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SF 영화 ‘더 문’ 화려한 비주얼 vs 김용화표 신파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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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SF 영화 ‘더 문’ 화려한 비주얼 vs 김용화표 신파 감성
  • 부산 해운대구 이채현
  • 승인 2023.10.0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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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비주얼과 감동적인 서사가 함께한 신파의 조합으로 개봉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객들에게 다양한 반응을 얻어내고 있는 영화 ‘더 문’.

영화 ‘더 문’은 2029년을 배경으로 우리나라의 달 탐사선이 우주에서 태양 흑점 폭발로 사고를 당하게 되고, 달 탐사선에 탄 우주인 3명 중 주인공 황선우가 홀로 남겨진다. 그리고 나로 우주센터 관계자들과 정부, 그리고 국민들까지 황선우를 살리기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염원하는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를 소재로 한 SF 재난 영화다.

영화 ‘더문’에서 달에 홀로 남겨진 황선우(배우 도경수) 대원이 우주센터와 교신하는 모습을 담은 포스터(사진: CJ ENM 제공).
영화 ‘더문’에서 달에 홀로 남겨진 황선우(배우 도경수) 대원이 우주센터와 교신하는 모습을 담은 포스터(사진: CJ ENM 제공).

영화 ‘더 문’은 개봉 전부터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등 장악력 있는 베테랑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대중들의 기대를 모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였기 때문에 CG는 얼마나 자연스러울지, 어떻게 연출을 했을지 비주얼적인 부분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개봉 전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대한민국 우주 대원이 달에 홀로 고립되었다’는 카피와 함께 영상 말미에는 홀로 남은 황선우 대원이 ‘메이데이’를 외치며 긴박한 순간을 담아 또 한 번 대중의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한 후 대중들의 반응은 눈에 띄게 호불호가 갈렸다. 우선, 도경수, 설경구, 김희애 등 출연진의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다. 영상 속의 CG 효과가 주가 되는 영화인만큼 촬영 현장에서 몰입이 힘든 조건이었을 텐데도 극한 상황을 적절히 연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연들과 함께 특별출연과 우정출연으로 활약해 준 이성민, 김래원의 연기와 조연들의 연기 또한 유머 코드를 건드려주거나,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줄 수 있도록 해 주는 좋은 장치가 되었다. 그리고 요즘 영화관 입장권 가격이 부담스러울 만큼 오르는 시점에서,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케일을 담은 영화라는 점에서 OTT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압도감을 잘 연출해 냈다는 확실한 장점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장점들이 확실한 만큼, 확실한 단점들도 눈에 띈다. 일명 ‘신파 감성’이 빠질 수 없었던 것. 이 점에서 관객들에게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뻔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눈물을 유도할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컥함을 참을 수 없게 하는 것은 김용화 감독의 감성으로 너무나 유명하다. 대중들은 그 동안 많은 미디어와 영화, 드라마를 접하면서 연출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면에서도 보는 시선이 아주 높아졌다. 즉, 클리셰도 재미있게 풀어내면 각광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그저 뻔함에 지나지 않는다.

이 부분에서 ‘더 문’의 아쉬운 점이 드러난다. 나는 한국에서 드디어 제대로 된 우주 SF 영화가 나온다는 기대감에 정식 영화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관람했는데, 전체적인 연출에 비해 서사는 약 5~10년 전 미국의 우주 영화에서 나올 법한 내용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우수한 연출에 비해 이야기의 흐름이 억지로 눈물을 나오게 하려는 서사라는 느낌이 들었다. 또, 이야기의 흐름이 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영화의 초반과 후반을 제외하면 거의 영화 내내 화려한 비주얼이 끊임없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한 확실한 장점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나는 우리나라 영화계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그래픽이 우수하다고 내세울 만한 영화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더 문’은 그 점을 충족시켜주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보는 내내 눈에 거슬리는 것 없게 깔끔하게 봤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였다. 그리고 이와 함께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이 그래픽을 마음 편히 즐기게 해 준 아주 굵은 지지대라고 생각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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