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발생한 '교제 여성 살인'...정치권 페미니즘 논쟁으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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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라 발생한 '교제 여성 살인'...정치권 페미니즘 논쟁으로 비화
  • 취재기자 허시언
  • 승인 2021.11.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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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장혜영 의원,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 안전 보장 앞장 서라”
국힘 이준석 대표, “선거 때가 되니까 범죄 사건을 페미니즘과 엮는다”
진중권 전 교수, “공당의 대표가 교제 살인까지 쉴드 치고 나서나” 비판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가 긴급 체포됐다. 연이어 일어난 데이트 살인 사건을 두고 정치권에서 페미니즘 논쟁이 시작됐다(사진: 더팩트 제공).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가 긴급 체포됐다. 연이어 일어난 '교제 살인' 사건을 두고 정치권에서 페미니즘 논쟁이 시작됐다(사진: 더팩트 제공).

지난 17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동거하던 연인을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19층 아파트의 베란다로 끌고 가 밖으로 내던진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9일에는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남자친구의 폭력과 스토킹으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남자 친구에 의해 살해됐다. 피의자들은 살인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 ‘여자 친구가 이별을 통보해서’, ‘여자 친구에게 다시 만나달라고 했지만 만나 주지 않아서’ 등의 변명을 했다.

연이어 발생한 이른바 '교제(데이트) 살인'을 두고 정치권에서 '페미니즘 논쟁'이 불 붙었다. 정혜원 정의당 의원이 젠더 문제를 지적한 것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가 범죄에 페미니즘을 엮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한 것이다. 그러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명백한 '젠더 살인'인데 이 대표가 본질을 보거나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데이트 살인사건이 정치권의 페미니즘 논쟁으로 번진 모습이다.

페미니즘 논쟁은 ‘교제 살인’을 두고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입을 열면서 시작됐다. 정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이별 통보를 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페미니즘이 싫으면 여성을 죽이지 말고 여성의 안전 보장에 앞장 서라”고 말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SNS에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슬슬 이런 저런 범죄를 페미니즘과 엮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며 정 의원의 말에 반박을 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고유정 사건’을 예로 들며 일반적인 사람들은 고유정을 흉악한 살인자로 볼 뿐 여성이라는 이유로 젠더 갈등화하지도 않고 선동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프레임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에서 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자신의 SNS에 이 대표를 겨냥해 “공당의 대표가 이제 교제 살인까지 쉴드 치고 나서나? 안티 페미로 재미 좀 보더니 정신줄 놓은 듯”이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자신을 비판하는 진 전 교수의 게시글에 “범죄를 페미니즘에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위험한 선동”이라며 “누가 교제 살인을 옹호했나? 고유정의 살인이나 이번 살인 사건 모두 gender-neutral(젠더 중립) 하게 보는 게 정답인데 이걸 젠더 이슈화시키는 멍청이들이 바로 갈라치기 하는 시도”라고 댓글을 달며 반박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지난 3월 발표한 ‘2020년 분노의 게이지: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분석’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97명,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31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57명에 달했다.

이를 보면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던 사건이 1.6일마다 1건씩 보도된 셈이다. 주변인 피해까지 포함하면 1.3일에 1건으로 볼 수 있다. 이 분석은 ‘언론에 보도된’ 사건에 한하며,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실제 피해 여성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에 따르면 가해자들이 밝힌 범행 동기로는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가 53명(23.3%)으로 제일 높았다. 뒤이어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이 52명(22.8%),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가 34명(14.9%), ‘자신의 무시해서’는 9명(3.9%), ‘성관계를 거부해서’가 6명(2.6%)으로 나타났다. 

한편 통계청은 지난 5년간 살인 및 살인미수 여성 피해자가 327명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제 살인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젠더 중립적인 시각이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통계에서 말해주듯 교제 살인 여성 피해자는 2020년 한 해 언론 보도 기준으로만 228건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성별이 한쪽으로 치우친 상황에서 ‘젠더 중립적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것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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