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노동, 결국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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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밈노동, 결국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결과
  • 취재기자 신유리
  • 승인 2021.03.2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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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차이즈 A 사 ‘화장 필수’ 문구에 직원들 성차별 논란
서비스직이 외모가 중요해지는 것은 외모지상주의 결과
“쌩얼이라 죄송합니다”...화장 안 하면 예의가 아니라는 인식
사람은 외모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마땅

최근 프렌차이즈 A 사가 직원들에게 화장을 강요하는 지침을 내려 성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A 사 일부 매장에서는 봄맞이 환경 대청소 공문을 SNS를 통해 직원들에게 전달했고 해당 공문의 ‘개인위생 관리’ 부문에서 문제가 된 것. 해당 부문에는 관리를 철저히 하고 단정한 복장을 착용할 것과 더불어 빨간 글씨로 강조해놓은 "화장 필수"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 같은 성차별 지침에 대해 누리꾼들은 “봄맞이 청소랑 화장이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 “화장과 위생은 전혀 관련 없는 것 아닌가”, “이번 일로 불매제품 하나 더 생겼다”며 비판했다.

최근 한 프렌차이즈에서 공문에 '화장필수'라는 문구를 강조하면서 꾸밈노동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최근 한 프렌차이즈에서 공문에 '화장필수'라는 문구를 강조하면서 꾸밈노동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이처럼 꾸밈노동에 대한 논란은 예전부터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꾸밈노동이란 회사가 정해놓은 가이드에 따라 용모를 꾸미는 것을 말한다. 특히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여성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결과 중 하나일 것이다. 서비스직도 결국엔 보이는 게 먼저이기 때문에 외모가 중요시된다는 것이다.

내가 화장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도 생각해보면 타인(他人)에 의해서였다. 내가 고등학생이 됐을 때 주변에서는 내가 화장을 안 하는 것에 대해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다. 친구들은 내게 "다들 소풍갈 때 화장하고 꾸미는데 너는 왜 화장 안 하냐"며 "하면 예쁠 것 같은데 한번 해보라"고 권유했고, 그렇게 화장을 처음 접하게 됐다.

그 뒤로도 계속 화장하고 다니자, 주변 친구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친구들은 같이 사진 찍자며 휴대전화를 들이밀기 시작했고, 달라진 친구들의 태도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화장은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고, 아침 시간마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교실 뒷자리에 모여 화장을 하면서 서로의 화장품을 공유했고, 또 그것을 계기로 친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교실 안에서는 얼굴 계급이 생겨났다. 남자아이들은 소위 말하는 얼평(얼굴평가)을 같은 교실 여자아이들을 상대로 하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순위를 매겼다. “우리 반에서 유진이(가명)가 제일 예쁜 듯”, “인정 인정, 그다음은 소연이(가명). 소연이도 귀엽게 생긴 것 같음”, “인정, 그리고 제일 못생긴 건 나래(가명) 아니냐?”, “저런 애랑은 누가 사귀고 싶어 할까”라며 얼굴만으로 여자아이들을 판단하고 평가했다.

남자아이들뿐만 아니라 여자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더 잘생기고 못생겼는지를 평가했고 자리를 바꾸는 날에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친구와 짝궁이 되면 여기저기 짜증 내며 돌아다니기 바빴다. 짝궁이 된 친구가 받을 상처는 생각지도 않은 채 말이다.

이 작은 교실 속에서도 외모지상주의가 남발하는데, 사회라고 다를 것이 없었다. 20세에 친구들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다닐 무렵, 친구가 카페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떨어졌다며 연락이 왔는데, 그 이유가 ‘우리 매장과 이미지가 달라서’였다. 그 일이 있고 며칠 뒤 그 카페에 방문했고, 친구와 나는 키 크고 날씬한 새로운 알바생이 뽑힌 걸 볼 수 있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저 알바생은 카페와 이미지가 맞아서 뽑힌 걸까, 만약 내 친구가 날씬했다면 뽑혔을까, 이미지가 다르다는 말이 대체 어떤 의미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화장은 매너다, 예의다'라는 말도 주변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당장 SNS만 봐도 민낯사진을 올리며 하는 멘트가 “쌩얼이라 죄송합니다”, “화장 안 해서 예의 없는 관계로 모자이크” 등인 것으로 봐서, 화장은 예의가 됐다. SNS에는 꾸며진 모습만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탓인지 모두가 이런 멘트들에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 하지만 이는 분명 자연스러운 현상이 절대 아니다.

사람은 외모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요즘은 탈코르셋 운동, 페미니즘 운동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긴 하지만, 그전에 우리의 인식부터 바꾸는 게 먼저다. 우리는 자신의 민낯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점을 잊지말고 자신의 어떤 모습이든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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