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No)재팬’ 얼마나 됐다고.... 못 말리는 한국인의 냄비근성
상태바
‘노(No)재팬’ 얼마나 됐다고.... 못 말리는 한국인의 냄비근성
  • 취재기자 이보영
  • 승인 2023.10.31 13:0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NO)재팬’을 외치던 한국인들이 일본으로 몰려가며 이제는 ‘고(GO) 재팬’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에서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일본상품 불매운동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일본 여행과 일본상품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흥행이 대표적이며, '노재팬' 운동 이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도 급격히 매출을 회복하고 있다.

일본 국기를 연상하게 하는 노재팬 불매운동 사진이다 (사진: freepik 무료이미지).
일본 국기를 연상하게 하는 노재팬 불매운동 사진이다 (사진: freepik 무료이미지).

일본 여행도 마찬가지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올해 들어 일본을 찾는 외국인 중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56만 9100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8월과 비교해도 84.3% 증가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방일 외국인(1518만 9900명) 중 한국인은 432만 4400명으로 28.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8월 25일부터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며 일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졌음에도, ‘NO 저팬’보다는 ‘선택의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본 여행을 택하고 있다. 추석 연휴 3박 4일간 오사카를 간다는 경성대학교 A 씨는 “고민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워낙 오랜만의 여행이고 주변에서도 여행을 만류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다녀오기로 했다”라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됐더라도 당장 피해가 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피력했다.

기자가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대(對)일본 위스키·포도주 수입액은 각각 지난해보다 80.4%, 20%, 25.2% 급증했고, 의류, 골프용품, 자동차 등에서도 ‘일본산’ 제품 수입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의 KBS 뉴스 인터뷰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일본상품 소비 증가는 이제 시작 단계”라며 “의사 표현이 확실한 젊은 세대가 자기 의지로 일본산을 선택하면서 일부에서 나오는 ‘반일 주장’은 영향력이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일본상품을 소비하는 이들은 'NO 재팬' 사태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의 소비와 가치관 등을 중요시하는 '개인의 선택'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매스컴에서도 2019년 'NO 재팬'운동 당시 타인의 소비를 통제하거나, 질타하려는 움직임에서 '학습효과'가 있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2019년 당시 정치, 외교문제와 소비를 결부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의문을 바탕으로 개인의 소비와 중시하는 가치관에 따른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학습했다는 것이다.

3년 전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일본 매스컴에서는 한국인 특유의 ‘냄비근성’을 꼬집으며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고 얼마 안 가 제풀에 꺾일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기분 나쁘게도 그 예상은 적중했다. 어떤 일이 있을 때 흥분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는 한국인의 냄비근성은 일본 여행과 일본상품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재의 모습에서 우리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이 있다. 제2, 제3의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다시 온다면 그때 서야 후회할 것인가. 한국인의 자존심은 어디로 갔나. 우리 모두 냄비근성이라는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일이 있으면 쉽게 흥분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냄비근성. 디지털 시대를 사는 지금 냄비근성은 우리의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삶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이를 부추기는 언론의 과도한 경쟁 보도와 남들이 하니까 자신도 따라서 하는 군중심리에 있다고 본다.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찾아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이른바 '뚝배기 근성'이 하루빨리 자리 잡길 기대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도찐 2023-11-02 21:07:41
민주당 선동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했던 것이고.. 그거 참여 안한 사람은 안했어 그리고... 이재명도 머리는 일본산 샴프 쓸려고 했잖아 결론 적으로 알아서 해야 할 문제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