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석 칼럼]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전기요금, 부산과 서울 차등적용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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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석 칼럼]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전기요금, 부산과 서울 차등적용 돼야 한다
  • 편집국장 송문석
  • 승인 2023.01.25 0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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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자급률 서울 4.6%, 경기 60.4%인데 전력 생산량 중 30% 이상을 소비해
부산 충남 등은 고통 받으며 발전하고, 서울 경기는 같은 전기요금 내며 혜택만
사회적 갈등 줄이고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적용해야

서울 4.6%, 경기 60.4%, 울산 82.0%, 경남 141.8%, 경북 167.3%, 부산 178.9%.

서울이 전국에서 제일 적게 차지하는 것도 있다고? 서울은 돈 기업 병원 학교 도로 문화시설 등 무엇이든 전국에서 제일 많이 갖고 있고 그래야 정상인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대한민국에서 거꾸로 제일 적게 갖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발전소다.

전기 송전 선로
들판을 가로질러 고압송전선로가 설치돼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2019년 기준 전력자급률을 보면 서울은 서울 안에서 소비하는 전기의 4.6%만 자체 생산하고 있다. 나머지 부족한 전기는?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 등이 있는 경남 경북 부산에서 생산한 전기를 가져다 펑펑 쓰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전력의 30% 이상을 서울 경기에서 쓰고 있다. 화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인천 충남 강원의 전력자급률은 247%, 224.7%, 174.8%나 된다. 실제로 사용하는 전력보다 2배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미세먼지에 시달리고 빨래를 밖에 널 수 없을 만큼 시커먼 공기 속에서 살면서 죽어라 전기를 생산해 서울 경기 사람들 밤을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전국 최대 원전 밀집지역인 부산은 1년 365일 불안하다. 정부와 한수원은 원전이 안전하다고 하지만 과학적 판단을 떠나서 조마조마하고 찜찜한 마음까지 떨쳐버릴 수는 없다. 그렇게 안전하고 좋다면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는 왜 건설하지 않는건가?

지난해 말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이 보도한 ‘서울의 태양광 외면, 비수도권은 전기 만들어주는 ’식민지‘가 됐다-탄소빌런, 서울’은 탐욕스럽고 이율배반적인 서울의 민낯을 드러내 주었다.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서울 강남구 수서역 북공영주차장에 태양광발전소를 건립하려 했는데 서울고등법원이 “인근 도로나 주거시설에 빛 반사 피해가 있을 수 있고 전자파로 인한 건강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건설을 막았다고 한다. 태양광 패널이 유리보다 빛 반사가 낮고 전자파 영향도 미미하다는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면 2018년 강원도 삼척에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서려 하자 785명의 시민소송단이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소송단은 인근 맹방해변(2015년 연안관리법상 연안침식관리구역 지정)에 발전소를 운영하기 위한 석탄 운송선박 접안시설이 설치되면서 해안침식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해양수산부 고시에 따르면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전원 설비 설치에 필요한 경우 연안관리법 적용이 배제된다”고 이유를 댔다. 이 발전소는 2024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한 나라 안에서 세상을 보는 눈이 이렇게 다르다. 아니 서울과 서울사람, 지역과 지역민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이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난다. 서울에서는 초고층 건물을 치장한 유리보다 빛반사가 적다는데도 눈이 부시다며 태양광 패널 설치를 막고, 지역에서는 연안침식구역으로 지정돼 있는데도 그러거나 말거나 전력을 생산할 발전소를 건립하라고 한다. 정부만 그런 것이 아니고 사법부 조차도 눈이 비뚤어졌다. 서울, 서울사람만이 기준이다.

한국일보 기사는 위의 두 사례를 비교하며 기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인구가 많은 서울에는 '혹시 모를 인체 유해'라는 근거 없는 이유로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쉽게 좌절된다. 반면 수도권에 보낼 전력을 생산하는 '식민지' 역할을 하는 비수도권 지역은 어떨까. 비수도권 지역은 터전을 위협하는 해안침식조차 감수하도록 한 것이다.” 이 기사의 제목에는 ‘탄소빌런 서울’이라고 붙어있다. ‘탄소깡패 서울’이라는 뜻이겠다.

눈이 부시다, 전자파가 걱정된다, 미세먼지가 건강을 해친다, 원전이 위험하다며 갖가지 이유를 갖다대며 서울에 발전소를 짓는 것은 반대하면서도 오늘 이 시각에도 부산 충남 강원 경북 등 지방에서 생산된 전기는 산 넘고 논밭을 지나 고압선을 타고 수도권으로 흘러가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는 빨대로 꿀을 빨아들이듯 전기를 게걸스럽게 소비하고 있다. 이미 염전, 저수지, 야산은 태양광 패널로 뒤덮였고, 고압선 전신주는 마을과 문전옥답을 가로질러 서울로 향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위해 전국토와 국민이 희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민과 부산시민, 충청도민의 전기요금이 같다. 서울까지 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발전 송전 변전 배전에 따른 전기 공급 비용이 부산 충남 경북 등 발전소 인근 지역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날 터인데도 전국이 똑같은 전기요금을 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아귀가 맞지 않는다. 반대로 발전소 인근 지역민들은 화력발전 수력발전 원자력발전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으로 대기오염 수자원고갈 원전위험 빛공해 소음공해 등의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전력을 생산하는 서울의 ‘시다바리’만 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 중이다. 휘발유 상수도 도시가스 등과 마찬가지로 전기 역시 지역별 차등 적용돼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발전소 지역 주민들은 고통을 안고 살고 있는데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합당한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무한정 전기를 끌어다 쓰는 것은 불합리하고 공정하지도 않다.

설연휴 끝에 한반도가 냉장고 냉동실 처럼 온도가 떨어진데다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난방비 걱정에 몸도 마음도 얼어붙어 버렸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서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적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영국 미국 호주 등도 장거리 송전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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