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영화에 푹 빠진 영화 칼럼니스트, ‘영화와 삶’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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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영화에 푹 빠진 영화 칼럼니스트, ‘영화와 삶’ 톺아보기
  • CIVIC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2.07.0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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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작가 세 번째 영화 에세이집 '삶의 통찰' 기록
‘오늘도 두 번째 하루를…-이동기의 영화 이야기’ 출간

오늘도 두 번째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이동기의 쉼표 같은 영화 이야기’(프로방스, 2022), 영화 칼럼니스트 이동기 작가의 세 번째 영화 에세이집이다. 작가는 제각기 다른 주제의 여러 영화를 가져와 이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내며, 영화가 우리 삶과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라는 화두를 담담하게 던져간다. 이 책은 곧, 영화를 통해 삶의 깊이를 꿰뚫어 보는 통찰의 기록이다.

신간 ‘오늘도 두 번째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이동기의 쉼표 같은 영화 이야기’ 표지(사진; 이동기).
신간 ‘오늘도 두 번째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이동기의 쉼표 같은 영화 이야기’ 표지(사진; 이동기).

이 작가는 말한다. 영화는 우리의 삶을 화면에 투영시킨다는 것, 삶의 희로애락을 그대로 담은 채 즐거움을 나눠주기도, 함께 눈물 흘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고통을 대신 덜어주기도 한다고. 이 작가는 그 삶과 영화의 관계를 일관성 있게 정리한다. 영화를 보고 그냥 지나치기보단,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삶을 돌이킬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 영화를 좀 더 이해하려는 독자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강점이다.

예를 들면, 그는 상류사회에의 독특한 시선을 견지해 온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SF영화 <그래비티(Gravity), 2013)>를 주목한다. 그의 작품에는 역시 사회에 대한 디스토피아(dystopia, 현대사회의 암울한 미래상)적 시각이 물씬하다는 것, 안상호 감독의 K드라마 <지옥(2021) 역시 디스토피아의 다른 한 면을 바라보는 영화라는 것…. 그는 그런 생각을 ‘사회를 바라보는 내면의 응시’라는 키워드로 정리한다.

책의 구성. 첫 번째 신(scene) ‘삶이 영화와 같다면’에서는 ‘삶과 영화’와의 교집합을 더듬는 영화들에 대해 작가의 시선을 덧대고, 두 번째 신 ‘영화라서 다행이야’에서는 영화를 통해 풀어낼 수 있는 복잡한 삶의 실타래를 헤쳐본다. 세 번째 신 ‘영화에 쉼표 하나’에서는 삶이 항상 오르막만 걷는 게 아니듯, 영화 속에서 비치는 삶의 쉼표를 읽어내고자 노력하고, 네 번째 신 ‘영화가 되어버린 우리’에서는 어느새 우리 삶이 곧 영화 속 한 장면을 따라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책 제목 중의 ‘두 번째 하루’는 그저 작가를 넘어,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영화 칼럼니스트 이동기는 프롤로그 ‘두 번째 하루를 견뎌내며’에서 기억한다. 그에게 청춘이 있었다는 것, 어른이 되면서 모든 게 자신의 선택에 달렸지만 그 ‘선택’은 참 무섭더라는 것, 따지고 보면 인생에 정답은 없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강조한다. 선택은 늘 존중받아야 한다고, 청춘이 그리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어쩌면 오늘도 그 청춘이 그리워 여전히 두 번째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그래서인가. 영화를 톺아보는 그의 불같은 열정, 세상을 바라보는 냉정한 시각, 특유의 서술방식은 영화를 애호하고 비평하는 ‘영화 마니아’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책은 간결하면서도 차분한 문체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의 본심이 담겨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고 그 안에 숨은 따뜻한 기운에 몸을 맡기고 미소를 짓게 한다. (…)그래, 이게 바로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지.”(영화 블로거 ‘레드써니’ 추천사).

영화평론가 이동기. 그는 영화비평 작업을 계속하며 이런 평가를 받을 만큼 열정과 역량을 가진 영화 칼럼니스트다.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해 다양한 장르의 많은 작품을 보았고, 한 영화를 몇 번씩 반복하여 보길 즐겼으며, 그 영화들에 대한 생각을 글로 기록하길 좋아했다. 젊은 시절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 제작에 도전하기도 했고, 영화평론 공모에서 수상한 이력도 있다. 프랑스 영화감독 겸 평론가 프랑수아 트뤼포가 말한 ‘영화를 사랑하는 세 가지 방법’처럼, 그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고, 영화평을 쓰며, 영화를 만드는 데 도전했다.

그는 이번 책에 앞서, 2020년 두 권의 영화 에세이집을 낸 바 있다. ‘그때 그 영화처럼’(아모르문디)과, ‘다시, 영화를 읽는 시간-객석에 남겨진 세 가지 이야기 : 성장, 사랑, 세상’(미다스북스)가 그것이다. 그는 영화에 대한 유별난 사랑으로 많은 영화를 보고 나름의 감상과 분석을 글로 쓰다가, 영화를 통해 많은 이들과 소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웹진과 블로그(‘이동기의 영화를 읽는 시간’)에 영화 리뷰를 남기기 시작했다. 앞의 책은 그 오랜 기록을 추려 묶은 것. 모두 4부 48편(개정증보판 기준)의 영화 에세이를 묶었다.

영화 에세이집 ‘그때 그 영화처럼’ 표지(사진; 이동기).
영화 에세이집 ‘그때 그 영화처럼’ 표지(사진; 이동기).

