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만우 칼럼] 외국인 유학생 30만명 시대... 지한파 만드는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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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만우 칼럼] 외국인 유학생 30만명 시대... 지한파 만드는 전략 필요
  • 칼럼니스트 권만우
  • 승인 2023.11.0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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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대 정상으로 올라선 K팝 성공 비결에서 배워야
졸업 후 자국 돌아가 친한(親韓)파로 남게 해야 국가에 도움
(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정부 부처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교육부는 지난 8월말 2027년까지 30만 유학생을 유치해 세계 10대 유학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이른바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을 발표한 바 있다. 전 세계 OTT시장에서 K드라마가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BTS, 블랙핑크등 K팝이 세계 음악시장에서 주류 대접을 받게 되자 이제 교육에서도 글로벌 리더가 되어보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뿐만 아니라 법무부, 기재부, 과기부, 문체부, 산업부, 중기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유학생을 유치하고 취업시키고 국내에 정주시키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나아가 해외인재 특화형 지방 교육국제화특구도 이미 10여개 지정했으며 더불어 유학생 유치에 큰 역할을 담당하지 않았던 해외 한국교육원 내 ‘유학생유치센터’를 설치해 유학 상담, 국내 대학과 현지 대학의 연결, 유학박람회 지원 등 한국유학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유학생 종합지원 정책은 이번 정권에서 신설된 것이 아니라 이미 20여년전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권에서 추진했던 것이다. 1999년 당시 교육부는 ‘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세워 5년간 외국인 유학생 2만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의 30만명 목표에 비해 15분의 1도 안되는 초라한 목표였다. 이후 2002년에 정보통신부는 IT분야 대학원생을 유치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유학설명회를 개최하여 석사과정의 경우 2년동안 연간 1천만원, 박사과정의 경우 4년동안 연간 140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외국인학생 유치지원사업을 6년간 시행한바 있다. 2003년에는 학생 뿐만 아니라 해외 교수 초빙을 위해 1인당 연간 1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는 ‘해외교수 초빙사업’도 실시했다.

이뿐만 아니다. 교육부는 2008년 4월 ‘스터디코리아 프로젝트 발전방안’을 새로 수립해 2012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10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새 목표치를 설정했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이 2004년 1만6천832명에서 2005년 이미 4만9천270명까지 증가했기 때문에 2008년에는 5만5천명까지 끌어올린 뒤 2012년 10만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영어전용강좌 및 한국어 연수프로그램 지원사업이 신설되었으며 2010년 유학생이 7만명을 넘어가면서부터 정부는 교육역량강화사업등 대학 대상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유학생 유치와 관련한 지표를 총점에 반영함으로써 전국 대부분의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학생이 늘어남에 따라 부정적 영향도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불법체류자의 증가였다. 불법체류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는 2009년부터 국제화 인증제를 도입해 유학생 관리가 부실한 대학을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관리하게 되었다. 이 무렵부터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GKS)사업이 확대되기 시작했으며 WCU(월드클래스대학) 사업, BK21사업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과 고급 해외인력의 한국 유입을 늘려왔다. 2011년 드디어 외국인 유학생 숫자가 10만명을 돌파하면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관리 역량 인증제’를 본격 시행하게 되었는데 이는 부실대학이 유학생으로 연명하는 행태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2012년부터는 ‘국제협력선도대학’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 모범 대학을 선정해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광역 지방자치단체 별로 다양한 유학생 유치지원사업 경쟁이 촉발되었다. 부산시, 경기도, 전라북도등에서 자치단체별로 시행한 독자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지원 사업이 그것이다. 이후 정부는 2012년 10월 ‘스터디코리아 2020 프로젝트 추진계획(2013~2020)’을 확정해 정부 기관인 국립국제교육원을 우수인재 유치 및 유학생 관리를 위한 전문기관으로 육성하고 해외 현지의 유학 홍보 및 유학생 유치의 지원센터로 한국교육원과 문화원을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나아가 전국에 산재한 경제자유구역에는 해외대학과 초중고 국제학교 유치 광풍이 불어 인천 송도에만 외국대학 분교 5곳이 유치되었으며 초중고등 국제학교는 인천, 제주, 부산등 지자체마다 분교 형태로 현재도 유치 경쟁이 진행 중이다.

교육부 뿐만 아니라 산업부, 과기부, 노동부, 중기부 등 부처에서도 독자적인 외국인 인력 유치 및 고용 사업이 진행 중이다. 2014년 산업부는 ‘뿌리산업 외국인 기술인력 양성대학’을 선정해 국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을 기술인력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으며 중기부와 지자체에서는 외국인 기술창업 지원사업을 시행하거나 글로벌 스타트업 국내 유치지원사업등을 통해 유학생 뿐만 아니라 기술인력 유치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렇게 내년부터 추진되는 유학생 30만명 유치사업은 지난 20여년간 시행해온 다양한 정책의 확장판이며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과 국가 소멸, 대학 소멸의 위기에 다다른 현재의 상황을 국제화로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선진국 문턱에 다다른 우리의 국가적 위상과 경제력을 감안해 볼 때 이러한 30만명 목표치는 과다한 것은 아니다. 영국은 2030년까지 유학생 60만 명 및 연 350억 파운드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프랑스는 2027년까지 유학생 50만 명 및 비자취득 간소화, 일본은 2033년까지 유학생 38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밝히는 등 국가마다 유치 경쟁은 점차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유학생 유치 계획과 전략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유학생 정책의 경우 출신국이 아시아 국가에 편중돼 있으며, 전공 또한 인문사회계열이 66.7%이고 수도권 대학에 쏠림 현상이 심하며 유학생 유치-교육-취업-정주에 이르는 체계적인 지원 전략도 약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 해외 인력이 졸업 후 진로에 있어 국내 진학 및 취업 희망 비율은 55.5%에 달하지만 실제로는 졸업 후 본국 귀국 29%, 국내 진학 11%, 국내 취업 8%등으로 나타나 이들이 국내 취업이나 창업, 정주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다는 것이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외국인이 한국에서 최소한 2년, 많게는 석박사까지 10년을 보냈음에도 이들이 한국의 제도적 장벽과 문화적 차별을 극복하지 못하고 떠나가야 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대학의 경우만 해도 박사학위 까지 마치고 조교수로 임용된지 10년 이상된 외국인 교수들이 승진과 임금, 신분 상의 차별로 본국이나 다른 국가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입장에서 한국은 미운 정 고운 정이 다든 우방국가가 아니라 ‘왠수’ 같은 국가일 수도 있다. 그러니 정부는 유치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이들을 잘 관리하고 길러서 진정한 ‘한국인’으로 이 땅에 살거나 BTS 팬 모임인 아미처럼 한국을 사랑하거나 혹은 최소한 한국을 잘 아는 중립적 지한(知韓)파 정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들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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