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만우 칼럼] 부산국제영화제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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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만우 칼럼] 부산국제영화제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다
  • 칼럼니스트 권만우
  • 승인 2023.06.1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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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축제공화국이다. 전국적으로 3000여 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으니 하루 10개꼴로 축제가 개최되는 셈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이렇듯 축제가 늘었다고 하나 사실 대한민국은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기술된대로 “10월마다 늘 하늘에 제사하고 밤낮으로 술을 마시며 노래 부르고 춤을 추는” 오랜 축제의 유전자와 역사를 갖고 있다.

부산은 유독 국제 축제가 많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연극제, 무용제, 단편영화제, 어린이영화제, 음식영화제, 마술축제등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비를 지원하고 부산시가 보조금을 합쳐서 운영하는 축제가 대부분이다. 이들 축제는 관광상품성이 있는 축제를 선정하여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만든 것들이다.

이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는 전 세계 크고 작은 수 백개의 영화제 중 그 규모 면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는데 이견이 없다. 이런 위상을 단기간에 갖게 된 것은 부산시가 매년 70억원 이상을 27년간 꾸준히 지원한 덕분이다. 다른 지자체 축제들이 국비에 대한 지자체 대응투자를 많아 봐야 30% 정도를 지원하는데 비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국비 대비 600% 이상 파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제 곧 30주년이라는 건장한 청년기를 향해 성장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최근 28회 영화제 개최를 몇 달 앞두고 집행위원장 사퇴와 인사잡음, 영화제의 개인 사유화 논란 등으로 시끄럽다. 부산시장이 비영리 사단법인인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아오던 것을 2016년 서병수 전 시장이 민간으로 이양한 지 7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운영해오던 영화제가 이런 지경에 이른 것에 대해 언론 보도들은 “돈만 부산시에서 지원하고 내부는 특정 대학과 특정 영화잡지사 출신이 독점하는 조직 운영의 폐해가 쌓인 탓”이라며 “축제만 있고 산업은 없는 영화제”를 혁신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칸 영화제가 개최되는 Palais des Festivals
칸 영화제가 개최되는 Palais des Festivals

세계 1위의 영화제로 평가받고 있는 프랑스 칸 영화제의 경우 작년 예산이 한화 약 400억 원으로 부산영화제에 비해 3배 이상의 규모이다. 그러나 칸 영화제는 1년 수입이 약 580억 원에 달해 비용을 치르고도 매년 100억 원 이상이 남으며 경제파급효과도 3000억 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칸은 영화제 뿐만 아니라 국제광고제, MIPTV, MIPCOM같은 콘텐츠마켓 등과의 연계로 국제 콘텐츠 산업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사우스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의 2024년 예고 간판
사우스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의 2024년 예고 간판

미국의 선댄스 영화제나 캐나다 토론토 영화제, 미국 텍사스의 사우스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영화제도 수입이 지출을 훨씬 상회하고 있으며 지역경제 및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 국가의 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의 운영 방식의 차이는 결국 민간 기업 방식의 운영 여부라고 할 수 있다. SXSW는 축제조직과 운영을 민간기업을 설립해 시작했고 참가비를 고가 전략으로 가져갔다. SXSW의 올해 참가비는 한화 약 200만 원 정도로 등록비 수익만 4000만 달러에 달하며 전체 수익은 1억4000만 달러(한화 약 1800억 원)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1인당 수백만원에 달하는 유료 등록 수입 기반의 영화제와 국민과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영화제의 차이는 자명하다. 그동안 수천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어 세계적 수준의 영화제라는 성과를 거두었다면 이제부터는 세금 없이도 운영될 수 있는 재정자립과 지속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때다. 현재 영화제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혁신위 구성이나 이사회 구성 모두 부산국제영화제의 본질을 마치 문화적 의미나 지역주민의 단합, 세계적 명성의 획득과 유지 정도로 보는 관점이 대부분이다.

축제는 여러 가지 목적과 기능이 있지만 그 다양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축제를 앞으로도 수 십년동안 시민과 국민의 세금을 퍼주는 방식으로 끌고 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미 민간이양을 했으니 부산국제영화제의 혁신위원회 또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고 산업적 관점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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