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업계, 증권 업계, 연예계 가리지 않고 ‘전청조 밈(meme·인터넷유행어)’ 활용 눈길
일각에선 “피해자 있는 사건이다”, “범죄를 가볍게 바라봐선 안된다” 등 갑론을박 이어져
“I am 실망이에요”, “I am 간절해요”, “I am 신뢰에요”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 씨의 재혼 상대로 알려졌던 전청조(27) 씨가 ‘자칭 재벌 3세’ 사기 행각에 사용했던 말투인 “I am(나는) 신뢰에요”가 각종 커뮤니티와 기업 광고에까지 패러디되고 있다. 이른바 ‘전청조 밈(meme·인터넷유행어)’으로 불리는 ‘청조체’다. 심지어 원래 맞춤법으로 ‘신뢰예요’가 맞지만, ‘신뢰에요’를 사용하며 더욱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달 31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 홍보 문구에 ‘전청조 밈(meme·인터넷유행어)’이 대거 나타났다. 전자상거래업체 위메프에선 “I am 특가에요~ (광고) Ok... 원데이 특가! Next time은 없어요~!”라는 문구를 활용해 관심을 끌었다. 또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한 병원에서 전청조의 말투를 따라해 “Ok... 그럼 Next time에 휴진할게요”, “But 우리 Patient와 같이 있으면 I am 행복이에요”라는 포스터를 부착하고 ‘밈 적응이 빠른 MZ 의사’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증권 업계와 연예계에서도 ‘전청조 밈’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국투자증권에선 보고서 제목을 ‘I am 신뢰에요’로, 현대차증권도 최근 발간한 리포트에 ‘I am 탑픽이에요’‘I am 기대치 상회에요’ 등 전 씨의 말투를 모방했다. 연예계에선 SBS ‘런닝맨’,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등 지상파 예능에도 등장했다. ‘런닝맨’에선 ‘I am 가수에요’라는 자막이 등장했고, ‘전지적 참견 시점’에는 ‘Ok... 그럼 Next time에’라는 자막이 나왔다.
‘전청조 밈(meme·인터넷유행어)’은 온라인상에서 엄청난 열풍이 불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패러디는 극히 일부분이고, 다양한 마케팅과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전 씨에게 사기를 당한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는 만큼, 무분별한 패러디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누리꾼도 있다.
개그우먼 엄지윤 씨는 지난 30일, 인스타그램에 “Ok...Next time...I am 엄청조”는 글과 함께 ‘전청조 패러디’ 사진을 올렸다가 비난이 쏟아져 사진을 내렸다. 이는 온라인상에 확산됐던 전 씨의 ‘경호원 대동샷’을 패러디한 것으로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전청조를 따라한 것이다.
대다수 누리꾼들은 “I am 말투가 너무 웃기다”, “밈이 유행하면서 더 재밌는 패러디가 나온다” 등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반면, 일각에선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다”, “피해자를 놀리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냐”, “범죄를 가볍게 바라봐선 안 된다” 등으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온라인상에는 “I am(나는) 신뢰에요”를 조롱하는 ‘전청조 밈(meme·인터넷유행어)’이 도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그우먼 엄 씨의 경우도 ‘전청조 패러디’ 유행을 따라해 게시글을 올렸지만, 범죄자를 희화화한 경솔한 패러디라는 지적과 함께 뭇매를 맞았다. 이렇게 누리꾼들의 엇갈린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엄 씨는 게시물을 삭제 조치했다.
이에 대중문화평론가 위근우는 자신의 SNS에 “전청조가 사기 친답시고 했던 짓들이 상상 이하로 허접해서 웃기긴 한데, 명백히 사기 피해자들을 양산한 사기꾼이 사기를 위해 쓴 말이라면 적어도 기업 마케팅에선 지양해야 하지 않냐”며 “허접한 사기꾼에 대한 비웃음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런 허접한 사기에도 속은 사람들에 대한 비웃음이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오후 경찰은 경기 김포시에 있는 전청조(27) 씨의 친척 집에서 전 씨를 체포하고 체포 영장과 함께 통신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통신 영장과 압수 영장을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