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 들고 테이크아웃 하면 2000원 할인...플라스틱 제로에 도전한 영도구 친환경 카페 조성 협약은 ‘순항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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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 들고 테이크아웃 하면 2000원 할인...플라스틱 제로에 도전한 영도구 친환경 카페 조성 협약은 ‘순항 중’
  • 취재기자 김연우
  • 승인 2022.05.0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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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한 찝찝함 vs 친환경 생각, 시민들 혼란스러움 증가
2020년 부산시 최초 ‘플라스틱 제로’를 선포한 영도구청 협약
협약 가입된 카페는 약 11곳, 그 중 대표적인 친환경 카페 ‘38.5’
개인 다회용 컵 지참 1000원, 테이크아웃 시 추가 1000원 할인

지난 1일, 코로나 확산세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식품접객업(일반음식점은 물론 휴게음식점, 단란주점, 유흥주점 포함) 매장 일회용 사용이 다시 규제 시동을 걸었다.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나오던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이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회용 컵뿐만 아니라 접시, 용기, 수저 모두 사용할 수 없다. 11월 24일부터는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나 젓는 막대도 사용하지 못한다.

프랜차이즈 음료 ‘공차’ 부산대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송가현(22) 씨가 일렬로 정리한 이 일회용 컵은 지난 1일부터 테이크아웃 시에만 사용이 가능하다(사진: 독자 송가현 씨 제공).
프랜차이즈 음료 ‘공차’ 부산대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송가현(22) 씨가 일렬로 정리한 이 일회용 컵은 지난 1일부터 테이크아웃 시에만 사용이 가능하다(사진: 독자 송가현 씨 제공).

1일 코로나 확진자가 20만 명을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일회용 규제가 다시 시작되자 매장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일부 매장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매장 컵을 쓰기 찝찝하다는 손님과 어쩔 수 없이 정부 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업주 간의 실랑이도 발생한다.

부산시는 이런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작년부터 시행해온 다양한 친환경 정책과 사업 덕분에 탈 일회용품 정착을 앞당겼다. 타 시도보다 일회용 규제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조금은 덜한 상황이다. 다양한 정책 중 2020년 부산시 최초로 ‘플라스틱 제로’를 선포한 영도구청의 ‘플라스틱 제로 영도 친환경 카페 조성 협약‘ 사업이 최근 큰 성과를 보인다.

부산 영도구 태종로 카페 ‘38.5’는 영도구청과 ‘플라스틱 제로 협약’을 맺은 카페다. 카페 야외테라스와 창문은 감각적이다. ‘SNS 감성 카페’ 목록에 오른 카페답게 이용자는 MZ 세대가 대부분이다. 카페 입구에는 ‘플라스틱 제로 협약’을 인증하는 커다란 문패도 보였다. 매장 취식 기준으로 음료 가격은 5500~7000원이다. 아메리카노가 5500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핸드 드립 커피가 7000원으로 가장 비싸다. 이 정도 가격은 요즘 카페 음료 기준으로 평균가 정도다.

카페 입구 옆에 ‘플라스틱제로 영도 친환경 카페’ 문패가 커다랗게 걸려있다(사진: 김연우 취재기자).
카페 입구 옆에 ‘플라스틱제로 영도 친환경 카페’ 문패가 커다랗게 걸려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우).

하지만 놀랍게도 카페 38.5의 경쟁력은 ‘친환경’과 ‘할인’이다. 카페 자체적으로 음료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손님들의 친환경적 소비를 끌어내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음료를 판매하는 것이다. 바로 ‘플라스틱 제로 영도 친환경 카페 조성 협약‘ 사업. 해당 협약에는 카페 38.5를 포함하여 영도구 관내 유명 카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음료를 주문하는 곳에는 텀블러(개인 다회용 컵) 이용 할인 혜택에 대한 설명과 그에 따른 장점이 보인다(사진: 김연우 취재기자).
음료를 주문하는 곳에는 텀블러(개인 다회용 컵) 이용 할인 혜택에 대한 설명과 그에 따른 장점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우).

전국적으로 유명한 드메르, 모모스 로스터리&커피바, 신기산업, 신기숲, 신기여울, 오구카페, 에테르, 커피미미, 카페드220볼트, 카페38.5, 쿤스트 204 등 11개의 카페가 우선 참여했다. 이들 카페는 손님이 개인 다회용 컵을 지참하면 음료가격을 최소 300원에서 최대 20%까지 할인해준다.

