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야 한다...영화 ‘가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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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야 한다...영화 ‘가타카’
  • 부산시 금정구 김지윤
  • 승인 2019.12.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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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타카'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 '가타카'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하느님이 행하신 일을 보라, 하느님이 굽게 하신 것을 누가 능히 곧게 하겠느냐?" - 전도서 7장 13절 / “우리가 자연을 함부로 바꾸려 하지만 자연도 우릴 바꾸려 할 것이다.” - 윌리암 게리린

머지않은 미래, 그 미래는 유전공학의 발달로 태어나는 순간 예상 수명과 질병, 성격 등을 파악해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적격 혹은 부적격한 자인지를 판단한다.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야 하는, 영화 ‘가타카’의 세계관이다. 유전자 조작을 원치 않았던 부모의 선택으로 조작 없이 태어난 주인공 빈센트는 심장 질환에, 범죄자의 가능성을 지니고, 30대에 사망하는 유전자를 갖고 세상에 나왔다.

어릴 적부터 우주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빈센트는 주변의 만류에도 우주 항공회사인 ‘가타카’에 입사하길 원하지만, 소위 대기업에 속하는 ‘가타카’에서 빈센트와 같은 부적격자에게 허락되는 일은 청소와 같은 잡일 뿐이다. 결국 빈센트는 다른 이의 신분을 얻어주는 브로커를 통해 우성인자를 가졌지만, 사고로 인해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제롬 유진 모로우를 소개받고 그와 함께 지내며 그의 신체조직을 얻어 가타카에 입사하게 된다. 이렇게 타인의 유전자증명을 빌려서 높은 신분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빌린 사다리’라고 칭하고, 이들은 이 사회에서 혐오의 대상이 된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탐사를 떠나기 일주일 전, 사무실에서 제롬으로 위장한 빈센트를 의심하던 감독관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현장에 흘린 본인의 눈썹이 증거가 되어 부적격자 빈센트는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된다.

이 영화의 명장면은 단연코 수영대결 장면이지만, 앤드류 니콜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잘 드러나는 장면은 빈센트가 끝내 자신이 빌린 사다리라는 걸 동기 아이린에게 들키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난 30년을 산다고 했어. 하지만 벌써 지났지. 운명을 정하는 건 자신의 몫이잖아? 무슨 소용 있을지 몰라도 가능하다는 말을 하러 왔어. 모든 게 가능해.”

감독은 이 장면으로 ‘출신을 통해 사람을 규정하는 이 사회에 길들지는 않았는가,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고, 어느 대학 출신이라고 해서 남은 인생 또한 그 틀 속에 가둬놓지는 않았던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결국 감독은 개인의 의지가 아닌 것들로 인해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고, 그것들을 그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삼아버리는 사회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몇 가지 아쉬움도 있다. 먼저 영화의 주제 의식이 결국 ‘노력하는 사람이 꿈을 이룬다’는 굉장히 나이브하고 통속적인 메시지라는 점이다. 또한 감독은 사회의 부조리함을 잘 꼬집으면서도 부적격자를 대변하는 빈센트의 꿈, 즉 목표를 결국엔 적격자에 속하게 되는 것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영화 자체는 부조리한 우생학이 만연한 사회를 비판하고 있으면서 결국 우리의 히어로인 빈센트조차도 그들 사이에 들어가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라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학창 시절 과학 선생님들이 자주 보여주는 과학 시간 단골 영화가 몇 있다. 가타카도 그중 하나로, 나사에서 가장 현실적인 “SF영화”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아날로그식으로 잘 그려냈지만, 흥행에는 참패한 비운의 명작 ‘가타카’는 도전하고, 노력하는 청춘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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