먼저 1부 ‘영화는 사랑을 꿈꾼다’에서는 사랑을 테마로 한 여러 장르의 영화들을 살폈다. ‘우연과 필연 사이; <첨밀밀>’, ‘삶의 거센 파도 속에서; <파도가 지나간 자리>’, ‘내 곁에 항상 가까이;<예스터데이>’, ‘시간과 공간이 이어지는 계절의 저편에서; <만추>’ 등이다. 2부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각’에서는 사회성 짙은 다양한 영화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비추어 읽어냈다. 3부 ‘삶에 도전하는 용기’와 4부 ‘영웅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에서는 SF와 액션, 범죄와 히어로물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보고 느낀 감상을 독특한 관점으로 풀어냈다.

두 번째 영화평론집 ‘다시, 영화를 읽는 시간-객석에 남겨진 세 가지 이야기 : 성장, 사랑, 세상’(미다스북스) 역시, 국가와 장르, 시대를 묻지 않고, 우리에게 위로를 주는 영화를 톺아본 책이다. 영화를 이야기하며 그 영화의 감독이 찍은 다른 영화, 같은 장르나 서사를 가진 다른 시대의 다른 영화를 가져와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가꾸는 흐름이다. 이 책의 키워드는 3가지, 성장-사랑-세상이다.

1장 ‘성장’ 편에선, 유년 시절의 아름다움, 사춘기 소년‥소녀의 번뇌, 풋풋한 사랑과 우정, 살면서 마주치게 되는 자신의 한계, 때로는 회의감을 주는 노력의 가치, 신념과 소명 등 인간이 성장하며 느끼는 수많은 감정에 위로를 건넨다. 2장 ‘사랑’에서는 연인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청춘의, 가족 간의 사랑도 함께 이야기한다. 파트너십과 우정 역시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빼놓지 않고 말하면서 사랑의 가치에 대해서 논한다. 3장 ‘세상’, 그 주제들은 일상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계층, 언론, 자본 같은 사회적 주제부터 자아, 신념, 죄, 감정 같은 사적 주제까지 함께 담고 있다.

영화 에세이집 ‘다시, 영화를 읽는 시간-객석에 남겨진 세 가지 이야기 : 성장, 사랑, 세상’ 표지(이동기)
영화 에세이집 ‘다시, 영화를 읽는 시간-객석에 남겨진 세 가지 이야기 : 성장, 사랑, 세상’ 표지(이동기)

그의 영화평론을 읽으며 놀라는 사실, 장르적 영역의 광대함과 서술문장의 일상성이다. 그는 입에 잘 붙지 않는 전문용어들은 되도록 삼가면서 보통사람들의 언어와 감각으로 개인적 감상을 풀어놓는 데 주력한다. 다루고 있는 영화들도 크게 흥행을 한 블록버스터에서부터 그런 영화가 있었는지조차 잘 모를 작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나아가, 그는 ‘그때 그 영화’들을 보았던 당시 상황과 기분을 스스럼없이 야기함으로써 자기만의 개성적인 글쓰기에 성공하고 있다. “영화는 결코 어렵지 않다”는 그의 선언처럼, 좋아하는 영화를 실컷 보며 이야기하며, 일상적 방식으로 의견을 나누는 것은 , 영화 애호가들에게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게 그 글쓰기의 매력이며 강점이다.

그에게 ‘영화 칼럼니스트’는 실상, 두 번째 직업(?)이다. 그는 대학-대학원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뒤, 국책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PR 및 소통 전문가다. 그는 어릴 적부터의 관심과 청춘기부터 키워온 감성에 힘입어 ‘영화의 바다’에 푹 빠져 살고 있다. 그는 영화 에세이집을 펴내고 ‘월간경남’에서 영화칼럼 ‘영화를 읽는 시간’을 연재하기도 했다. 지금도 ‘씨네플레이’에 영화에세이를 연재하고 대학에서 강연하며 영화에 관한 생각을 많은 이에게 알리는 일에 열정을 쏟고 있다.

영화에의 열정? 그는 3권의 영화 에세이집에서 대략 130여 편의 영화를 비평하며 자기 감상을 덧붙이고 있다. 그런 작업을 위해 연 70~100편의 영화를 챙겨본다. 더러 국내 상영 영화를 보기도, 영화사의 시사회에 초대를 받기도 하고, 많은 부분 OTT 서비스를 활용한다. 그 결실, 2016년부터 집필을 시작, 3권의 영화 에세이집을 묶어낸 것이다. 그 분야에서 평론가 혹은 칼럼니스트로서 영향력을 넓혀온 과정이다.

개인적으로, 글쓴이는 이 작가의 대학 재학시절, 신문이론, 언론비평 같은 과목과 함께 언론문장론을 강의한 인연이 있다. 글쓴이는 그를, 학업에의 뜨거운 열정과 함께 넉넉한 감성을 지녔으며, 언론문장도 잘 쓰는 언론학도로 오늘까지 기억하고 있다. 그의 영화 에세이집을 읽으며 새삼 절감한 사실, 그는 그런 감성으로 영화예술에의 대중적 글쓰기에도 참 능한, 정말 ‘글 잘 쓰는 작가’다. 그는 앞으로도 영화평론 영역에 나름 최선을 다할 각오다. 그의 영화비평 글쓰기, 오래도록 굳건하기를 성원한다.

프로방스, 변형판, 356p,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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