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공포 마케팅, 그 선은 어디까지 그어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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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공포 마케팅, 그 선은 어디까지 그어져 있나
  • 취재기자 허아름
  • 승인 2023.10.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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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과도한 공포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심기가 불편해지고 있다. 마케팅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우리가 소비자로서 취할 수 있는 입장에는 무엇이 있을지 알아보자.

오마르 하솀이라는 남자가 과거 사고 당시 아이폰의 구급기능으로 생존한 것을 새로운 생일을 얻은 것으로 삼아 축하하고 있다(사진: 애플 공식 유튜브 ‘Another Birthday’ 영상 캡처).
오마르 하솀이라는 남자가 과거 사고 당시 아이폰의 구급기능으로 생존한 것을 새로운 생일을 얻은 것으로 삼아 축하하고 있다(사진: 애플 공식 유튜브 ‘Another Birthday’ 영상 캡처).

기업은 수많은 비슷함 속에서 소비자의 눈을 잡아채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통한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시도한다. 가령 그게 소비자의 공포감을 마케팅에 활용하게 되더라도. 애플은 지난 9월 아이폰 15 시리즈와 함께 '애플워치 9'와 '애플워치 울트라 2'를 공개하며 새로운 광고를 선보였다. 최근 몇 년간 애플은 애플워치가 없으면 물에 가라앉는 차에서 익사하거나, 쓰레기 압축기에 갇히거나, 얼음 호수에 빠진 후 저체온증을 겪을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제작한 바 있다. 이번 신제품에서는 애플워치뿐만 아니라 아이폰에도 '죽음 마케팅'을 활용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초기 애플워치 시리즈의 광고는 건강 증진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행복하고 밝은 모습을 그려냈다면, 최근 광고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소비자의 두려움을 자극해 마치 워치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것 같은 심리상태로 만들었다. 이 같은 반복된 '목숨 마케팅'에 애플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제품 판매에 악용한다는 것이다. 갈수록 애플워치와 경쟁 제품의 성능 간극이 좁혀지고 있는 와중, 차별화를 부각하기 위해 무리한 광고를 했다고 네티즌으로부터 지적받고 있다.

이와 같은 ‘공포 마케팅’은 소비자의 공포심을 제품에 대한 관심으로 유도하는 기법을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불안감, 불확실성을 두려워한다. 아직 자신에게 닥치지 않은 일,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일이라면 더욱 두려움의 정도가 커진다. 건강의약품 광고가 공포마케팅이 흔히 쓰이는 예시 중 하나이다. 먼저 특정 사건에 의해 나타날 수 있는 걱정이나 불안 상태를 보여주고, 제품이나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그러한 불안 상태가 해소되는 것을 강조한다.

문제는 광고의 과장적인 표현으로 인해 정보의 신뢰도가 낮게 평가된다는 점이다. 지난달 21일, 식약처가 추석을 앞두고 판매하는 선물용 제품의 허위·과대광고 509건을 적발했다. '면역력 증진' 등의 표현으로 일반 식품을 건강기능식품인 것처럼 혼동하게 한 광고, 화장품의 경우 '아토피 개선' 등의 표현을 써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광고가 많았다.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경로가 워낙 쉽고 소문이 빠르게 퍼지다 보니 더욱 쉽게 무리한 광고로 시선을 붙잡아두고, 불필요한 소비를 하도록 피해자를 현혹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소셜 미디어로 전파되는 정보가 얼마나 진실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생각보다 적다. 비록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소셜 미디어와 구분되는 TV나 신문 등의 전통 미디어는 정보와 광고를 형식적으로 분리하여 소비자 대상 광고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또한 해당 기관이나 매체를 관리하는 법률규정이 있어서 정보 이용자를 보호하는 어느 정도의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춘천교대 추정완 교수는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마케팅에 대한 윤리적 고찰’(2019)이란 논문에서 소셜 미디어의 경우, 이러한 관리 감독 장치가 부실하거나 전혀 없기 때문에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광고나 정보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하여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위험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되는 정보는 이만큼 정보의 확실성이 떨어진다. 소비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보된 타인의 리뷰나 견해가 맞는 것인지 해당 정보의 질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많은 소비자들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찾는 정보에 한계가 있음을 알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얻는 정보에만 과도하게 신뢰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판단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견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경성대 학생 김난형씨는 “본인이 지지하거나 선호하는 입장에 해당하는 정보를 비대칭적으로 수집하거나 제품이나 서비스의 장점만을 편식하는 습관이 있다”라고 말했다. 하물며 소셜 미디어로부터 얻는 정보가 처음부터 오류를 포함하고 있거나 왜곡을 목적으로 조작된 경우는 더욱 심각하고, 이러한 경향이 기업의 마케팅에 이용되기 쉽다는 것이다.

공포 마케팅은 인간의 원초적인 불안이나 두려움을 이용하지만, 그 목적이 불안함을 주는 것이 아니다. 불안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것이며, 자사 제품을 사용할 시 더 효과적이고 가능함을 확신시키기 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 그 정도가 지나치다면 위에 보였던 애플광고와도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소비자로부터 얻게 될 수 있다. 소셜 미디어 상의 광고에도 전통 미디어에 사용되는 광고와 같이 적절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기업에도 제재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이 국가적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정보 제공자 외, 정보 소비자 역시 취해야 할 태도가 있다. 소비자도 정보 리터러시 능력을 키워 본인의 눈을 현혹하는 광고를 줏대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내가 지금 이 광고 제품의 기능이 너무 탐이 나 쉽게 얻기 위해 정보를 편식적으로 습득하고 있지는 않은지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상적인 소셜 미디어 환경에 대한 발전, 윤리적인 기대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에게 당면한 소셜 미디어 마케팅 영역의 비윤리적인 행태를 인지해야 진정으로 똑똑한 소비자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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