카페 ‘38.5’는 개인 컵을 지참하면 모든 음료에서 1000원을 할인해준다.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시 1000원을 추가 할인해준다. 추가 할인 행사는 38.5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즉, 개인 컵으로 테이크아웃을 하게 되면 2000원이나 싼 가격으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주문하는 매대에는 텀블러(개인 다회용 컵) 이용 시 얻을 수 있는 장점과 할인 혜택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직원들에 의하면, 실제로 메모를 발견한 손님들이 다시 차로 돌아가 텀블러를 가지고 오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한다. 눈에 잘 띄는 곳에 메모를 붙여놓아 손님들이 친환경적 소비를 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것. 손님은 할인받아서 좋고 카페는 새 컵을 낭비하지 않아도 돼서 편할 것이다.

카페 ‘38.5’ 3층에서 4층으로 이어지는 공간으로 감성적인 조명과 통유리가 공간을 장식하고 있다(사진:김연우 취재기자).
카페 ‘38.5’ 3층에서 4층으로 이어지는 공간으로 감성적인 조명과 통유리가 공간을 장식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우).

카페 ‘38.5’의 가치는 착한 대표와 착한 직원들이 만들었다. 최근, 사람들은 친환경적인 소비에 점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일부러 친환경적인 소비를 하는 기업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반대인 경우엔 불매하기도 한다. 그만큼 시민들의 환경 인식 수준이 높아졌다. ‘38.5’는 이런 상황에 맞춰 보다 더 많은 사람이 친환경 소비에 동참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카페 운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도구청과 맺은 협약은 지난 3월부터 진행됐지만, 38.5는 카페가 처음 설립된 2019년부터 ‘친환경 카페’라는 컨셉을 잡았다. 정부에서 이달 1일부터 시행했던 일회용품 규제도 38.5는 2020년부터 이미 시행하고 있었다. 김효진 바리스타 팀장은 “대표님이 카페 내 (불필요한) 가스나 물을 줄이자고도 많이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김효진 바리스타 팀장이 기사 인터뷰 후 카페 2층 테이블에서 업무노트를 작성하고 있다(사진: 김연우 취재기자).
김효진 바리스타 팀장이 기사 인터뷰 후 카페 2층 테이블에서 업무노트를 작성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연우).

영도구청과 협약을 진행하기 전에도 친환경 카페 특성상 다회용 컵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있었지만, 협약 이후 더 많은 손님이 컵을 지참했다. 김효진 팀장은 최근에는 하루에 열 명 이상의 손님들이 다회용 컵을 지참하여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카페를 방문한 해양대 환경학과에 재학 중인 김지윤(22) 씨는 평소 환경을 침해하는 소비패턴과 기업의 셀링포인트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김 씨는 “환경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자주 이용하던 카페가 플라스틱 제로 협약을 맺었다니 너무 새롭고 반갑다”고 소감을 남겼다.

손님들이 ‘플라스틱 제로 협약’을 알고 카페에 방문하는 것은 아니다. 카페 ‘38.5’ SNS에 자체적으로 홍보를 꾸준히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김효진 팀장은 “영도구청 홍보가 조금 부족한 것 같다”며 “추가적인 지원은 없는 걸로 아는데 홍보가 더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청 측 지원 및 홍보는 부족하지만, 협약을 맺은 카페끼리는 많은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김효진 팀장은 “(협약을 맺은) 카페 사장님들끼리 종종 모여서 종이 빨대 같이 카페에 필요한 재료를 공동 구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도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플라스틱 제로 협약’에는 별도의 예산 지원이 없다. ‘플라스틱 제로 협약’은 도시와 카페 서로를 위한 상생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예산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

작년 3월, 영도구청 sns 서포터즈는 영도구 공식 블로그를 통해 ‘플라스틱 제로 카페’를 소개하고 다회용 컵 할인에 대한 카드뉴스를 제작했다. 또, 유튜브 '헬로!부산 - LG Hello Vision' 채널 ‘동네가게함께가게’ 콘텐츠에서는 카페 ‘38.5’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영도구청은 올해 내부 sns을 활성화 시켜 홍보를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며, 여러 카페들과 추가 협약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카페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외국 관광지가 떠오를 정도로 아름다운 외관과 인테리어는 감탄을 자아낸다. MZ 세대들이 'SNS 감성 카페‘에 열광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감성 카페 도장 깨기도 물론 좋지만 친환경 카페 도장 깨기도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왕이면 개인 컵을 들고 말이다. 오늘 내가 돌본 환경이 당장 내일의 또 다른 환경을 구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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