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속 우리의 사회를 담아낸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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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속 우리의 사회를 담아낸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 부산시 수영구 고어진
  • 승인 2023.10.0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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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속 개인주의 팽배한 현 사회에 대한 메시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지난달 개봉하여 많은 관람객에게 관심을 받는 한국의 재난 영화이다. 재난의 상황 속에서 아파트 단지 내 주민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작은 사회를 구축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장면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황궁아파트’ 입주민들이 외부인을 내쫓으며 대응하고 있다(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황궁아파트’ 입주민들이 외부인을 내쫓으며 대응하고 있다(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순간의 재난으로 모든 것을 빼앗긴 상황에서 유일하게 뻣뻣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황궁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민들은 그들의 아늑함을 빼앗기지 않고자 생존을 위해 역할을 분담하고 사회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주민 규칙으로 인해 사회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아파트 분양 광고 장면의 일부처럼 장기 노출한 장면은 그런 의미에서 인상적이다.

지진 폐허로 엉망이 된 콘크리트 속 유토피아처럼 자리를 잡은 유일무이한 아파트 단지에서 새로운 입주민 대표 ‘영탁’이 구축한 규칙은 무너질 틈 없이 견고해 보였으나 서서히 드러나는 인물 간 서사와 갈등으로 인해 머지않아 틈새가 보이기 시작한다. 특히 타인을 위한 선의를 중요시하는 인물 ‘명화’가 아파트 단지 내 규칙을 어기고 몰래 숨어든 외부인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은 재난 상황 속 개인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게 당연하다 믿었던 기존 영화의 클리셰와 달리 ‘명화’라는 인물이 선인지 악인지를 헷갈리게 만드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영화 속 극단화된 개인주의 앞에서 재난은 그저 메시지를 위한 장치이자 욕망을 위한 개인의 핑계이다. 처음에는 도움의 손길을 받아주던 ‘황궁 아파트’ 주민들이 지속되는 갈등으로 생존을 고민하게 되자 주민회 결성 후 다수결을 통해 편을 형성해 외부인을 내쫓고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라 외치는 장면은 현 사회에서 개인이 그룹을 형성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타인과의 소통을 차단하려 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 같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팬데믹의 상황을 함께 거쳐온 우리는 지속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입장에 따라 ‘명화’이기도, ‘영탁’이기도 했다. 영화 속 인물의 서사를 읽으면 선과 악이 무너지는 것처럼 팬데믹의 상황에서 모두가 개인의 합리화를 통해 선과 악으로 공존했기에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현재를 살아가며 앞으로의 좋은 사회를 위해 개인이 고민해 봐야 할 많은 것들을 상기시키는 영화이다.

이기심의 절정으로 단지 내 주민들마저 분열하던 상황에서 모든 게 무너지고 황폐화를 겪게 되는 결과처럼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함께하며 지키고 가꿔 나가는 정보다 단지를 지키기 위해 세운 울타리처럼 규칙과 선이 중요해진 현시점에 대해 반성하게 만드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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