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만우 칼럼] 포켓몬과 핑크퐁 아기상어의 비즈니스 모델 : 인문학 지원이 글로벌 콘텐츠 지속가능성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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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만우 칼럼] 포켓몬과 핑크퐁 아기상어의 비즈니스 모델 : 인문학 지원이 글로벌 콘텐츠 지속가능성 열쇠
  • 칼럼니스트 권만우
  • 승인 2023.07.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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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성공 이면엔 일본의 인문학 진흥사업 있어
K콘텐츠 지속 위한 중장기적 전략 및 투자 필요

2016년 6월 공개된 ‘핑크퐁 아기상어 체조’ 영상은 2020년 11월 유튜브 최다 조회 영상에 등극(131억 회, 2023년 7월 24일 기준)했으며, 6840만 명에 달하는 유튜브 구독자를 확보할 정도로 K콘텐츠 산업의 새 이정표를 쓰고 있다. 이 영상을 만든 회사 ‘스마트스터디’는 2010년 설립 후 작년에 회사명을 아예 더핑크퐁컴퍼니(이하 핑크퐁)로 바꾸는 등 콘텐츠 회사로 성격을 분명히 하면서 차기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 육성에 집중했다.

그 결과 핑크퐁은 지난해 4월 ‘베베핀’ 유튜브 영어 채널을 선보였고 구독자 수가 최근 1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베베핀 채널은 핑크퐁 영어·한국어·스페인어 채널에 이어 4번째로 유튜브 1000만 구독자 이상에게 주는 다이아몬드 버튼을 받았다. 베베핀은 지난해 1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어 아마존 프라임등 해외 OTT 서비스 뿐만 아니라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도 동시에 선보였다. 그 결과 핑크퐁의 매출은 2021년 832억 원, 2022년 1170억 원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베베핀 다음 타자인 ‘씰룩’ 유튜브 채널도 반년 만에 구독자 수 400만명을 돌파했다. 핑크퐁·베베핀보다 씰룩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른 형국인데 회사는 K팝과 웹소설, 웹툰도 준비 중이다.

더핑크퐁컴퍼니의 베베핀과 실룩(출처:더핑크퐁컴퍼니 홈페이지).
더핑크퐁컴퍼니의 베베핀(출처:더핑크퐁컴퍼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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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핑크퐁컴퍼니의 실룩(출처:더핑크퐁컴퍼니 홈페이지).

그러나 이같은 핑크퐁의 선전은 주로 유아를 대상으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다른 해외 IP들과 차별화된다. 게임을 원작으로 TV 등으로 파생된 일본의 포켓몬(Pokemon) 시리즈의 경우 1996년 출시되었는데 무려 1180억 달러(한화 약 160조 원)에 달하는 매출로 전 세계 1위 미디어 프랜차이즈를 점유하고 있다. 포켓몬에 이어 1974년에 출시된 일본의 ‘헬로키티’, 1973년에 시작된 일본의 ‘앙팡맨’ 또한 전 세계 미디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상위 10위 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 경제가 끝모를 추락에 빠지고 있고 한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뉴스도 나오지만 이 분야에선 미국의 ’곰돌이 푸’ ‘디즈니 미키마우스’, ‘스타워즈’ 시리즈가 포켓몬에 뒤지고 있을 정도이니 일본의 저력은 허명이 아니다.

역대 최고의 수익을 올린 미디어 프랜차이즈 순위(자료:타이틀맥스).

이렇게 포켓몬을 160조짜리 캐릭터로 키운 이면에는 1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일본의 인문학 지원이 있다. 일본에서는 100년전인 1800년대부터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요괴학’을 학문적 토대 위에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인문학적 자산이 포켓몬이라는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웃집 토토로(1988),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등도 이러한 요괴학이라는 인문학 콘텐츠와 맞닿아 있어서 지속가능한 롱런 콘텐츠로 성장한 것이다.

이제 한국 창작자들과 제작사들도 2차 저작물이나 판권, 부가 시장등을 염두에 두고 음악, 드라마, 캐릭터,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출시하지만 이러한 인문학적 기반이 없는 순수 창작물인 뽀로로나 상어, 펭귄이 얼마나 지속가능한 콘텐츠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BTS, 블랙핑크와 같은 뮤직 비즈니스에서의 성공과 함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비즈니스에서의 이같은 성장과 매출, 그리고 K콘텐츠의 약진이 지속가능한 구조를 갖기 위해서는 인문학에 대한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반도체등 첨단 기술과 콘텐츠는 다르다. 1996년 닌텐도 비디오게임으로 탄생한 포켓몬은 20여년간 장르를 다변화해 애니메이션, 장난감, 캐릭터, 학용품, 교육, 서비스업 등 다방면에서 연간 3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매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자본금 40억에 불과한 회사가 캐릭터등을 팔아 건설회사의 한 해 중동 신도시 건설사업 수주액과 비슷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인문학적 자산은 몇 년만에 갑자기 불어나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K팝과 드라마 산업도 중요하지만 위기를 맞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가지고 지원해야 지속가능성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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