮬리가 보인다.

사람들은 핑크뮬리 앞에서 사진을 찍고, 돗자리를 깔아 소소한 피크닉을 즐긴다. 아이, 어른, 어르신 할 것 없이 모두 돗자리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데, 높은 하늘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남자친구와 함께 피크닉 광장을 찾은 고등학생 박모 군은 “친구들이랑 마땅히 놀러 갈 곳이 없을 때는 가끔 여기를 온다”며 “핑크뮬리도 있고 돗자리 하나만 있으면 피크닉 느낌 내기 딱 좋다”고 전했다.

을숙도 피크닉 광장에서 사람들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을숙도 피크닉 광장에서 사람들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을숙도는 자연, 동물, 사람이 모두 공존하는 곳이다.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사람과 동물의 쉼터가 돼주는 을숙도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김광현 씨는 “을숙도는 보물이다. 다른 친구들은 가족이나 친구에게 위로받을 때, 나는 을숙도에 와서 힐링하고 위로받곤 한다”고 얘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무력함과 우울감을 느끼고,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다. 또 활력소 하나 없는 쳇바퀴 같은 삶에 지친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럴 때 을숙도에 들른다면 기분을 전환하며 힐링하고 새로운 마음의 안식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을숙도 생태공원 안에 비석이 세워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을숙도 생태공원 안에 비석이 세워져 있다(사진: 취재기자 하미래).

을숙도는 1960년대 이후 인근 농민들에게 파 경작의 성지였다. 1970년대까지 을숙도는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산업화로 자연환경과 생태계가 훼손됐다. 하굿둑이 완공되고 준설토 적치장으로 이용된 을숙도의 1987년, 해양 분뇨처리시설로 이용된 1992년, 그리고 을숙도는 1993년부터 부산 지역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활용됐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자연 훼손을 막고자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을숙도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을숙도는 자연, 동물, 인간 모두에게 소중한 곳이 되었다.

을숙도는 모두의 힐링 명소다. 을숙도가 60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은 것처럼 미래의 을숙도 모습도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힐링하고, 새가 쉬어가고, 여러 생물이 숨 쉬는 이곳의 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숨결을 품은 생태의 섬 을숙도가 앞으로도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모든 이들의 쉼터가 되길 바란다.

부산에서 을숙도를 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도시철도 이용 시 하단역 3번, 5번 출구에서 나와 명지 방향 시내버스나 마을버스 환승으로 을숙도(문화회관)에서 하차하면 된다. 버스 이용 시에는 시내버스 58, 58-1, 58-2, 3, 168, 520번이나 마을버스 강서3, 7, 9, 12를 타고 을숙도(문화회관)에서 내리면 을숙도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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